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야는 이구동성으로 '단결'을 외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가 그 계기가 되었지만, 각기 그 속사정은 다른데요.
국민의힘은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파고들며 정국 반전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먼저 내분을 봉합해야 하는 상황이고,
민주당으로서는 지난 선거법 1심 판결을 계기로 이른바 '이재명 구하기'에 흐트러짐 없이 당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사법리스크가 깊게 드리워진 민주당 상황부터 들여다보겠습니다.
지난 15일. 이 대표에 대한 선거법 위반 1심 판결에서 집행유예가 나오자, 당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조승래 /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지난 15일)> "명백한 정치 판결입니다. 검찰이 시작한 윤석열 정권의 대선 후보 죽이기, 정적 말살 시도에 판결로 화답한 것입니다."
하지만 곳곳에서 당혹스러움도 감지됐습니다.
선고 전까지 당내에선 이 대표의 "무죄"를 자신했고, 설령 유죄가 일부 인정되더라도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 예상이 우세했는데요.
예상을 깬 중형이 나오자, 다가오는 위증교사 사건 1심에 더욱 긴장하며 단결을 다짐하는 분위깁니다.
<박찬대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지난 16일)> "똘똘 뭉쳐서 이재명 대표와 함께 흔들림 없이 싸워나가겠다는 의지가 강고하게 있었고요."
이후 말 그대로 모든 카드를 꺼내 '이재명 구하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매 주말 거리로 나가 김여사 특검법 수용 촉구를 외쳤고, 오는 28일 본회의에서는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탄핵안을 보고하기로 했고, 상설특검 후보 추천 때 여당을 배제하는 규칙 개정안과 '해병대원 순직사건' 국정조사 계획서도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당 지도부는 선을 긋고 있지만, 윤 대통령 탄핵과 임기 단축 개헌 논의에 참여하는 소속 의원들도 늘고 있습니다.
반면 기회를 맞은 쪽도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현실화를 정국 반전의 카드로 만들려는 태세입니다.
당정 갈등으로 인한 내홍도, 연이은 이 대표 재판을 계기로 가까스로 추스려가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여당 상황은 어떨까요.
국민의힘은 민생과 쇄신을 외치며 집권 여당 면모를 보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한동훈 / 국민의힘 대표(지난 18일)> "이재명 대표 재판이 이제 하나둘씩 선고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반사이익에 기대거나 그렇다고 오버하지도 않겠습니다."
이와 동시에 이 대표 재판 생중계를 압박하며, 사법리스크를 겨냥한 공세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혐의 사건에서 재판 지연 꼼수가 없는지 철저히 감시하겠다며 '재판지연방지TF'를 띄웠고, 민주당의 김여사 특검법 공세에 대해서는 '이 대표 방탄용'이라며 더욱 거세게 맞받았습니다.
<추경호 / 국민의힘 원내대표(지난 18일)>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할 일은 범죄 방탄 아스팔트 정치를 중단하고 사법부의 판단을 겸허히 기다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시 열리는 거부권 정국, 28일 본회의에서 예상되는 김여사 특검법 재표결, 야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이는 각종 대여 압박용 법안 대응은 고민거리입니다.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특검법 가결을 막아왔지만, 아직 완전히 해소되었다 보기 어려운 계파 간 긴장감은 여전해보입니다.
여기에 더해 한동훈 대표 가족 이름으로 윤 대통령 부부 비방글이 작성됐다는 당원게시판 논란은, 잠복한 계파 갈등을 다시 수면 위로 드러냈습니다.
친윤계에선 당 자체 조사인 당무감사를 요구한 반면, 친한계는 추가적인 조사는 당력 낭비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여당 내 또다시 갈등 조짐이 보이면서, 민생을 챙기는 집권 여당의 면모는커녕,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한 반사이익조차 거두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재판, 특검 정국을 놓고 여야가 각기 다른 셈법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것 같습니다.
겨울의 문턱으로 향하는 늦가을, 여야 모두에게 정국 분수령으로 작용할 계절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e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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