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오프닝: 이광빈 기자]
드라마 '우영우' 돌풍이 뜨겁습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며 대중매체는 장애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우리 사회는 장애를 어떻게 품을 것인가,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정다예 기자입니다.
[발달장애인 주인공 '우영우' 신드롬이 남긴 것 / 정다예 기자]
회전문 하나 통과 못해 쩔쩔매지만, 천재적인 두뇌와 남다른 시선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우영우.
당당하고 사랑스러운 신입 변호사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시청률 0.9%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매회 기록을 갈아치우며 8회 만에 13%를 넘어섰고, 넷플릭스 비영어 드라마 부문 1위를 기록하는 등 해외에서도 인기입니다.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랩을 뱉듯 자기소개를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할 말은 하고 마는 '엉뚱한' 주인공.
기존 영화나 드라마가 자폐를 극복해야 할 대상이나 배척당하는 원인으로 그렸다면, '우영우'는 유쾌한 모습을 내세웠습니다.
덕분에 장애인의 투쟁기가 아닌, 여느 사회 일원으로서의 성장기가 주요 서사로 자리잡습니다.
여기에 우영우를 믿고 도와주는 선한 동료들이 가세, 악역 없는 '힐링 드라마'로 인기 몰이 중.
<김성수 / 대중문화 평론가> "함께 포용해야지만 인간다운 공동체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드라마에요. 인간에 대한 낙관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진일보한, 보다 성숙한 서사로 장애를 다루며 사회 인식 개선에 기여했지만, 이런저런 논쟁도 뒤따릅니다.
"판타지에 불과하다", "보는 내내 씁쓸했다"
실제 발달장애 가족들은 드라마를 보고 복잡한 마음.
'우영우'도 결국 비상한 능력을 가진, 극소수의 자폐 스펙트럼이 갖는 '서번트 증후군'을 그리고 있어서입니다.
거기다 '예쁘고 귀여운', 능력있는 집단에 속한 주인공의 모습은 외려 편견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택광 / 문화 평론가> "명문대 출신의 능력 있는 변호사라는, 정상성의 프레임에 있죠. 그 범주에 맞는 장애인만 훌륭한 장애인이다, 이런 오해를 또 촉발할 수가 있고."
우영우의 장애가 그저 하나의 '다름'으로 다가오는 건, 우영우가 말했듯 '봄날의 햇살' 같은 주변의 배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먼저 현실 속 우영우의 동료가 되는 것, 드라마 '우영우'가 남긴 과제일지도 모릅니다.
연합뉴스TV 정다예입니다.
[이광빈 기자]
발달 장애를 가진 자녀와 그 가족이 세상을 등지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발달 장애인의 가족들은 상당한 물리적, 정서적 부담을 져야 합니다. 자녀를 맡길 시설을 구하는 일도 쉽지 않은데다, 가족이 직접 돌볼 경우 경제적 활동을 하기도 어려워 생계에 대한 압박도 커집니다.
이 내용은 곽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아이보다 하루만 더"…발달장애인 가족의 그늘 / 곽준영 기자]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50대 여성 백용화 씨는 퇴근길에도 남들처럼 여유있는 저녁을 기대하긴 힘듭니다.
온종일 노인들을 돌보느라 지칠대로 지쳤지만 지금부턴 또다른 돌봄이 시작됩니다.
주간활동서비스를 이용 중인 27살의 발달장애인 아들, 창현 씨가 집에 돌아갈 시간입니다.
"창현아 집에 가자. 잘 지냈냐."
"(칼국수)"
"칼국수? 오늘도 메뉴가 똑같아."
"신발 잘 신고 선생님한테 인사하자. (안녕히 계세요.)"
다른 사람과 함께 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행여나 돌발 상황이 벌어질까 늘 6층까지 계단을 함께 오르내립니다.
매번 그 과정조차도 몇번의 설득이 필요합니다.
"아이고 진짜. 내려오세요 내려와 내려와봐 그렇지 잘했어."
아들의 행동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처음 알게된 건 창현 씨의 첫돌이 지났을 무렵 6살이 되던 해 최종 자폐성 발달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이가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한단 현실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돌봄 시설을 찾는 것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백용화 / 발달장애 아들 둔 어머니> "주간보호센터에 가서 상담을 했어요. 그런데 얘가 막 뛰거나 소리 지르거나 바닥에 엎드려서 이런 문제 되는 행동을 했어요. 어떻게 보면 면접본 건데 떨어진 거죠 '이래서 안 되겠어요, 우리 기관하곤 안 맞네요' 이런 식이니…"
전국의 발달장애인 인구는 약 25만명입니다.
