[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신당역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최고조에 올랐습니다.
스토킹은 폭력과 성폭력, 나아가 살인으로까지도 이어지는데요. 여전히 스토킹에 대해 낭만적 구애라는 잘못된 정서적 인식이 있습니다.
폭력을 동반하게 되는 스토킹, 이호진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스토킹엔 낭만은 없다…폭력적 범죄로의 길 / 이호진 기자]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신당역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을 스토킹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전주환.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에서 스토킹하던 여성을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김병찬.
모두 시작은 스토킹이었습니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피해 여성을 만나자고 조르고, 괴롭히며 힘들게 했고, 거부하고 물러서는 피해자를 무시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들은 범죄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낭만적인 사랑을 꿈꿨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끝은 끔찍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스토킹은 스토킹 자체도 범죄지만 강력 범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띠고 있습니다.
한민경 경찰대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스토킹 단어가 포함된 형사사건 1심 법원 판결문 148건 가운데 35.8%에 해당하는 53건이 폭행이나 상해 등 신체적 폭력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이 가운데 42건은 성폭력이 발생해 성범죄로도 이어졌습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결과를 보면 스토킹 피해자가 성범죄를 당할 가능성이 스토킹 피해 경험이 없는 사람에 비해 13.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폭력이나 성폭력에서 그치는 것도 아닙니다.
지난해 10월 성폭력처벌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세상에 알려진 스토킹 살인사건만 5건에 이릅니다.
<한민경 / 경찰대학교 교수> 스토킹의 위험성은 학술적으로도 위험범 또는 점진범의 개념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지점에 있습니다. 종례 범죄 유형과는 다른 이해를 요함과 동시에 그런 위험적이고 범행 유형이 앞으로 더 중한 범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전적인 대응이 한층 중요한 범죄라고
범죄전문가들은 스토킹 범죄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피해자 신변보호와 가해자 분리조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손꼽고 있습니다.
점진적으로 이어지는 범죄, 스토킹. 스토킹은 낭만적 구애라는 표현으로 절대 미화할 수 없는 심각한 범죄행위 입니다.
연합뉴스TV 이호진 입니다.
[이광빈 기자]
"절대 보복할 수 없도록 엄중한 처벌을 해주세요."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생전 마지막으로 법정에서 했던 말입니다.
스토킹 피해자들의 간절한 목소리에도 이들을 지켜줄 보호 체계는 충분치 않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김예림 기자입니다.
["막을 수 있었는데"…피해자 보호체계 '구멍' / 김예림 기자]
350여 회에 걸친 스토킹과 협박 끝에 입사 동기였던 피해자를 살해한 전주환.
<전주환 /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 "제가 진짜 미친 짓을 했습니다."
피해자는 경찰에 전 씨를 두 차례 고소하고 한 달간 신변 보호도 받았지만 결국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을 집요하게 스토킹하고 살해한 김병찬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스토킹 범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법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가 재발할 우려가 있을 때 '긴급응급조치'나 '잠정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이 중 잠정조치 4호는 피의자를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유치할 수 있지만 기각률이 높은 현실입니다.
올해 스토킹 피해자들로부터 접수된 잠정조치 4호 신청 건수는 500건인데, 이 중 55%가 기각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100m 내 접근금지 명령도 가해자의 실시간 위치 파악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김도연 /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장> tm토킹 범죄 같은 경우에는 집착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런 행위 충동성이 조절되지 않는…접근 금지 조항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실제적으로 효력을 발휘하기는 상당히 어렵고…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을 할 수 없는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 조항이 문제라는 지적도 빠지지 않습니다.
전 씨도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다가 실패하자 앙심을 품고 보복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결국 자신이나 가족들을 해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합의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송혜미 / 변호사> 조치들이 이뤄진다고 해서 24시간 계속 경호를 받고 이런 건 아니잖아요…피해자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제일 크기 때문에 가해자가 이걸 멈춰준다면 그게 가장 빠르고 가장 실익이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스토킹 피해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김예림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스토킹 가해자들. 도대체 어떤 심리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일까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스토킹 가해자들이 피해자에게 일그러진 소유욕을 보인다고 진단합니다.
상대의 의사와 감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집착을 보입니다. 상대가 거부하면 공격성을 나타내기 시작하는데요. 현실을 왜곡해 인식하는 망상장애까지 보입니다.
