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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목에 전기료 인상 청구서 달기' 가능할까?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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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고양이 목에 전기료 인상 청구서 달기' 가능할까?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 2022-10-15 14:34:14

'고양이 목에 전기료 인상 청구서 달기' 가능할까?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 연합뉴스TV (YonhapnewsTV)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오프닝: 이광빈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전기요금에도 미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럽의 에너진 대란, 전기요금 상승이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게 된 것입니다. 4분기에만 전기요금이 4인 가구 기준 월평균 2,270원 올랐습니다. 그런데 요금 인상 압박이 더 심해질 전망입니다.

연료값이 치솟아 전력 구매비가 폭등하는 탓인데요. 한국전력의 천문학적 적자 최대 요인은 이렇게 팔수록 손해나는 요금체계가 꼽힙니다.

김장현 기자입니다.

['적자의 늪' 빠진 한전…1㎾h 팔면 50원대 손실 / 김장현 기자]

가정부터 공장까지 한국전력은 국내 전력 공급을 사실상 독점합니다.

하지만 한전은 전력을 생산하지는 않습니다. 발전사들이 만든 전력을 사와 소비자들에게 송배전망을 통해 파는 겁니다.

그런데 한전이 전력을 사오는 값인 계통한계가격, SMP는 7월 말 기준 ㎾h당 166.5원,,1년 만에 109% 뛰었습니다.

반면, 판매단가는 113.8원으로 같은 기간 단 6%만 올랐습니다.

단순계산으로도 팔 때마다 돈을 벌기는 커녕, ㎾h당 50원 넘게 손해가 납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전기요금이 두 배 이상은 올라야 적자가 해소될 수 있는 상황인데 올해 요금 인상 수준은 18%에 불과하기 때문에 적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물론, 근본 원인은 국제 에너지값 폭등입니다.

8월 기준 천연가스 가격은 1년 전보다 84%, 석탄 가격은 149%나 폭등했습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러시아가 강제로 노드스트림 1에 대한 공급을 중단하면서 (LNG) 물량 경쟁이 벌어졌고 전력 도매가격을 상승시켜 전력 원가가 상승하게 된 거죠."

연료비 폭등에 전력 구입비는 나날이 치솟는 반면, 요금 인상폭은 제한되거나 아예 정치적 결정으로 막히니 거액 적자는 불가피합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유럽은 작년부터 전기요금을 서서히 올리면서 충격에 버틸 수 있도록 한 반면에 우리는 조정을 안 하다 보니까 적자가 커진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전의 적자는 상반기만 사상 최대인 14조3,000억원,,연말까지 30조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올해 정부 예산 5%에 맞먹습니다.

돈이 달리자 한전은 매달 2조원 넘는 채권을 찍어 조달한 빚으로 전기를 사오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연초 38조원선이던 회사채 발행액이 9월 말 60조5,000억원으로 불어났고 내년엔 한도가 차 더 이상 발행할 수도 없습니다.

상장기업 한전이 흔들리면 전력 공급망 불안은 물론, 주주들의 이익 침해 문제도 불거집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자금이 부족해지고 있기 때문에 송배전망 계통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발전은 했는데 (전기를) 보낼 방법이 없는 거죠. 한전은 사실 주식회사이지 않습니까 나아가 미국에 상장이 돼 있어요."

결국 적자 해소와 전력 생태계 유지를 위한 큰 폭의 요금 인상 압박은 한동안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연합뉴스TV 김장현입니다.

[이광빈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폭등한 에너지값, 전기요금 탓에 가장 비상이 걸린 지역은 유럽입니다.

특히 겨울철을 앞두고 에너지 소비 감축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에선 당장은 '아껴쓰기' 밖엔 답이 없는 상황입니다. 빛의 도시 파리가 에펠탑 소등 시간을 두시간 앞당겼고, 마크롱 대통령은 터틀넥을 입고 나타났습니다.

이 자체로 에너지 절약 효과는 크지 않을텐데, 이렇게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시민들에게 인식시키면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려는 의도일 겁니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나오는 절약 대책들, 김지선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불꺼진 에펠탑'…유럽 각국도 에너지 아껴쓰기 비상 / 김지선 기자]

프랑스 파리의 상징 격인 에펠탑.

원래 다음날 새벽 1시까지 환하게 반짝였지만, 지난달부터 자정도 되기 전 모든 불이 꺼집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섭니다.

<안 이달고/파리 시장>

"우크라이나 전쟁과 기후 변화가 촉발한 에너지 위기로 인해

시 전체적으로 3,500만 유로의 추가 비용 부담이 생겼습니다."

유럽 국가 중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가장 높은 독일은 일찌감치 야외 조명 소등에 나섰습니다.

베를린시의 관광명소 베를린 돔 역시 근처 동상의 형태가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워진지 오래.

뮌헨시는 교통량이 적은 시간대 신호등의 절반 정도를 소등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독일 모두 공공기관의 내부 온도를 19도 이상 올릴 수 없고, 화장실에선 찬 물로 손을 씻어야 합니다.

이탈리아는 프로축구 야외 경기장 점등 시간을 4시간 이내로 제한했고,

스페인의 경우 냉난방 효율을 높이기 위해 건물의 자동문 닫힘장치 설치를 의무화했습니다.

스위스도 현재 가스 배급제 시행을 검토 중인데, 이 제도가 실시되면 수영장, 체육관 등에서 온수 사용이 금지되고 정해진 실내 온도를 초과하면 처벌까지 감수해야 합니다.