이들을 위한 주간보호센터는 800여 곳, 주간활동서비스는 300여 곳 정도입니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수용 시설인 평생교육센터는 30여 곳이지만 이마저도 대부분 서울에 몰려있습니다.
이러한 시설을 이용하는 대신 특수학교에 가거나 취업 교육을 받는 인구 등을 제외해도 돌봄시설은 크게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이성희 / 인천 부평구 발달장애인주간활동서비스센터 팀장> "최중증이신 분들은 주간보호 같은 시설이나 복지관 이런 데는 들어갈 수가 없거든요. 기관은 한정돼 있고 이용자는 또 꽉 차 있기 때문에 거의 1년 정도는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발달장애인의 가족들을 더욱 힘들 게 하는 건 경제적 이유입니다.
다른 장애인들보다 돌봄에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해 직장을 관두거나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정부가 가정 소득 별로 월 30만원 대의 장애인연금과 최대 4만원의 장애수당을 지급하지만 역부족이란 목소리가 나옵니다.
<강나윤 / 한우리정보문화센터 생애지원팀장> "장애아동 같은 경우 학교 어린이집 외 특수 교육 치료를 하기 때문에 양육자 동행이 더 필요한 상황이에요. 고학력이나 전문직의 경우도 경력을 단절하고 아이 상황에 개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양육에 대한 부담으로 최근 40대 여성이 발달장애 6살 아들을 안고 투신하는 등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수정 / 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 "반복되는 끔찍한 사건들을 국가가 어떻게 멈출 것인지 답을 주십시오. 이런 나라에 발달장애 아들을 낳은 제가 죄인입니다."
'아이 보다 딱 하루만 더 살았으면.'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입니다.
만만치 않은 현실 속 하나같이 자신들의 죽음 이후가 더 큰 걱정입니다.
<추석호 / 발달장애 아들 둔 아버지> "하루를 먼저 죽더라도 애가 살 수 있는 세상을 좀 만들어 달라 그게 이제 국가 돌봄이죠. 시스템을 잘 만들어줘야 부모가 나 죽어도 넌 살 수 있으니까 편안하게 간다란 말을 할 수 있는 거죠."
연합뉴스TV 곽준영입니다.
[코너 :이광빈 기자]
독일 베를린에서 일찌감치 의무화된 저상버스를 자주 이용해본 분들이 SNS를 통해 이런 풍경을 묘사한 글들을 심심치 않게 올려놓는데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버스에 탑승하려면, 버스 운전사가 수동식 발판을 깔아야 합니다. 보통 러시아워 시간에도 버스 운전사의 움직임은 빠르지 않습니다. 승객들은 조바심을 내며 이 과정을 쳐다보지 않습니다. 대부분 무심해 합니다.
다름에 대한 인정을 넘어, 다름에 대한 공존이 몸에 베인 것입니다.
우리는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의 다름, 차이에 대해 얼마나 배려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요.
발달장애인 가정이 미국, 캐나다, 독일, 뉴질랜드와 같은 국가로 이주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만큼,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배려가 발달해 있기 때문인데요.
미국은 주정부별로 다르지만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경우 발달장애인에 대한 치료 및 돌봄 비용을 1인당 연간 약 5만6천달러까지 지원합니다. 공공센터를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민간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비용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독일에선 취업 지원뿐만 아니라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기초생계급여 및 연금 지급, 성년후견인 제도, 전담 사회복지사 지원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야기를 다시 꺼내보겠습니다.
주인공 우영우는 특정분야에 굉장한 능력을 지닌 서번트 증후군을 갖고있는데요.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했는데도 6개월 간 작은 로펌에도 취직하지 못했습니다.
제도적, 문화적으로 장애인에 대해 공정한 사회라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요.
장애인 차별금지 및 보호에 대한 제도가 일찌감치 잘 갖춰진 독일에서는 올해 참여강화법을 추가로 도입했습니다. 장애인들이 취업시장에서 비장애인과 동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법입니다. 직장에서 폭력으로부터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드라마에 대입시켜 이 법의 별칭을 만들어보자면 '6개월간 취업못한 우영우 방지법'인 셈입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우영우를 시기하는 신입변호사 권민우가 공정의 가치를 내세우며 장애인에 대한 배려로 인해 정상인인 자신이 역차별을 당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우영의 친구 변호사는 이렇게 강변합니다. 우영우의 성적으로 6개월 간 어떤 로펌에도 가지 못했던 것이 "치별이고 부정이고 비리야" 라고 말입니다.
극중에서 우영우는 여러차례 자폐가 아니라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고 공식 명칭을 강조합니다.