여기서 상대방의 거절 의사를 반대로 인식하기도 합니다. 스토킹을 멈추지 않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한데요.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이 스토커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여줘선 안 된다고 조언합니다. 스토커들의 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토커들은 상대가 결과적으로 접근을 거부할 경우 반발심을 주체못해 폭력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
스토킹에 대해 처음부터 단호히 거부 의사를 밝히고 경찰에 신고해야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왜 스토킹의 길에 빠져들게 될까요.
가정에서의 애정 결핍, 이성과 교우 관계에서의 문제가 피해의식을 만들고, 스토킹 대상에게 이를 보상받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스토킹 가해자들과 피해자들의 성별은 주로 어떻게 될까요.
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처벌법 시행된 지난해 10월 이후 올해 8월까지 스토킹 범죄로 검거된 이는 7천152명입니다. 이중 남성 가해자는 5천820명입니다. 여성 가해자 천332명명의 4배를 웃도는 수치인데요.
피해자도 여성(6228명)이 남성(1289명)보다 5배 이상 많습니다.
남성 가해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에는 그릇된 남성 우월성이 작용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또, 피해자 입장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이 신변에 대한 두려움을 더 크게 느껴 경찰에 신고하는 경향성이 크다는 해석입니다.
전문가들은 남성 스토커가 여성보다 더 폭력성을 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스토킹,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하고 자신의 감정에 가두려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최근 '신당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현행 스토킹처벌법을 보완하기 위한 후속 입법 논의에 불이 붙었습니다. 논란이 됐던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하고, 피해자의 신변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강화한다는 방침인데요.
뒤늦은 입법 보완은 환영하지만 행정적 뒷받침도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수강 기자입니다.
[스토킹범죄에 전쟁 선포?…갈길 먼 대응책 / 김수강 기자]
지난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는 스토킹 처벌법을 개정해 처벌을 강화하는 데에 뜻을 모았습니다.
<박정하 / 국민의힘 의원> 단순 스토킹범죄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하고, 처벌대상에 온라인스토킹을 추가하고, 잠정조치 즉 접근금지 등에 대해 위치추적 도입을, 긴급응급조치 위반시 형사처벌 등을 신설키로 하였습니다.
지난해 10월, 스토킹 처벌법이 국회 문턱을 넘은지 1년여 만에 이뤄지는 개정입니다.
지난 1999년, 15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던 스토킹 처벌법은 번번이 뒷전으로 밀리며 폐기된 끝에 22년 만에 빛을 보게 됐습니다.
그전까지 우리 사회에서 스토킹은 경범죄로 치부돼 관련법에 따라 처벌받았습니다.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분류돼 10만원 이하의 벌금과 구류가 최대였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통과된 법안을 놓고도 범죄를 막기엔 역부족이란 주장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 이를 면할 수 있도록 한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가해자가 면식범인 경우 피해자가 보복과 후환을 두려워해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고,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2차 가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또 피해자의 신변 보호를 위한 조항이 미비하다는 점도 지적됐습니다.
범죄를 수사하는 동안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지만 사실상 이를 감시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뒤늦게 개정안을 통해 잠정조치에 위치추적을 포함하기로 한 것은 반길만한 대목이지만,
<허민숙 /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가해자에게 위치 추적 명령을 부과해서 접근금지 구역에 들어오거나 또는 피해자와 가까워졌을때 경보를 울리는 방식으로 범죄를 예방…
추후 입법적 보완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인력과 예산 지원 또한 뒷받침 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전주혜 / 국민의힘 의원> 당장 전자장치 부착의 경우를 보더라도 감독 인력과 예산지원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감시대상만 늘어날뿐 감시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관부처가 후속대처를 빠른 시일내에 마련해야…
실제로 내년도 여성가족부 예산안에 처음으로 포함된 스토킹 피해자 지원 예산은 7억원 규모로 증가하는 범죄수에 비해 적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겨냥한 스토킹 범죄, 후속 입법과 함께 제도적 보완을 통해 방치됐던 사각지대가 메워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입니다.
연합뉴스TV 김수강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누군가를 좋아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범죄로 이어져선 안 됩니다.
상대방이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찾아가거나 계속 문자나 전화를 하는 행위는 엄연한 범죄입니다.
이전엔 스토킹은 경범죄로 10만 원만 내면 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경범죄가 아닙니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는 범죄행위가 됐습니다.
또한 스토킹 처벌법은 반의사불벌죄도 폐지될 전망입니다. 합의하더라도 처벌을 받게 되는 겁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처벌의 강도는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토킹 범죄는 초기 단계에서 저지하지 않으면 이후 중범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딘가에서 스토킹 범죄는 계속되고 있을 겁니다.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하고 자신의 감정에 가두려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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