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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소비자물가 2.5% 상승 10년 만에 최고...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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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소비자물가 2.5% 상승 10년 만에 최고...대안은?
  • 2021-12-31 20:35:01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소비자물가 2.5% 상승 10년 만에 최고...대안은?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2022년 세계 경제를 전망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인플레이션과 금리입니다. 새해 미국은 금리 인상에 돌입하며 본격적인 인플레이션 대응을 예고했는데요. 이런 가운데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오미크론 변이가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워싱턴 이경희 특파원입니다.

[신년에도 화두는 인플레이션…미국 긴축 돌입 / 이경희 기자]

미국은 1년 전에 비해 물가가 7% 가까이 급등하며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했습니다.

예상보다 빠르게 경제가 회복되면서 소비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망 교란 등의 여파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시중에 어느 때보다 많은 돈이 풀리며 자산 가치도 치솟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단 미국 뿐 아니라 영국, 독일 등 유럽에서도 우려스러운 수준의 물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존폴 디쎄포 / 미국 시민>

"물가가 많이 올라서 돈의 가치가 전과 같지가 않습니다. 에너지, 통신비, 식료품, 기름값 모든 것이 예전처럼 안정적이지 않아요."

그러자 지난 달부터 서방 주요국들은 속속 긴축 전환을 선언하며 돈줄을 죄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축보다는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될 가능성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입니다.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는 자산매입 축소 종료시기를 앞당기며 올해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했고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제로금리 유지 전망을 깨고 깜짝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제롬 파월 /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높은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 대유행과 주로 연관돼 있지만 이제 더 넓은 범위의 상품과 서비스로 확산됐습니다. 우리는 생산성을 초과하는 지속적인 실질임금 인상이 인플레이션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위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다만 대유행 초기 주요국이 일제히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도입하고 금리를 인하했던 것과 달리 긴축 전환에 있어선 그 속도에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럽중앙은행은 채권 매입은 중단하겠다면서도 금리 인상에는 선을 그었습니다.

아직 유로존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다시 위축될 수 있단 전망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 유럽중앙은행 총재>

"현 상황에서는 전에도 말했듯이 2022년에 금리를 인상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선 오미크론이 공급난을 가중시켜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되면서 대응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새해에도 인플레이션이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치솟는 물가와 아직 완전하지 않은 경제 회복 사이에서 각국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입니다.

워싱턴에서 연합뉴스TV 이경희입니다.

[이광빈 기자]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물가도 비상입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했는데요. 고물가에 경기 침체가 겹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정부가 물가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일각에서는 효과가 크지 않을 거란 지적이 나옵니다. 차승은 기자입니다.

[글로벌 인플레에 국내 물가도 비상…"경기침체 우려" / 차승은 기자]

정부가 전망한 올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2%.

한국은행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전망한 값보다도 크고, 6개월 전 정부 전망치 1.4%보다도 대폭 올랐습니다.

전세계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당분간 수요와 공급 양측에서 상방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 겁니다.

<이억원 / 기획재정부 제1차관 (12월 17일)>

"오미크론 등 코로나 재확산, 공급망 차질,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등 글로벌 리스크가 경기, 물가, 자본 유출입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고…"

물가 관리에 빨간불이 켜지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한은은 올해에도 최소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할 거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문제는 현재 물가 오름세에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크게 작용하고 있어 금리 인상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성태윤 /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유동성 확장에 대한 부분은 정부가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일부 조정할 수가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따른 부분은 조정이 어려워서 실질적인 인플레이션이 진행될 가능성은 높다고…"

오히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 금리가 올라 대출이 부실화하고 경제가 침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고물가 속 경기침체, 스태그플레이션입니다.

정부는 물가 부처책임제를 도입하는 등 물가 안정에 주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농축산물 가격은 농식품부가, 석윳값은 산업부가 맡는 등 각 부처가 소관 품목 물가를 책임지는 겁니다.

이와 함께 품목별로 세액이나 가격을 낮추거나 할인쿠폰을 발행해 소비자들의 부담을 낮추기로 했습니다.

<이억원 / 기획재정부 제1차관(12월 22일)>

"농축수산물 할인쿠폰을 내년(2022년)에도 지속 지원하고… 세제·금융지원 등을 통해 원재료발 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하겠습니다."

전문가들은 가격 통제가 일시적인 효과를 보일 수는 있겠지만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공급에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성태윤 /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유동성 확장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따른 부분과 같은 근본적인 원인이 치유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요."

정부는 1분기 공공요금을 동결하면서 4월 이후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을 예고한 상태...

물가 관리와 전력·가스 공기업의 재무상황 모두를 고려한 고육지책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서민들은 가계 운영을 걱정 해야하고, 새 정부는 물가 안정이라는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연합뉴스TV 차승은입니다.

[코너:이광빈 기자]

리포트에서 보셨듯이 조금이라도 물가 오름폭을 줄여보고자 정부가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을 내년 1분기에 동결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4월 이후에는 인상될 것이라 사실상 조삼모사나 같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민 부담을 고려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대선을 의식했다는 비판도 야권에서 제기됐습니다.