미국이 문화인류학자 로이 리처드 그린커는 최근 국내에 소개된 책 '정상은 없다'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자폐 스팩트럼 질환'으로 바꿀 경우, 정상인은 누구라도 이 질환의 범주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발달장애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같은 스펙트럼에 서 있는 게 아닐까요.
발달장애인을 위한 제도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발달장애인 특징을 고려하지 못한 측면도 여전합니다.
정책이 만들어져도 현실과 겉돌기 일쑤인데요.
장윤희 기자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법 따로 현실 따로…발달장애 특징 고려한 제도 필요 / 장윤희 기자]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이유빈 경장은 2020년 봄, 깔창 밑을 칼로 파서 배회 감지기를 넣어봤습니다.
발달장애인은 휴대폰을 안 갖고 다니는 경우가 많고, 언어 능력이 떨어져 실종 수사가 더 어려웠던 경험이 작용했습니다.
<이유빈 경장 / 서울 양천경찰서 실종수사팀> "가족 분들이 정말 힘드실 것 같더라고요. 밖에 못 나가게 잠가 놓고들 많이 생활하고 계셨습니다. 아무래도 의사소통이 좀 힘드신 분들이잖아요. 그래서 사고 위험이 좀 더 크다고 생각해요."
마침 양천구청 담당팀과 뜻이 맞았습니다.
하지만 사업 설득부터 예산 확보까지 넘어야할 산이 많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발달장애인이 실종 위험에 처할 때 보호자와 경찰이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세이프 깔창'이 나왔습니다.
발달장애인도 외출 시 신발은 신기 때문에 깔창은 휴대폰이나 스마트 워치보다 소지율이 100%에 가까웠습니다.
현재까지 600세트 넘게 제작됐고, 이 장치를 통해 7명의 실종 장애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양천구와 양천경찰서의 협업은 다른 지역도 참고하는 성공 사례가 됐지만 갈 길은 멉니다.
지자체마다 발달장애인 돌봄 프로그램 수준이 천차만별이고, 무관심 속에 장애인가족지원센터조차 없거나 형식적으로 갖춘 곳도 다수입니다.
<정광준 / 서울 양천구청 자립지원과 주무관> "(정책을 시작할 때) 매뉴얼이 없다는 얘기를 자꾸 하세요. 치매환자나 발달장애인 대책이 없다는 얘기를 자꾸 하시는데 시작은 하면 그게 길이 되고, 방법이 되고, 매뉴얼이 되는 것이거든요."
국가가 나서서 발달장애인 돌봄을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졌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많습니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24시간 살피는 광주광역시 융합센터가 전국 최초로 시범 운영되고 있지만 예산이 많이 들고, 최대 거주기간도 5년으로 제한됐습니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가 국정과제로 밝힌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모델'은 정책 평가부터 예산 집행까지 임기 내에도 빠듯할 것이란 우려가 장애인 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됩니다.
이에 기존 제도를 수정·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란 제안이 나옵니다.
신체장애인 중심으로 만들어진 장애인 제도부터 하나씩 고쳐, 발달장애인 유형을 고려한 지원책으로 만드는 방안입니다.
<백정연 / 장애인 가족·사회적기업 '소소한 소통' 대표>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맡은 활동 지원사의 수당을 차등화하는 방안 등이 필요합니다. 서비스 판정이라고 하죠. 어떤 지원이 얼마나 필요한 지가 신체장애인 중심으로 되어있어요. 변화가 필요한 것이죠."
발달장애인 돌봄서비스를 강화하는 관련 법이 지난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법이 전부는 아니란 따끔한 지적도 이어집니다.
현실화를 위해선 관심, 예산, 인력이 모두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김홍미 / 장애인 가족·서울 양천구 장애인가족지원센터장> "저희 아이들이 외관상으로는 장애처럼 안 보이니까요…진짜 손이 많이 가는 친구들이고, 모든 면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셔야 합니다."
최중증이 아닌 발달장애인은 일정의 교육을 거치면 사회 생활도 가능합니다.
'제2의 우영우'가 탄생할 수 있는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더욱 필요합니다.
연합뉴스TV 장윤희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 드라마로 많은 사람들이 발달장애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이 개선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역기능도 나타났는데요. 드라마'우영우'가 방영 되고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선 발달장애인 학생들이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드라마 속 '우영우' 캐릭터의 행동과 말투를 흉내 내며 비하한 건데요.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드라마에는 어린아이의 지능을 가진 중증 자폐 청년 김정훈이 등장합니다. 현실 속에선 특별한 능력을 가진 우영우보다는 김정훈이 훨씬 더 많습니다. 드라마에서도 이 점을 강조합니다.
우영우는 능력과 뜻을 펼칠 수 있고, 김정훈은 따뜻한 돌봄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집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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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