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외국인 노동자 18명의 생명을 앗아간 경기도 화성 화재.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과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 문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혐오 문제 등을 되돌아보게 하고 있습니다.
먼저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 파견 실태를 이화영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화성 화재 이면엔 이주노동자 불법 파견?…만연한 실상 / 이화영 기자]
[기자]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로 사망한 이주노동자들이 불법 파견됐다는 의혹은 짙어지고 있습니다.
희생된 이주노동자들이 했던 1차 전지 검수와 포장은 파견이 금지된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일 가능성이 큽니다. 또 아리셀에 노동자들은 보낸 업체 메이셀은 파견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노동 당국은 법 위반 의심 정황들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민길수/고용노동부 지역사고수습본부장 (지난달 28일)> "수사팀을 꾸려 조사 중에 있습니다. 향후 법 위반 여부를 철저하게 확인하여 엄중 조치하겠습니다."
현행법상 파견은 32개 업종과 허가된 사업체를 통해 가능하지만, 불법은 만연합니다.
파견금지 업종 파견이나 무허가 파견의 경우, 매해 전체 법 위반 진정 사건 중 50% 안팎의 비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실제로는 원청이 지휘·감독하는 파견이지만, 도급 형식을 띠는 형태가 현장에서 빈번하다고 설명합니다.
<박정준/노무사·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원청에서 특정한 금액을 제시하면 하청업체가 금액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불합리한 금액을 수령한 하청업체는 당연히 거기 소속된 노동자들한테 원청에 있는 노동자들보다 안 좋은 노동조건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내국인들의 중소제조업 기피로 이주노동자들이 점점 더 불법 파견자 자리를 메우는 현실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은 파견이나 도급 등 고용 형태를 알기가 쉽지 않아 문제가 더 큽니다.
<김광일/이주노동자 전문 노무사> "일단 사회문화적으로 경험이 적고 언어적 소통도 어려운…이주노동자들이 내가 지금 일하러 가는 게 파견인지 도급인지, 파견이면 불법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잘 알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거죠."
전문가들은 불법 파견을 막고 참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노동 당국이 법 위반 사항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박정준/노무사·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노동 당국의 지속적인 감독이나 엄격한 법 집행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김광일/이주노동자 전문 노무사> "파견법에서 정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관할 행정 관서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어느 정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요."
그간 노동 당국의 관리·감독이 소홀한 틈을 타 불법 파견이 만연해졌고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입니다.
연합뉴스TV 이화영입니다.
#화성_참사 #이주노동자 #파견 #도급
[이광빈 기자]
최근 조선업계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두드러지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경기 불황으로 대규모 명예퇴직 및 정리해고를 했던 조선업계가 다시 호황을 맞으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거 고용하는 건데요. 그러나 이들에 대한 안전관리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게 현실입니다.
김영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조선업 호황에 대거 늘어난 외국인 근로자…안전관리는 '사각' / 김영민 기자]
[기자]
코로나 이후 수주 호황을 맞은 조선산업. 조선업계 빅3로 불리는 HD현대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모두 3, 4년 치 일감을 일찌감치 수주받았습니다.
하지만 2016년 조선업 구조조정 이후 약 10만 명의 노동자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정작 배를 만들 일손은 부족했습니다.
조선업계는 비정규직에다가 위험도 높은 작업 환경에 국내 인력 확보가 어려워지자, 지난해부터 해외로 눈을 돌려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들여오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도 비자 제도를 개선하는 등 외국인 인력 투입에 힘을 보탰습니다.
그러자 체류자격을 가진 이주노동자는 2022년 말 약 2천 명에서 지난 5월 기준 7천 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실제 조선소가 충원한 인력 10명 중 8명은 모두 외국인 노동자였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유입은 크게 늘었지만, 이들에 대한 안전은 여전히 위협받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조선소에서는 10건의 중대 재해가 발생했고, 14명이 숨졌습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4배가량 늘어난 겁니다. 대부분 하청노동자였는데, 이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는 2명이었습니다.
이들은 조선소에서 사고가 급증한 원인으로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정부가 전문인력 비자에 대해 한시적으로 조건을 완화했는데, 현장에서는 소통이 안 돼 안전사고 위험만 가중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김춘택/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사무장> "최근에 한 발판업체에서 노동자가 사다리에서 일하다가 떨어져서 골절 사고를 당했는데 한 반이 10명인데 한국 노동자는 1명이고 9명이 이주노동자였는데 국적이 4개 국적이었습니다. 이 노동자들이 전부 한국어는 잘 못하는 노동자들이거든요."
비정규직으로 채용된다는 점도 산재 위험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장시간 노동에 몰리는 것은 물론 다쳐도 제대로 치료받기 힘든 환경에 처하기 쉬운 셈입니다.
<김중희/거제시 비정규직 노동자 지원센터 사무국장> "작년부터 들어왔던 이 친구들은 1년 단위로 계약을 합니다. 그래서 (사업주) 마음에 안 들면 재계약을 거부합니다. 그러니 이 친구들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해야 합니다. 잔업, 특근 다 해야 되고…."
<이철승/경남이주민센터 대표> "위험하고 열악한 곳은 하청으로 돌리고 하청은 결국 외주로 넘어가는 거고 이제는 외주가 아니고 이주노동자로 대체되는, 그래서 위험의 외주화가 아니라 위험의 이주화라고 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외국인 노동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저임금과 위험한 작업환경을 이유로 조선소를 떠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거 데려왔지만, 정작 제대로 된 안전관리는 뒷전인 상황입니다.
연합뉴스TV 김영민입니다.
