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뉴스프리즘] 동네 빈집들, 우범지대? 문화공간?…변신은 어떻게
[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앵커]
저출생·고령화, 그리고 지방소멸 현상 등으로 빚어진 빈집 문제는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농촌 빈집뿐만 아니라 원도심의 빈집도 점점 늘어나면서 사회적 고민을 깊게 하는데요. 방치된 빈집은 안전사고나 범죄 위험에 노출되기 쉬워 인근 주민들도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각종 대책이 실시되어 왔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최근 빈집 정비사업에 다시 속도가 붙는 모습인데요. 빈집 실태와 실효적인 대책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빈집 정비사업 상황, 김예림 기자입니다.
[전국에 방치된 빈집 13만여채…팔 걷어 부친 정부 / 김예림 기자]
[기자]
서울 강북구의 한 복합 커뮤니티 시설입니다. 방과후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생과 다양한 문화 체험과 휴식을 원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원래 이 땅은 폐가가 된 빈집 여러 채가 십여 년 동안 방치되어 있던 땅이었습니다. 서울시가 빈집들을 매입했고 지금은 이렇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각 지자체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빈집 문제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난 2022년 기준, 전국의 빈집은 총 13만 2천여 호. 이중 농어촌의 빈집이 8만 9천여 호로 도시보다 두 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빈집을 둘러싼 복잡한 소유관계나 개인 사정 등으로 대부분의 빈집은 그저 방치되고 있는 실정. 이에 정부는 빈집이 몰려 있는 인구 감소 지역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빈집 정비 사업에 나섰습니다.
<이상민 / 행정안전부 장관(지난 9월)>
방치된 빈집들은 지역주민들의 생활환경 그리고 안전을 저해하고 특히 지역을 더욱 피폐화 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됩니다.
이를 위해 지자체를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진행해 총 1,500여 호의 빈집 소유자에게 정비 동의를 받았고, 이 중 인구가 감소하고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를 중심으로 870여 호를 철거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현재 철거를 진행 중인데, 빈집이 있던 자리는 3년간 주차장과 같이 공공 목적으로 활용하게 됩니다.
또 농촌 지역의 빈집을 정비해 주거와 창업, 업무 공간 등으로 새롭게 되살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빈집을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주택 정보와 주변 정보 등을 제공하는 '빈집은행'도 내년부터 운영할 계획입니다. 마을의 골칫거리였던 빈집이 지역 형편에 맞는 상생의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연합뉴스TV 김예림입니다.
#빈집 #농촌소멸 #인구감소
[이광빈 앵커]
방치된 빈집들은 지역의 애물단지로 전락해 있습니다. 빈집을 철거하면 재산세가 올라가, 방치를 부추기는 실정인데요. 경기도는 빈집 정비 시범사업을 시행하면서 행정안전부에 관련 세금 정비를 건의하고 나섰습니다. 서승택 기자가 관련 현장을 살펴봤습니다.
[빈집 정비 나선 경기도…철거 발목 잡는 재산세 완화 건의 / 서승택 기자]
[기자]
경기도내 빈집은 지난 6월 기준 3,726호입니다. 이 중 농어촌 지역이 2,483호로, 도시 빈집의 두 배정도 됩니다. 이렇게 남은 빈집은 지역의 애물단지로 전락합니다. 경기도도 빈집 정비사업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빈집 철거를 지원한 뒤 해당 공간을 공공 활용하거나 토지를 매입해 지역 주민들을 위한 시설로 만드는 겁니다.
지금 보시는 건물은 내년 2월 준공 예정인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신혼부부나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방치돼 주변에는 쓰레기 등 오물이 가득했지만 앞으로 지역 주민들을 위한 시설로 탈바꿈할 예정입니다.
주민들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심우현 / 경기 동두천시>
여기가 다 쓰러져가는 흉물 같은 건물이었거든요. 보기에도 안 좋고 그랬는데 시에서 아마 이걸 무료로 철거해 주고 3년 동안인가 이렇게 무상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주민으로서 봤을 때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도는 2021년부터 현재까지 294호의 빈집정비사업을 지원했고, 2026년까지 추가로 100호를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그런데 철거 시 나오는 세금이 빈집 정비의 장애물로 떠올랐습니다. 빈집을 철거하면 나대지에 토지세율로 재산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재산세가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해 사실상 철거도 못하고 방치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행정안전부에 건물을 철거하고 해당 부지를 공공 목적으로 활용할 경우 재산세를 감면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안을 제출했습니다. 건의안이 반영될 경우 도시빈집의 철거가 가속화하고 빈집 정비사업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성제 / 경기도청 도시재생과장>
저희는 공공 활용하고 있는 기간 동안 기간의 제한 없이 세부담 상한을 2프로로 제한을 해준다면 쓸모없는 빈집을 주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그런 공익적인 측면이 생길 수 있다. 이 점에서 저희가 세부담 상한을 조금 더 완화해주자라고 건의 드린 상황입니다.
도는 내년 상반기까지 빈집 실태조사를 마치고 철거할 빈집과 활용할 빈집, 소유자의 결정을 촉구할 빈집으로 나눠 빈집 정비계획을 수립할 예정입니다. 또 2029년까지 각 시군의 빈집정비계획 이행 여부와 성과를 평가해 빈집 해소에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입니다.
연합뉴스TV 서승택입니다.
#도시빈집 #정비사업 #경기도
[진행자 코너]
빈집을 방치할 경우 소유자가 제도적으로 경제적 불이익을 받게 되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빈집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이른바 '빈집세'가 주목을 받아왔는데요.
