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에 대한 진화 작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번진 원인 중 하나로 '소나무'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소나무를 비롯한 침엽수는 활엽수보다 많은 열에너지를 가져 불이 지속되는 시간이 2배 이상 길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나무 송진은 정유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서 불이 잘 붙고 오래 지속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불이 붙은 솔방울이 사방으로 튄 다음, 강풍을 타고 멀리 날아가 산불을 확산시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소나무를 포함한 침염수림은 우리나라 전체 산림 중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020년 산림 기본 통계'에 따르면, 전체 산림 중 38.8%는 침염수림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나 이번에 산불 피해가 극심했던 경북은 전국에서 소나무 숲이 가장 많은 지역입니다.

전국 어디에 소나무가 주로 분포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현황 지도를 보면,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산불 피해가 컸던 경북 의성, 안동, 청송 등 경북 내륙 지역이 진한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소나무가 이렇게나 많은데, 앞으로 산불 피해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 소나무 대신, 불에 강한 활엽수 중심으로 숲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활엽수가 많으면 불이 커지지 않고, 물을 충분히 머금은 활엽수는 화마의 방패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숲가꾸기 사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숲가꾸기 사업은 불에 탈 것을 줄여 산불이 줄이겠다는 취지로 나무를 솎아베기 하는 정책인데, 홍 교수는 정부가 소나무림을 살리겠다고 산불에 강한 활엽수를 수십 년간 베어 왔다고 비판했습니다.
홍 교수는 "인간의 간섭이 빠르게 사라진 지금 우리 숲은 활엽수림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산림청은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림 유지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소나무는 죄가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병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재난·환경부장은 소나무가 전체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소나무들은 대부분 자생한 것으로, 소나무가 많이 자라는 지역은 봄철에 건조하고 척박하기 때문에 다른 나무들은 잘 자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지역에 소나무가 자라 숲을 만들고 낙엽을 떨어뜨리면, 토양의 양분이 풍부해집니다.
낙엽층이 쌓이고 쌓이면 그 속에 수분 함유량이 높아져 이후에는 다른 나무들도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고 이 부장은 설명했습니다.
이 부장은 대신 "죄 없는 소나무를 모두 다 베어낼 수는 없으니, 현실적으로 집이나 시설 주변의 빽빽한 소나무숲부터 듬성듬성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을 주변이나 문화 유산 주변, 특히 국가기관 시설 주변에 있는 빽빽한 소나무 숲을 솎아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듬성듬성하게 솎아내기를 하면 윗부분에 탈 물질이 없기 때문에 낙엽층만 태우면서 천천히 가게 된다"며 "집과 시설을 보호할 수 있고 소나무 자체도 불이 지나간 다음에 살아날 수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어제(27일) 식목일 나무심기 행사를 진행한 충북 제천시는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낙엽송 등 침엽수 대신 꿀을 생산할 수 있는 밀원수인 헛개나무 1만 4,500그루를 심었습니다.
최악의 산불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수종에 대한 고민을 포함해 임도 확대, 진화 헬기 확충, 기후위기 대응 등 다각도의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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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림(l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