#조선소 #외국인 #노동자 #비자
[진행자 코너]
화성 화재 참사에 많은 시민이 애도를 표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서도 외국인 노동자, 중국 동포에 대한 혐오 표현이 적지 않아 시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주로 인터넷 댓글을 통해 나타나는데요. 혐오 발언에 대한 2차 가해를 지적하는 기사에조차 혐오성 댓글이 넘쳐납니다. 포털 댓글에서 이용자 대표성을 찾기는 어렵지만, 외국인이 이런 댓글창을 본다면 우리 시민사회 수준을 오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해봅니다.
특히 중국 동포를 겨냥한 혐오 표현이 많은데요. "조선족이 왜 중국 동포냐", "중국인들 떠나라"는 정도의 표현은 양반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현장의 중국 동포가 나쁜 마음으로 불을 지른 것 아니냐는 식의 도를 넘은 악성 댓글들도 횡행합니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혐오, 증오 댓글은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당장에 시민사회의 건강성을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이주노동자와 이민자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혐오와 증오의 싹을 키워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서구 사회에선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감소로 부족해진 노동력을 외국인이 메우기 시작한 지 오래됐습니다. 이민자가 경제를 지탱하게 한 요인 중 하나인 셈이죠. 최근 유럽의 경우 중동과 아프리카, 우크라이나에서 밀려드는 난민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데요.
유럽 각국은 인도주의적 차원으로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난민이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길 기대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는다', '범죄를 저지른다'는 식의 선동과 혐오로 극단주의 세력이 힘을 얻는 등의 부작용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서구 사회가 직면한 중대한 도전이기도 합니다.
제가 독일 수도 베를린에 특파원으로 있을 때인 2018년, 유럽에서 아시아 여성들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비판하는 전시회를 취재한 적이 있는데요.
독일의 한국계 이민 2세인 최선주 영화감독 겸 작가가 만든 작품에서 1968년 독일에 처음 도착한 파독 간호사와 관련된 영상과 사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영상에서는 간호사들과 함께 비행기에서 내린 독일 매니저에게 한 독일 방송사 리포터가 다가가 "몇 개를 더 구할 수 있느냐"고 묻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몇 명의 간호사가 한국으로부터 더 오느냐는 취지의 질문인데, 파독 간호사를 물건 취급하는 표현을 쓴 겁니다. 당시 한 신문이 파독 간호사들을 계단에 모델처럼 나란히 줄지어 서도록 연출해 게재한 사진도 공개됐습니다.
당시 파독 간호사, 파독 광부들은 고국의 가족에게 힘들게 번 돈을 부쳤죠. '한강의 기적'에 종잣돈이었습니다. 귀국한 분들도 있지만, 독일 사회에서 뿌리를 내리고 한국계 독일인, 독일의 주권자로서 살아가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런 과거, 한 번 되새겨봐야 할 때가 아닐까요.
[이광빈 기자]
화성 화재 참사는 산업재해로부터 보호받기 어려운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 계기였는데요. 외국인 노동자는 점점 늘고 있는데, 이들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관련 내용은 이은정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안전은 뒷전"…법 사각지대 놓인 외국인 노동자 / 이은정 기자]
<아리셀 근무 여직원(지난달 30일)> "안전 교육도 받은 것도 없고요. 그냥 출근해서부터 앉아서 우리는 머리 숙이고 일만 했거든요."
외국인 노동자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 함께 일했던 동료는 지금껏 회사의 안전 교육은 없었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실제로 사망자 대다수가 발견된 곳은 대피로가 아닌 출입문 반대편.
그동안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거란 걸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마련된 산업안전보건법.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정기적으로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특히 위험한 작업일 경우 필요한 교육을 추가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일용직 노동자나 외국인 노동자도 예외가 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교육 내용이나 형식까지 정해져 있진 않아 실제 현장에선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게 현실입니다.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각지대로 내몰리기 더욱 쉬운 구조인 겁니다.
혹여 사고를 당하더라도 보상을 받기까지 첩첩산중입니다. 파견 외국인 노동자들은 4대 보험과 같은 각종 사회보장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리셀에 인력을 보냈던 메이셀은 4대 보험 중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가입했지만,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길이 없는 건 아닙니다. 산재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사업장이더라도 근로복지공단이 직권으로 조사해 외국인 근로자의 피보험 자격을 판단합니다. 불법 체류자라도 산재를 당한 경우 절차를 거친다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회사의 승인 없이 산재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8.8%에 그쳤습니다.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런 사실을 모르거나 알아도 언어장벽, 고용불안 등으로 실제 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국회에서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관리·감독이 소홀했다는 질타가 잇따랐습니다.
<김위상/국민의힘 의원(지난달 28일)> "값싼 임금으로 외국인 노동자 채용을 늘리고 있지만, 산업 안전은 뒷전인 후진적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참사입니다."
<박정/더불어민주당 의원(지난달 28일)> "대부분 일용직 파견 외국인 노동자이기 때문에 이런 교육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산업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또 다른 참사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연합뉴스TV 이은정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
[클로징: 이광빈 기자]
화성 화재 참사를 계기로 외국 언론들도 우리나라의 외국인 노동력 의존도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수십년간 낮은 출산율로 고통받아온 한국은 점점 더 현지인들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이주노동자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은 노동환경 개선 노력에도 여전히 산업재해가 잦다고 비판했습니다.
저출생 여파로 경제성장의 핵심 기반인 생산가능인구가 20년 후에 약 1천만 명이나 줄어들 전망입니다. 외국인 노동 인력에 대한 수요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요.
노동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자세하게 살펴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무엇보다 이주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각도 달라져야겠습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PD 임혜정
AD 최한민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