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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내고 늦게 받을까'…국민연금 개편 '갈등의 서막'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경제

연합뉴스TV '더 내고 늦게 받을까'…국민연금 개편 '갈등의 서막'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 송고시간 2023-09-02 22:00:00
'더 내고 늦게 받을까'…국민연금 개편 '갈등의 서막'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국민연금 개편 문제, 정치권과 정부 입장에선 참 '뜨거운 감자'입니다. 손을 대긴 해야 하는 데, 이해관계가 극명히 달라 갈등의 폭발력이 큰 사안입니다.

국민연금 고갈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경고음이 커지면서, 이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국민연금 개편을 둘러싼 논의 상황과 갈등 먼저 김유아 기자입니다.

[국민연금 2055년 고갈 전망…'더 당겨질라' 불안감 / 김유아 기자]

[기자]

1988년 출범해 최근까지 1,000조원 가까이 불며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

작년 기준 수급자는 667만여 명, 수령액은 실제 낸 돈의 2~3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그간 노후 생활자금으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30년은 다를 것이란 우려 섞인 관측이 제기됩니다.

연기금이 2040년 1,755조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가 서서히 줄어 적자로 돌아선 뒤 결국 바닥 날 것이란 전망 때문입니다.

고갈된다고 지목된 시기는 2055년.

1990년생이 수령을 시작하는 때인데, 이 즈음이면 연기금은 47조 적자만 떠안고 있을 거란 가능성에 힘이 실립니다.

노후에 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젊은 층 사이 퍼지는 이유입니다.

<조재희 / 대학생> "(국민연금을)좀 적게 받을 거 같아요. 사람들은 많이 늘어나는데 출생은 줄어들고 있으니까…혜택 같은 게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고…"

<조유솜 / 대학생> "현재 구조로서는 국민연금이 지속해서 지불되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할 의무는 무엇인지, 사회적 이득은 어떤 것이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출산율이 오르지 않고 기대수명은 늘어나는 현재 추세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2050년에는 노동 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시대로 전환할 거란 예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의무가 없는데도 자발적으로 가입한 사람은 크게 줄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자발적인 가입자 수는 2021년 말 약 94만 명에서 작년 말 86만6,000여 명으로 8%가량 감소했습니다.

2017년 67만 명, 2018년 80만 명, 2019년 82만 명, 2020년 88만 명까지 기록했다가 우하향으로 방향을 튼 겁니다.

건강보험료 개편 영향이 컸다고 분석되지만, 향후 여러 요인으로 연기금 고갈 시점이 점점 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추세를 단기간에 되돌리기는 더욱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박명호 /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인구 구조 변화 문제뿐만 아니라 기금운용 수익률 조차도 현재 예상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갈 시점이 당겨질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 소득을 보장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힘든 상황이라는 걸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초부터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출범했다는 지적에도 수십년간 이어져 온 국민연금 제도를 이제는 모든 세대가 공평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시급히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김유아입니다.

[이광빈 기자]

국민연금 개편은 보험료율 인상과 지급연령 연장 문제가 핵심인데요.

최근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내놓은 최종 보고서에는 무려 18개 시나리오가 담겨 있습니다. 재정을 70년 동안 유지시키는데 방점이 찍혔다는데, 정부가 어떤 조합을 내놓을지가 관심이 되고 있습니다.

복잡한 연금개혁의 방정식을 홍서현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복잡해진 연금개혁 방정식…"70년 기금 유지 방점"/ 홍서현 기자]

[기자]

국민연금 개혁의 밑그림이 될 재정계산위원회의 최종 보고서.

'더 내고, 늦게 받는다'는 방향성은 정해졌는데, '얼마나' 더 내고, 몇년이나 뒤늦게 받을 지는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보험료율은 현재 9%에서 12%, 15%, 18%로 각각 올리는 방안이 담겼습니다.

수급 개시 연령은 2033년 65세가 될 때까지 5년에 1살씩 늦춰지는 중인데, 이를 66세와 67세, 68세로 더 늦추는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기금 운용수익률을 0.5~1%포인트 올리는 방안도 검토되는데, 이 변수들을 조합하면 18개의 경우의 수가 나옵니다.

