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일갈등에 관여하지 않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회고록을 통해 밝혔습니다.
"한일 양국의 요청이 있다면 돕겠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는 배치되는 내용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의 회고록 발간을 거듭 비난했습니다.
워싱턴 연결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윤석이 특파원.
[기자]
네 워싱턴 입니다.
[앵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이 외교 문제로 번지는 모습인데, 지난해 고조됐던 한-일간 갈등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일갈등이 악화일로를 걷던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은 한일 양국의 요청이 있으면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실제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관여하지 않고 싶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볼턴 전 안보보좌관은 자신의 회고록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문 대통령에게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고 적었습니다.
볼턴 당시 보좌관이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기 직전에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작년 7월 19일)>"사실은 한국 대통령이 내가 관여할 수 있을지 물어왔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안을 관여해야 하느냐, (문 대통령을) 도와서 북한에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은 한국이 원하는 뭔가를 가지고 있고 그는 내게 관여를 요청했습니다. 아마도 (한일 정상) 둘 다 원하면 나는 관여할 것입니다."
볼턴 보좌관은 당시 한국을 방문해 청와대 정의용 안보실장과 만났는데요.
이 자리에서 "정의용 실장에게 자신이 한일 갈등의 현상 동결을 제안했고, 정 실장이 검토할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다만 정의용 실장은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에 대해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회고록 출간을 하루 앞두고 다시 한번 볼턴 전 보좌관을 거칠게 비난했군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통해 연일 볼턴 전 보좌관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볼턴 전 보좌관을 정신이상자로 지칭하면서 "무능한 거짓말쟁이"라고 거듭 공격했습니다.
자신이 "상원 인준을 통과할 수 없는 볼턴에게 자리를 줬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회고록 내용이 "기밀정보"에 관한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분명히 회고록 내용이 이미 유출됐습니다. 모든 게 공개됐습니다. 볼턴은 기밀정보를 유출했습니다. 큰 어려움을 맞게 될 것입니다."
내일 정식 출간을 앞두고 주요 내용이 대부분 공개된 볼턴의 회고록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과 행정부의 난맥상을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이 상세히 공개됐습니다.
[앵커]
백악관 역시 볼턴의 회고록과 관련해 400곳이 넘는 부분에 수정과 삭제를 요구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백악관 측은 볼턴의 회고록에 국가 기밀이 상당수 담겨있다며 출간금지 소송을 냈지만 일단 기각된 상황인데요.
백악관이 법원에 제출한 소장을 보면 570쪽에 달하는 회고록 가운데 400여 곳에 수정과 삭제를 요구했습니다.
이 가운데 한국과 북한 등 한반도 관련만 100곳이 넘는데요.
한미 간 균열과 북미 관계 악화를 우려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일례로 '북한 비핵화에 대한 한국의 이해는 미국의 근본적 국가이익과 관련이 없다'라고 적은 부분에 "내 추측에는"이라는 말을 추가하라고 요구했고, 책에는 '내 관점에서는'이라는 표현이 더해졌습니다.
다만 "북한의 한미 균열 획책을 막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도 표현완화를 요구했지만, 볼턴은 백악관을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볼턴의 회고록 내용은 진위를 떠나 국가 간 외교적 신뢰를 저버린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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