'사우나의 나라' 핀란드에선 일주일에 한 번만 사우나를 하고, 샤워 시간도 5분 안쪽으로 줄이자는 캠페인까지 등장할 정도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값 폭등 탓에 지금 유럽은 어느 때보다 춥고 길 겨울을 대비한 각종 고육책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김지선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난을 격고 있는 유럽에서는 단순히 전등을 끄고 온수를 아껴쓰는 것 외에도 에너지 절약을 위한 방안이 다각도로 강구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속가능하게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히트펌프가 가정용 난방비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독일 등에서는 정부가 히트펌프 보급 확대에 팔을 걷어붙이기도 했습니다. 히트펌프, 듣기에 생소할 수 있을텐데요. 지열과 공기열, 태양열, 수열 등을 이용해 압축기에서 냉매를 기화시킨 뒤 응축기로 보내 주위에 열을 방출하는 원리입니다. 방출된 열을 난방과 냉방에 이용합니다. 상업용 빌딩과 전기차에서 많이 쓰이는데요. 에너지 효율이 높습니다.

전기차의 경우 전장 부품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하는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에 히트펌프가 장착되면 연비가 20-30%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왔습니다.

유럽에선 스웨덴, 스위스 등을 중심으로 가정용 히트펌프가 사용돼 왔습니다.

독일은 치솟는 가스값으로 인한 가스 난방기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히트펌프 구매 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히트펌프 판매량은 올해 상반기에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 증가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독일 난방시장 점유율에서 히트펌프는 17%에서 21%로 늘어난 반면, 가스 난방기는 70%에서 65%로 줄어들었습니다.

스마트홈 시스템도 에너지 절약의 필수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에너지난으로 난방을 수동으로 제어할 때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스마트홈 시스템에 대한 인식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히트펌프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두고 우리는 관련 제품의 수출 기회가 늘어났다고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유럽의 이런 움직임을 보면서 단순히 수출만을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대란은 우리에게도 여파가 미쳤습니다.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점을 해결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습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냉난방 방식, 건축적으로 단열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어느 때보다 고민해봐야 할 시기입니다.

일단, 우리나라도 치솟는 에너지값과 무역 적자에 단기적으로 '에너지 다이어트'에 들어갔습니다. 올겨울 우리 사회의 에너지 사용량을 10% 줄이자는 것인데요.

공공기관 난방온도 낮추기 같은 대책이 추진되고 있는데, 지금의 요금 체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어서 박상률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에너지 다이어트' 시작…'지속 불가능 요금' 더 올린다 / 박상률 기자]

<이창양 /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9월26일)>

"일본 독일 등 제조업 강국들도 무역 적자와 함께 마이너스 성장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 역시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무역 수지 적자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현재의 에너지 상황을 위기로 진단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앞에 마땅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일단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덜 쓰는 것이 최선이라는 게 정부의 결론입니다.

<이창양 / 산업통상자원부 장관(9월26일)>

"에너지를 최대한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올겨울 에너지 사용량의 10%를 절감하고자 합니다."

에너지 사용량 10% 절감을 위해 공공기관의 개인 난방기 사용을 금하고, 실내 난방온도를 17도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또 1,019개 공고기관에 에너지 10% 절감 이행계획서를 내도록 하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에너지 절약 항목 비중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에너지 요금을 인상하는 겁니다.

한국전력은 당장 이 달부터 전기 요금을 1kWh당 7.4원 올렸습니다.

4인 가구 기준 매달 2,200원 넘게 오르는 셈입니다.

기업의 경우 공급 전압에 따라 kWh당 가정용보다 훨씬 큰 최대 16.6원을 인상합니다.

도시가스 요금 역시 이 달부터 1MJ당 2.7원 인상해 서울시 기준으로 가구 평균 5,400원을 더 내야합니다.

요금 인상은 이게 끝이 아닙니다.

30조원 넘는 한전의 적자, 5조원을 훌쩍 넘은 가스공사의 미수금을 놔두고는 안정적 에너지 공급이 불가능하고, 이를 해소하는데 이번 요금 인상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한덕수 / 국무총리(9월29일)>

"(전기 요금은) 훨씬 더 많이 가격이 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국내 에너지 가격이 너무 싸죠. 전기 요금도 독일의 2분의 1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고…가격을 낮추면 에너지를 안 써도 될 사람들이 더 쓰게 되잖아요"

에너지 비상 상황에 대비한 정부 대응이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에너지 요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할 때입니다.

연합뉴스TV 박상률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전기요금은 당연히 연료값에 연동될 수밖에 없습니다. 연동이 잘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적자는 결국 국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전기요금이 급격히 올라가면 피해계층이 생기고 사회적 갈등이 커질 수 있습니다.

전기요금과 관련해 어떻게 해야할지 정답은 모두가 알고 있는데, 정답을 제대로 적어내지는 못하는 난감한 상황입니다.

국제정치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큰 데다,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합니다. 대신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재원은 마련하기 어렵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 공간 문제를 놓고도 갈등이 분출하고 있습니다.

전기, 에너지도 아껴 써야 한다는 명제에는 공감대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제철이 아닌 과일을 먹고 싶어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추운 날씨에도 유리 온실에서 온풍기로 열기를 뿜어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온실이 많은 나라입니다.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절약 체계 구축, 전기요금 인상.. 모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긴 달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풀기 어려운 숙제, 지기 어려운 책임을 미루면서 결국 다음 세대에 떠넘길까요?

아니면 책임을 우리가 다 질까요?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