이 가운데 15%로 보험료율을 올리고 68세로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시각입니다.

<양재진 /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15%까지 보험료를 올리고 그 다음 수급 연령은 65세부터 받게 되는 것을 68세까지 서서히 조금 늦추고, 1%포인트 정도 수익률을 더 제고하는 것 이렇게 세 가지 조합을 하면 2093년에 8.5년치가 남아있는 그 정도로 재정안정화 구조를…"

이 가운데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시나리오는 빠지며 논란도 일었습니다.

소득대체율은 은퇴 뒤 받는 연금액이 은퇴 전 소득에 비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소득대체율을 현행 40%로 유지하는 경우만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남찬섭 /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뒷세대는 실제 연금 가입 기간이 우리들보다 한 7~8년 더 길어짐에도 불구하고 실제 연금 급여 수준은 낮아집니다. 가입기간을 늘리는 조치도 필요하지만 법정 (소득)대체율 자체를 올려놔야…"

정부의 재정 투입도 변수로 남아있습니다.

우리 정부의 공적연금 지출은 GDP 대비 2.8%로 OECD 회원국 평균인 7.7%의 절반도 채 되지 않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인 김우창 카이스트 교수는 '3-1-1.5' 개혁안을 제안했습니다.

보험료를 3%포인트 올리고, 매년 GDP의 1%에 해당하는 정부 재정을 투입하고, 기금 운용수익률을 1.5%포인트 올리면 기금을 GDP 대비 120% 수준으로 100년 이상 유지할 수 있다는 겁니다.

<김우창 /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 "보험료 인상만으로 균형 상태를 달성하는 건 이미 시점이 지났고, 보험료하고 기금하고 재정이 동시에 움직여줘야지 임계점을 넘는 안정 상태로 갈 수 있는 시점이 와버렸습니다."

보험료율 인상과 수급 개시 연령 조정 등 수많은 변수 사이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정부안을 만들어 다음달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입니다.

연합뉴스TV 홍서현입니다.

#국민연금 #연금개혁 #재정계산위원회

[코너 : 이광빈 기자]

신세계 상무였던 정경아씨는 지난 6월 '어느 대기업 임원의 퇴직 일기'라는 에세이를 펴냈는데요. '임원으로 올라가는 데 30년, 내려가는 데 3초'가 걸렸다면서, 퇴직 후 강남의 한 학원에서 상담실장으로 일하면서 최저 시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기업에선 아무리 성공가도를 달려도 50대 초중반에 떠밀려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전문직이 아닌 이상 재취업이 쉽지 않아 경제적,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야기들을 언론매체 등을 통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운 좋게 정년 60세를 채우더라도 국민연금은 현재 63세부터 받을 수 있습니다. 2033년부터는 65세부터 받게 되는데요. 정년 이후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 3∼5년 간 소득 공백이 있습니다. 정년퇴직을 하더라도 이 기간에 일을 하거나, 버틸 수 있는 돈을 모아 놓아야 한다는 이야깁니다.

국민연금 수급 시기가 65세보다 더 늦춰진다면 소득 공백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정년 연장 문제가 같이 논의되고 있는데요. 정년 연장 역시 국민연금 조정 문제만큼 풀기 어려운 숙제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올해 연금 개편이 이뤄지기 전까지 정년이 62세이고, 은퇴하면 바로 연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연금 재정 문제가 심각해지자 프랑스 정부가 정년을 64세로 2년 연장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대규모 반대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은퇴 시기가 연기된 데 대해 불만이 쏟아졌습니다. 입법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했던 점도 시민의 불만을 자극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정년 연장 방정식은 복잡합니다. 기업은 비용 문제로, 노조는 임금체계 등의 문제로 합의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정년 연장에 대한 입장은 시민들이 각자 처한 환경에 따라 매우 다릅니다. 부정적인 의견에는 실제 정년이 보장되는 일자리가 적다는 점이 자리합니다. 공공기관과 노조가 강한 대기업의 생산직을 위주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게 현실입니다.

