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촌한옥마을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서울의 대표 관광지죠.
동시에 과잉 관광, 일명 '오버투어리즘' 때문에 오랫동안 몸살을 앓아왔습니다.
밤낮없이 집 대문 앞에서 서성이는 관광객 때문에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자, 종로구가 이번 달부터 특단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바로 관광객 출입제한입니다.
항상 제한하는 건 아니고요.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아침 10시까지는 출입이 안 되는데요.
주민들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이지만, 과연 최선의 대책인지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영상으로 함께 보시죠.
[기자]
지난 6일, 서울 북촌한옥마을.
평일인데도 골목 곳곳이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입니다.
<리나 / 일본인 관광객> "일본에서 왔고, 4일 동안 서울에 머물 예정입니다. 사진도 많이 찍었고, 전통이 남아있는 거리를 구경했습니다."
지금 시간이 오후 1시인데요.
관광객 발걸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약 4시간 뒤인 오후 5시부터는 이곳에 관광객 출입이 제한됩니다.
출입제한 시간이 되자, 현장 안내원은 관광객들이 한옥마을 밖으로 나가도록 안내합니다.
<현장음> "Please, Go out. We're closing this area. (나가주세요. 북촌한옥마을 출입을 제한합니다.)"
제한 시간은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이번 달 1일부터 주민이나 호텔 투숙객이 아닌 관광객은 이 시간 동안 북촌한옥마을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주민들은 잃었던 평화를 되찾았다는 반응입니다.
<류보람 / 북촌한옥마을 주민> "집에 올 때면 항상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집에 들어가는 것도 힘들 정도로… 이제 그런 부분이 전혀 없어서, 사실 기대한 것보다 더 많은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평화롭고 조용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반면 상인들은 출입제한 조치 때문에 영업에 피해가 많다고 호소합니다.
<현장 안내원> "상인 분들은 장사가 안 되니까 싫다고 하시는 분도 있고…."
<북촌한옥마을 A가게 사장> "피해가 많겠죠. (피해가 많으세요?) 많죠. 오전 11시, 12시까지 장사가 안 되죠. 장사는 오후 4시되면 끝나죠. 왜 우리들한테 한 번도 문의를 안 하고 (출입제한을) 시작했을까… 우리도 살아갈 권리가 있는데…."
출입제한 조치 덕분에 늦은 밤 북촌한옥마을은 고요함을 되찾았지만, 관광객 출입이 허용되는 시간에는 과잉 관광, 일명 '오버투어리즘'의 폐해가 여전했습니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 대문에 바짝 붙어 사진을 찍는 건 기본이고, 문 앞에 아예 걸터앉는 관광객도 쉽게 눈에 띄었습니다.
주민과 관광객 사이 크고 작은 소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북촌한옥마을 주민> "Get out, get out! (나가세요, 나가세요!)"
지금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란수 /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교수> "그동안 지역주민들의 피해가 많았기 때문에, (출입제한을) 시범적으로 적용한 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조건 못 오게 하면 결국 지역 주민과 상인들의 분란만 커지는 부분이 있거든요. 정책적인, 제도적인 것들의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계도기간이 끝난 뒤인 내년 3월부터는 출입제한 위반 시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하는데, 단 며칠 동안만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과태료를 어떻게 부과할 건지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권영두 / 북촌동양문화박물관 관장> "이게 너무 성급한 조치 아닌가… 벌금을 물렸을 때, 과연 순순히 벌금을 "죄송합니다" 하고 내고 갈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더 지혜를 모으고, 주민들 피해도 최대한으로 막고…."
국내 최초 관광객 출입 제한이라는 특단의 조치가 내려진 북촌한옥마을.
아름다운 정취를 보존하면서, 관광 산업과도 조화를 이루는 묘안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연합뉴스TV 구하림입니다. (halimk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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