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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막전막후] 총선 앞두고 정치권 '설화주의보' 발령

정치

연합뉴스TV [여의도 막전막후] 총선 앞두고 정치권 '설화주의보' 발령
  • 송고시간 2020-01-20 17:42:21
[여의도 막전막후] 총선 앞두고 정치권 '설화주의보' 발령

<출연 : 정영빈 연합뉴스TV 정치부 기자>

[앵커]

여의도 정치권의 모습을 전해드리는 여의도 막전막후 시간입니다.

국회를 출입하고 있는 정치부 정영빈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어떤 뉴스를 준비했나요?

[기자]

화살은 쏘고 주워도 말은 하고 못 줍는다는 말이 있죠.

이 말은 특히나 선거를 코앞에 둔 정치인들에게는 무겁게 다가올텐데요.

역대 선거를 살펴보면 말실수 하나로 판세 전체가 흔들린 적도 있을만큼 선거판에서 정치인들의 말 한마디는 주목도가 높고 그 여파도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거 때마다 정치권에서 설화주의보를 발령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오늘은 역대 선거에서 한마디 말 때문에 웃고 울었던 정치인들의 모습을 되짚어보겠습니다.

[앵커]

선거 때만 되면 최대 변수가 막말이라고 할 정도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중요한데 말실수가 선거를 어렵게 만들었던 사례부터 살펴볼까요?

[기자]

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나왔던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하발언이 먼저 떠오르는데요.

당시 총선이 20여일 남은 상황에서 정 의장은 대구를 찾아 청년층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60~70대 이상 어르신들은 투표하지 않고 집에서 쉬셔도 괜찮다.

왜냐하면 그분들은 앞으로의 미래를 결정할 분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앞으로의 미래가 걸려있어서 투표를 꼭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그야말로 노인 폄하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정 의장은 이에 비례대표 의원직까지 내려놓는 초강수를 뒀지만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을 타고 열린우리당이 200석까지도 바라보던 상황이었지만 100석도 어렵다던 한나라당은 반사이익으로 120석을 넘게 챙겼습니다.

이후 정 의장은 어르신들은 집에서 쉬시더라도 너희들이 나가서 투표를 해야한다고 청년들을 꾸짖은 것이었는데 선거 한복판에 뒤집어 씌워진 것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19대 총선 당시에는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선거판이 흔들렸죠?

[기자]

네,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였던 김용민 씨가 라디오 방송에서 노인들이 시청에 시위하러 오지 못하도록 시청역 엘리베이터를 모두 없애자고 말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선거판이 요동을 쳤었는데요.

이미 여성과 개신교 비하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된 상태여서 그 여파는 더 컸습니다.

당시 김 후보는 여권과 시민사회에서 사퇴 압박을 받았는데요.

선거전 초반에는 상대 후보보다 앞선 지지율을 보였지만 막말 파동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김 후보가 눈물을 흘리며 과거 발언을 사죄했지만 패배를 막지는 못했는데요.

결과적으로 당시 선거에서는 새누리당이 야당 심판론을 꺼내들어 과반의석을 넘기면서 압승을 거뒀습니다.

당시 막말 논란이 민주당에는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앵커]

자유한국당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죠?

[기자]

네, 가장 최근 선거인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있었던 이른바 이부망천 발언입니다.

당시 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은 한 방송에 출연해 서울살던 사람이 이혼하거나 직장을 잃으면 부천을 가고 부천에 있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나 남구로 간다고 발언했는데요.

같은 당의 유정복 인천시장을 옹호하기 위한 발언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거센 역풍을 맞았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정태옥 대변인은 선거 직전 한국당 탈당이라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고조된 심판론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레이스를 하던 한국당에는 결정적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앵커]

총선을 앞두고 정계에 복귀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자신이 쏜 화살에 자신이 치명상을 입은 경험이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일단 안 전 대표의 발언부터 들어보시겠습니다.

<안철수 / 2017년 국민의당 대선후보> "제가 MB 아바타입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항간에 그런 말도 있죠.) 아니, 지금 문후보님 생각을 묻습니다. 제가 MB 아바타입니까? (국민들 바라보고 정치하시죠. 저 문재인 반대하기 위해 정치하십니까?) 지금 그러면 MB 아바타 아니라고 확인해주시는거죠?"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안 전 대표는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를 겨냥해 제가 MB아바타냐, 제가 갑철수냐고 따져물었습니다.