주요 일자리의 평균 퇴직 연령이 49세 정도에 불과해 법적 정년 60세에 비해 10년 이상 빨리 퇴직을 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퇴직 사유도 10명 중 1명 정도 만이 정년퇴직을 했고, 10명 중 4명 정도는 권고사직과 정리해고 등 비자발적 조기퇴직을 했습니다.

여기에 프랑스처럼 '언제까지 일해야 하는 거냐, 노후를 즐길 권리를 달라'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반면, 제조업 분야 주요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는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정년을 64세까지 연장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는데요. 특히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등 연금 개편 논의 주체에선 최소 1년 이상의 정년 연장 필요성이 제기되는 분위깁니다. 이렇게 정년 연장을 둘러싼 맹점이 있는데요.

정년 보장이 되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정년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안정된 일자리에 재진입할 수 있게 하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는 연금 개혁을 적극 추진하겠다지만 지금까지 뚜렷한 진전은 없는 상황입니다. 아무래도 전국민의 이해가 얽혀있다보니 좌고우면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당장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연금개혁을 말할 수 있을까요.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차승은 기자입니다.

[벼랑 끝 선 연금 개혁…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 차승은 기자]

[기자]

연금 개혁을 대선 공약이자 핵심 국정과제으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

<(지난해 5월 16일)> "(연금 개혁 등은)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게 되고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습니다."

최근에도 임기 안에 연금개혁 합의를 끝내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습니다.

<조규홍 / 보건복지부 장관(지난 30일/SBS 라디오)> "국민께 약속드린 대로 이번 정부 임기 내에 연금개혁의 골격과 합의를 도출해내겠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논의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개혁의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여론 눈치를 보며 논의를 차일피일 미뤄온 겁니다.

지난해 10월 말 연금특위를 출범한 국회는 올해 1월 개혁안 초안 도출이 목표였지만 돌연 공적연금 구조 개혁을 먼저 하겠다면서 역린인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은 정부의 몫으로 넘겼습니다.

<강기윤 / 국회 연금특위 국민의힘 간사(지난 2월 8일)> "(모수개혁은) 정부가 재정 추계에 따라서 5년마다 이렇게 하게 돼 있는 내용들인데 우리 연금개혁특위에서 이와 같은 부분들은 지금 논할 입장이 아니다…"

연금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도 지난 3월, 얼마를 더 내고 덜 받는지 결정을 정치권으로 미뤘습니다.

자문위는 이달 중순까지 토론회로 의견 수렴을 마친 뒤,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기로 했지만 자문위가 구체적인 수치를 담는 부담을 떠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연금특위의 활동 시한이 두 달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자문위의 의견을 참고로 국회 개혁안을 내기까지 여야의 합의도 넘어야 할 산입니다.

결국 오는 10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할 개혁안만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커졌는데, 내년 4월 총선을 6개월 앞두고 논의의 동력이 떨어질 거란 우려가 나옵니다.

<석재은 /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총선 전에 하기가 조금 어려울 거 같고… 총선 전이라고 했을 때는 어떻게든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되는 건데…"

"연금개혁은 역대 정부에서 역점 과제로 꼽혀 왔지만 모두 용두사미에 그쳤습니다.

개혁이 늦어질수록 미래 세대가 질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번 정부에서는 지지부진한 개혁 논의를 끝맺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연합뉴스TV 차승은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우리나라는 2070년에는 고령인구가 생산연령인구를 넘어설 거라고 전망됩니다. 특히 노인인구 부양비용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거라는 분석입니다. 가뜩이나 2055년에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데, 저출생 현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고갈이 더 빨리 진행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이러한 저출산 고령화가 국민연금에 미치는 영향 외에도,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낮아 실효성있는 연금이 되지 못한다는 점도 꾸준히 지적돼 왔습니다.

국민연금 개편 과정, 갈등의 연속일 겁니다. 미래세대를 위한다는 대의로만 풀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현실 세대의 고충만을 감안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사회의 노동시장 구조, 청년세대 일자리, 저출생 문제, 미래세대 부담 등이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갈등 능력이 시험대에 올라있는데요. 지혜롭게 합의점을 찾길 기대해봅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연금개혁 #국민연금 #정년연장

PD 김선호

AD 이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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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