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단색화의 선구자 하종현 화백의 대표작들이 전시장에 걸렸습니다.
캔버스를 구할 수 없어 마대 자루에 그리기 시작한 그림은 화백의 상징이 됐는데요,
박효정 기자가 보고 왔습니다.
[기자]
커다란 캔버스를 채운 푸른색 붓 터치. 가까이서 보면 오돌토돌한 표면에 물감이 스미듯 묻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캔버스 한장 구하기도 어렵던 시절, 하종현 화백은 마대 자루에 우연히 물감을 칠했다 새로운 기법을 발견합니다.
뒷면에 물감을 바르고 밀어올린 뒤 올 사이로 색이 배어 나오도록 하는 방식인데, 50년 이상 고수하며 화백의 상징이 됐습니다.
<하종현 / 화백> "마대 형태에 따라서 이상한 형태, 꼬부라진 형태도 나오고 굵은것 짧은것도 있고, 이러한 자연의 얼굴을 작품에 도입하는게 좋겠다"
단색화 거장으로 불리지만 2010년부터는 화면에 풍부한 색을 입히고, 새로운 기법도 시도했습니다.
나무 막대를 나란히 배열하고 사이에 물감을 짜넣는 작업은 그림 뒤에 숨은 고된 노동의 흔적마저 느껴집니다.
<하종현 / 화백> "한자리에 가만히 있기 싫었어요. (그림이) 조금 팔린다 하면 다른 짓을 해서 안 팔리는 쪽으로 가버리고, 배도 곯고 했는데 사실은 그게 좋은 것 같아요."
홍익대 교수로 연단에 섰고, 서울시립미술관장을 맡는 등 미술계 요직을 거쳤지만 천생 작가입니다.
2000년 일산에 마련한 거쳐 옆에 가건물을 세워 작업실과 수장고로 사용하면서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쉼없이 작업하고 있습니다.
<하종현 / 화백> "한동안은 (그림이) 잘 팔렸으면 좋겠는데, 이제는 가져갈까봐 겁나고, 안고 있따가 죽을때 가져가야 되겠다…"
마대 자루 그림을 시작으로 세계적인 거장이 된 하종현 화백, 이번 전시는 다음달 13일까지 이어집니다.
연합뉴스TV 박효정입니다. (bako@yna.co.kr)
<영상제공 : ArtDru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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