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에 피랍됐다는 사실을 주변에 털어놨다가 억울하게 실형을 선고 받았던 어부가 48년 만에 누명을 벗었습니다.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오늘(3일)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5년, 자격정지 5년을 받았던 신명구(73)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신 씨가 북한에 피랍된 지 53년, 실형 확정 이후 48년 만에 판결이 바로잡힌 겁니다.
신 씨는 1972년 2월 5일 연평도 근해에서 북한 경비정에 납치돼 같은 달 8일까지 평양 인근에 억류됐다 풀려났습니다.
이후 경찰은 구속영장도 없이 신 씨를 20일 가까이 구금하고 반공법 위반 혐의를 추궁했습니다.
경찰은 이때 신 씨에게 허위자백을 강요하면며 고문과 가혹행위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허위자백을 토대로 작성된 공소장에는 신 씨가 고향 사람들에게 북한을 찬양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북한에 갔더니 쌀밥과 고기를 주더라" 혹은 "평양 사람들은 옷도 잘 입고 건물도 높다", "도로는 넓고 시멘트로 잘 포장돼 있다" 등의 발언이 포함됐습니다.
법원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신 씨에게 실형을 선고했고 이는 최종심에서 확정됐습니다.
신 씨는 누명을 벗고자 "경찰이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로 허위 자백을 강요했다"며 지난해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재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당시 피의자 신문조서는 불법 구금과 고문, 회유 등을 토대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위법한 방식이어서 신빙성 있는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사건에서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반공법 위반 사실이 증명됐다고 할 수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선고 직후 "오랜 세월 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신 씨에게 위로를 건넸습니다.
신 씨는 재판을 마치고 나와 자신에게 납북 사실을 듣고 함께 재판에 넘겨져 처벌 받은 주변 사람들 또한 누명을 벗을 수 있게 재심을 청구해 달라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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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운(zwoon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