우리나라에도 일부 연관된 제도는 있습니다. 2018년에 시행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 특례법'은 도시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인데요. 지난 7월부터 시행된 농어촌정비법 개정안이 시행돼 농촌 지역 빈집에 대한 대책이 담겨 있습니다.
이들 법은 지자체 직권으로 방치된 빈집에 안전 조치를 하거나 철거하도록 합니다. 안전 문제가 있고 지역 경관을 훼손하는 빈집이 대상인데요. 지자체는 관련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소유주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거나, 직접 정비 또는 철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는 사례는 찾기 쉽지 않습니다. 강제 철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유주가 반발해 소송 제기 등을 할 수 있다는 부담이 크게 작용한다는 분석인데요. 해외에서는 과감하게 빈집세를 부과하는 선진국들이 많습니다.
프랑스는 빈집 소유자들이 부동산 시장에 집을 내놓도록 유도하기 위해 빈집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국세와 지방세 두 가지 형태로 세금을 걷는데요. 국세로는 빈집 임대료를 과세표준으로 삼아 최대 34%를 빈집 소유자에게 세금으로 물립니다. 또 지방세로 임대료의 18%를 부과합니다. 영국은 잉글랜드 지역에 2013년부터 2년 이상 거주하지 않은 빈집에 대해 재산세 일종인 지방정부세를 최대 200∼400%까지 중과세 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스코틀랜드 지역에선 1년 이상 빈집의 경우 최대 200%까지 중과세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의 밴쿠버시는 6개월 이상 빈집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2016년 말에 도입했습니다. 이후 밴쿠버시의 빈집 수는 감소 추세를 보이는데요. 일본은 오랫동안 집을 비운 채로 방치할 경우 주택용지에 대한 재산세 등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상속된 빈집을 매각할 경우 한시적으로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주기도 합니다.
여러 해외 사례를 살펴봤는데요. 빈집을 줄이기 위한 제도도 중요한 데, 강력한 행정적 실행 의지도 뒷받침되어야 하겠습니다.
[이광빈 앵커]
다시 우리나라 빈집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경기도 외 다른 지자체에서도 빈집이 멋진 카페와 음식점은 물론 공원, 도서관 등으로 재탄생하고 있는데요. 관련 모습, 천재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빈집의 변신은 '무죄'…관광 명소·주민 공간으로 재탄생 / 천재상 기자]
[기자]
옛 정취를 간직한 오래된 한옥. 안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강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납니다. 낡았지만 고풍스런 가구도 여전히 남아 그 쓰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바로 옆 양조장 창고는 퓨전 음식점으로 변모했고, 인근에는 청년들이 자주 찾는 카페도 문을 열었습니다.
버려진 담배가게였던 이곳은 이렇게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책방 겸 카페가 됐습니다. 이들 가게가 모여있는 충남 부여군의 일명 '자온길'은 서울에서 임대료 갈등을 겪어온 한 사업가의 도전에서 시작됐습니다. 이곳은 카페와 음식점 등이 자리 잡으면서 활기를 띠게 됐고, 곧 부여 도서관까지 옮겨올 예정입니다.
<박경아 / 세간 대표>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거리,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새롭게 뭔가 짓는 것보다 버려진 것들을 활용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전북 전주시에서는 빈집이 우리 전통 간식인 약과를 파는 카페로 변신했습니다. 과거 버려진 빈집이었다는 게 무색할 정도로 내부가 세련되게 바뀌어 손님들 반응이 좋습니다.
<최가희 / 전주 송천동>
예쁜 카페 찾다가 애기랑 같이 나들이 나왔는데 여기가 빈집이라고 들었는데 빈집 같지 않게 너무 잘 꾸며놨고 커피와 약과도 너무 맛있어요.
빈집을 상업시설이 아닌 주민 공동시설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전북 전주시에서는 빈집이 있던 자리에 작은 텃밭과 주차장 등을 조성했습니다.
충북 제천시에서도 빈집을 허물고, 그곳에 작은 공원을 조성해 주민들의 활용도가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전국에 산재해 있는 빈집을 일종의 자원으로 봐야 한다며 이를 활용해 도시의 특성을 살려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또 빈집 관련 데이터를 통합 활용하기 위한 부처 합동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황재훈 /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
(미국)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 가보면 빈집을 자원으로 생각해서 새로운 지역을, 신도시가 아니라 기존에 있는 도시에서 멸실을 하면서 새로 하나하나 끼워 넣으면서 도시의 특성을 만들어 나가는….
전국의 빈집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각 지자체가 벌이는 빈집 정비사업의 전문성 문제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힙니다.
실제로 전국에서 빈집이 가장 많은 지역인 부산시에서는 빈집 정비 전담팀을 꾸렸고, 서울시는 시민 공모를 통해 빈집 활용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천재상입니다.
#빈집 #자온길 #수다가든
[이광빈 앵커]
특정지역에 빈집이 생기면 주변 지역에서도 빈집이 늘어나는 전염현상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다 보면 각종 문제점이 확산하는 이른바 '깨진 유리창 이론'을 적용하기도 하는데요. 빈집이 늘어나면 마을이 슬럼화하고 범죄 장소로 악용되는 등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무허가 건축물을 포함한 빈집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이를 바탕으로 빈집 소유자들이 정비 및 철거, 매각 등을 하도록 유도하는 실효적인 방안이 다각도로 나오길 기대해보겠습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PD 임혜정
AD 최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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