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유혈 반정부 시위가 석 달째 계속되고 있는 이라크에서는 이달 초 총리가 사퇴한 데 이어 대통령마저 사의를 나타내는 황당한 일이 일어났는데요.
국가적 혼돈 사태가 풀릴 조짐을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이봉석 기자입니다.
[기자]
바흐람 살리 이라크 대통령이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이유는 신임 총리 후보로 추천된 아사드 알에이다니 바스라주 주지사를 총리로 지명하지 않기 위해섭니다.
그는 사퇴서에 "헌법상 대통령은 총리 후보를 거부할 권한이 없다"면서 "시위대가 반대하는 총리 후보를 지명하느니 사퇴하는 게 대중에 이익"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0월부터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여온 시위대는 알에이다니 주지사의 총리 지명 소식에 현지시간 지난 25일 건물을 불태우는 등 반대 투쟁에 나섰습니다.
알에이다니 주지사가 친 이란계인 데다 기존 정파가 추천한 인물이어서 부패 척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겁니다.
일각에서 대통령이 자신의 직을 걸고 시위대 편에 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총리를 추천한 의회의 정파 측은 대통령이 헌법상 의무를 저버린 채 사퇴 협박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살리 대통령이 실제 자리에서 물러나면 이라크 의회는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새 대통령을 먼저 뽑아야 총리를 선출할 수 있습니다.
의원내각제인 이라크에서 행정부 실권자인 압둘-마흐디 총리가 이달 1일 사퇴한 데 이어 국가통합의 상징인 대통령까지 물러나겠다고 나서면서 이라크는 커다란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됐습니다.
석 달째 계속되는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군경의 유혈 진압으로 시민 450여 명이 숨진 가운데 혼란을 다스려야 할 정치마저 중심을 잃고 있는 것은 설상가상으로 평가됩니다.
연합뉴스 이봉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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