MB세력이 안 전 대표를 물밑후원하고 있다는 소문을 민주당쪽에서 퍼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항의 차원인데 결과적으로는 스스로 자신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씌우는 결과만 낳고 말았습니다.

실제 대선이 임박한 가운데 1위 후보였던 문 후보를 맹추격하던 안 후보의 지지율은 당시 토론회 이후 급 내리막길을 걸으며, 실제 대선에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도 뒤진 3위를 기록했는데요.

이후 국민의당은 대선패배의 원인을 분석한 대선 평가보고서에서 당시 MB아바타, 갑철수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며 MB아바타 이미지만 강화시키고 패배의 원인이 됐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앵커]

선거판에서 말실수가 판세를 뒤흔들었던 사례를 살펴봤는데 말 한마디로 불리했던 판세를 뒤집었던 경우도 있었죠?

[기자]

네, 대표적인 사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내를 버리라는 말이냐는 이 발언이 꼽힙니다.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인제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 장인의 빨치산 전력을 집요하게 공격했는데요.

당시 노무현 후보는 인천지역 경선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다.

<노무현 / 전 대통령> "이런 아내는 제가 버려야 합니까? 그렇게 하면 대통령 자격이 있고, 이 아내를 그대로 사랑하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까? 여러분이 그런 아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신다면 저 대통령 후보 그만두겠습니다."

그렇다고 아내를 버려야 하느냐.

이 한마디는 유권자들에게 감동을 줬고 결국 노무현 당시 후보가 이인제 후보를 꺾고 민주당 대선후보에 선출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하다 일명 '커터칼 피습'을 당했습니다.

피습보다도 병상에서 눈을 뜨자마자 대전은 어떻게 됐냐고 물어본 사실이 화제가 됐는데요.

실제로 당시 호남과 제주를 빼고 대전을 포함한 전국이 한나라당의 파란 물결로 뒤덮히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앵커]

과거 선거에서 말 한마디로 판세가 흔들리거나 뒤집히는 사례를 살펴봤는데 이번에도 역시 정치권에 설화주의보가 발령됐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 주 여의도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장애인 비하발언으로 떠들썩했습니다.

민주당 유튜브 채널인 씀에 출연한 이 대표는 1호 영입인재인 여성 척수장애인 최혜영 교수를 추켜세우기 위해 선천적 장애인이 후천적 장애인보다 의지가 약하는 발언을 했는데요.

인권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민주당은 즉각 동영상을 삭제하는 후속조치를 취했지만 비판이 잇따르자 이 대표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이해찬 / 더불어민주당 대표> "그런 분석이 있다는 말을 전해들어서 한 말인데 결과적으로 여러가지 상처를 줬다고 하면 죄송하다는 말씀 다시 드리겠습니다."

이 대표는 이전에도 여러차례 말실수로 인한 논란을 빚었는데요.

본인의 딸을 두고 경력단절기간이 있었는데 열심히 뭘 안한다, 한국 사람이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을 많이 하는데 다른 여성보다 베트남 여성들을 선호한다, 또 정치권에 정신장애인들이 아주 많다는 발언 등이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이번 발언이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해 신속하게 조치에 나선 것인데요.

그런데 이 대표의 발언을 문제삼던 한국당도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한국당 박용찬 대변인이 논평에서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장애인이 아니다, 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야 말로 장애인이다라고 밝혔기 때문인데요.

즉 장애인을 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 논평 역시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표현이 담겨 있다는 지적에 한국당은 급히 해당 문장을 수정해야 했습니다.

앞서 한국당 황교안 대표 역시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뭇매를 맞은 적이 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황교안 / 자유한국당 대표> "일본의 수출규제에는 국무회의 생중계까지 하더니,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는 대통령이 벙어리가 돼버렸습니다."

장애인뿐 아니라 여성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도 난무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나 혐오표현 예방을 위한 조치를 내리라고 국회에 권고할 정도입니다.

총선이 이제 석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후보들의 정책 공약도 물론 중요하지만 마음에 와닿는 품격있는 말 한마디가 유권자들의 표심을 좌우하기도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거 같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여의도 막전막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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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