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취재 이후를 들어보는 시간, 뉴스 AS입니다.
지난 2022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팀장으로 근무하던 최모 씨가 무려 46억 원을 횡령해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1년 4개월 만에 필리핀에서 검거돼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는데요.
단독 범행인 줄 알았는데 공범이 드러났고, 또 횡령한 돈을 모두 탕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거 이후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오늘 사회부 이상현 기자와 사건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상현 기자, 먼저 사건 개요 간단히 정리해주시죠.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벌어진 역대급 횡령 사건이 알려진 건 지난 2022년 9월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에서 재정관리팀장으로 근무하던 최모 씨가 자신의 계좌로 46억 원을 빼돌려 달아난 건데요.
뒤늦게 횡령 사실을 파악한 공단 측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최 씨는 이미 해외로 도피한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곧바로 최 씨의 여권을 무효화한 뒤 인터폴 적색 수배를 내리고 추적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필리핀이 7천 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어 추적에 애를 먹었는데요.
다행히 필리핀 현지 경찰과 한인 커뮤니티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올해 초, 마닐라의 한 고급 리조트에서 검거하며 1년 4개월 동안의 도주극이 막을 내렸습니다.
거 당시 모습 한 번 보시죠.
<필리핀 현지 파견 경찰 / (지난 1월)> "이민청에서 오셨어요. 왜 뵈러 왔는지 아시죠? 집에 가실 때 됐어요. 이제."
[앵커]
사건이 알려진 당시 어떻게 팀장급 직원이 이렇게 어마어마한 돈을 빼돌릴 수 있었는지가 가장 논란이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당시 국민건강보험공단 결재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는데요.
범행을 저지른 최 씨는 당시 재정관리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돈을 입출금하거나 결재하는 1차 책임자였는데요.
건보공단은 당시 팀장급 직원이 상급자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고도 결재를 마무리할 수 있는 위임 전결 시스템을 팀장급 직원에게도 부여한 상태였습니다.
사실상 최 팀장이 자체적으로 결재를 해서 돈을 입출금하는 것을 알아채거나 막을 사람이 없었던 겁니다.
이번에 횡령한 돈은 요양병원 지급 보류액인데요.
공단에서 지급하는 요양보호 관련 비용이 있는데 만약 해당 의료기관이 의료법에 위반된 행위를 했다고 하면 이 돈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습니다.
최 팀장은 문제가 있었던 병원의 의료법 위반 논란이 해소된 것처럼 꾸며 돈을 지급하는 척하면서 이를 자신의 계좌에 넣은 겁니다.
이렇게 입금한 금액이 처음 넉 달간인 4월에서 7월까지는 모두 1억 원이었지만, 9월이 되자 3억 원으로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졌습니다.
그리고 발각 이틀 전인 21일에는 42억 원을 한꺼번에 입금했습니다.
첫 횡령 금액은 단돈 천 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불과 6개월 사이 바늘 도둑이 엄청난 소 도둑으로 변한 꼴입니다.
[앵커]
최 씨를 검거해서 벌써 1심 판결까지 나왔는데 돈은 회수할 수 없는 건가요?
[기자]
네 최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앞서 검찰은 최 씨가 횡령 자금을 가상화폐로 환전해 은닉한 것으로 보고 39억 원을 추징하고 징역 25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는데요.
그러나 재판부는 "범죄수익을 은닉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추징 명령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최 씨는 범죄수익을 코인과 선물 거래 등으로 모두 탕진했다고 했는데 재판부는 최 씨와 마찬가지로 피해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봤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최 씨의 국내 계좌 등에서 회수한 돈은 고작 7억 원 정도로 나머지 39억 원은 사실상 회수할 수 없게 됐습니다.
최 씨는 검거 직후 모든 혐의를 인정했고 취재진 앞에선 죄송하다고도 말했는데요. 짧지만 당시 목소리 들어보시죠.
<최 모 씨 / 횡령 피고인 (지난 1월)> "회사에 진심으로 죄송하고 국민께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공범은 없으신가요?) 없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죄송하다고 말한 것과 달리 최 씨는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입니다.
검찰 역시 범죄수익 은닉 혐의가 무죄가 나온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했습니다.
[앵커]
전 국민을 분노하게 한 사건인데 반성 대신 항소를 했다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런데 최 씨는 무엇 때문에 이러한 범행을 저지른 건가요?
[기자]
횡령 사실이 알려졌을 초기만 해도 공단 내부에서는 누구도 최 씨를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이미 휴가를 내고 자리를 비운 데다 평소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라 범행을 저질렀을 거란 의심을 하지 못한 겁니다.
최 씨는 이혼을 한 상태라 부양할 가족도 없었고 주변에 투자나 주식 등을 권유한 적도 없었습니다.
범행을 저지른 사람이 최 씨로 알려지자 공단 직원 대부분이 놀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최 씨가 가상화폐 투자 실패 등으로 많은 빚을 지게 되자 채무변제와 추가 투자를 위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횡령한 돈도 가상화폐와 선물 투자를 하다 모두 탕진했는데 결국 한탕주의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처음에는 최 씨의 단독 범행으로 알려졌는데 뒤늦게 밝혀진 공범이 있었다고요?
[기자]
최 씨의 공범 역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내부에 있었습니다.
43살 여성 조모 씨로 최 씨의 직장 동료였습니다.
조 씨는 최 씨가 필리핀에서 도피 생활을 할 당시 최 씨의 가상화폐 전자지갑에 도피자금 명목으로 1,670만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조 씨는 재판 과정에서 도피 중 생활고를 겪는 최씨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돈을 보내준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재판부는 조 씨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할 수 없고 미필적으로나마 고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건보공단 측은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 5월 조 씨를 파면했습니다.
[앵커]
횡령한 돈이 사실상 국민의 혈세에 해당하는 만큼 두 번 다시 발생해선 안 되는 사건인데요, 재발 방지책은 마련됐나요?
[기자]
네 당시 사건이 알려지고 바로 다음 달이 국정감사여서 보건복지위원들에게 정말 뭇매를 맞았는데요.
다수의 의원은 팀장급 직원이 혼자서 할 수 있는 결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건보공단은 비상대책반을 꾸려 경영 전반에 걸쳐 전사적인 경영 혁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요.
우선 지출 원인을 관리하는 부서와 돈을 지급하는 부서를 완전히 분리해 계좌번호 조작을 불가능하게 했습니다.
또 지난해 재무회계 분야와 관련해 외부 전문기관의 컨설팅을 받아 현금 지출업무 전반을 상시 지켜볼 수 있는 이상거래탐지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여기서 끝낸 게 아니라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유사 범죄를 차단하기 위해 지금도 전 업무에 대해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당시 횡령 사건과 관련해서는 최 씨의 상급자 3명에 대해 정직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앵커]
국민건강보험공단뿐 아니라 국민의 세금이 쓰이는 곳이라면 다시는 이러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해 보입니다.
최 씨와 관련해서는 항소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이상현 기자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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