전기요금 인상분에는 기후변화 대응 재원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기후변화 대응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상이 유예될수록 관련 공기업이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어 결국엔 가격의 급격한 인상을 낳을 수 있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세계 거시 경제와 국내 경제 상황이 문제인데, 소비자 입장에선 결국 장바구니 물가가 문제입니다. 고용이 창출되고 임금이 오르면서 물가도 오르면 좋을텐데, 그렇지 않은 현실입니다.

[이광빈 기자]

지난 한해 내내 고공행진을 이어온 밥상물가에 서민들의 한숨은 깊었습니다. 식재료부터 외식물가까지, 오르지 않은 게 없으니 새해 가계부 펴기가 겁이 난다는 서민들이 늘고있습니다. 코로나로 이중고를 호소하는 소상공인들을 돕고 싶어도 여의치 않습니다. 방준혁 기자입니다.

['밥상 물가' 고공행진…"상인들 돕고 싶어도" / 방준혁 기자]

장을 보러 온 시민들이 매대를 둘러봅니다.

가격표를 꼼꼼히 살피고 물건을 집었다 내려놓기를 반복합니다.

저마다 손에 든 물건은 제각각이지만 물가 얘기에 반응은 똑같습니다.

<박경숙 / 마포구 고산동>

"일주일 한 번 정도 재래시장을 오는데 사과나 고구마 귤 이런 것들이 (올 때마다) 조금씩 올라있어요. (고구마를) 3천원에 샀는데 지금은 5천원 막 이래요."

식재료부터 외식물가까지 줄줄이 오르면서 일반 서민들이 체감하는 생활 물가는 더 높습니다.

<정지윤 / 용산구 용산2가동>

"시장에 가서 너무 많이 올랐다 이러면 조금 내려놓기도 하고 세일 기간에 확 사기도 하고 외식도 웬만해서는 조금 줄이려고 노력을 해요."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내몰린 소상공인들은 치솟는 물가로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김명자 / 칼국수집 운영>

"공산품도 밀가루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어요. 재료가 너무 비싸니까 남는 것도 없고 손님이 없으니까 더욱 더 그렇죠."

규모가 작은 가게일수록 가격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정광무 / 돈까스집 운영>

"(시장) 상인들 대상으로 하는 거라 저희도 가격을 막 올릴 수 없는 상태거든요. 버티고 버티다가 지금 정말 안돼서 500원, 1천 원씩 올리려고…"

물가 상승률은 소득 수준에 따라 체감 온도차가 큽니다.

노숙인 등을 대상으로 무료 급식을 하는 한 단체를 찾았습니다.

매일 200인분의 식사를 준비하는데 최근 부쩍 오른 재료값에 고민이 많습니다.

<최은화 / '사막에 길을 내는 사람들' 사무국장>

"후원금도 많이 끊겼지만 물가가 너무 오르다보니까 준비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그때그때 조금 싼 재료를 구입을 해서…"

무엇보다 의식주를 홀로 해결해야 하는 쪽방촌 주민들에게는 물가 상승세가 더 무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동식 / 쪽방촌 주민>

"자꾸 뭘 해먹지 못하고 라면 있잖아요. 그런 걸로 때우게 돼버려. TV보면 맨날 먹방(음식방송)만 하는데 우리는 꿈 같은 얘기죠."

코로나19로 일상을 잃은 서민들...

고공행진하는 밥상 물가에 다가오는 설 명절이 두렵기만 합니다.

연합뉴스TV 방준혁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물가 상승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6.8% 급등했습니다. 39년 만에 최고치입니다. 유로존도 11월에 4.9%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7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지출 확대와 공급망 불안 현상 속에서 인플레이션은 전세계적인 현상입니다.

하지만, 각국 정부의 관리 능력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브라질 화폐 헤알화, 그리고 미국 달러를 든 사람들. 돈에 피 모양의 붉은 칠도 보입니다. 브라질 대통령과 경제 관료의 가면을 쓴 시위대가 가짜 화폐를 거리에 마구 뿌리고 있습니다. 브라질 최근 1년 물가가 10% 이상 올랐고 기준금리는 무려 9.25%에 달합니다. 여기에 마이너스 성장과 빈곤, 실업 문제까지 악재가 겹쳤습니다.

이번엔 터키입니다. 환전소 앞에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는데요. 터키 리라화는 작년에 미국 달러화 대비 가치가 절반 이하로 폭락했습니다. 시민들은 폭락한 자국 화폐를 달러로 바꾸고 있습니다. 당연히 물가도 폭등했는데요. 정부는 20% 올랐다고 주장하지만 민간 연구소들은 50% 가까이 오른 것으로 추산하며 통계를 놓고도 다투는 형국입니다. 이에 20년 가까이 정권을 잡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특히 터키 정부는 가파른 인플레이션에도 금리를 인하하며 ‘거꾸로 정책’을 펼쳐 더욱 인플레이션을 자극했습니다.

파키스탄 상황도 참담합니다. 작년 물가상승률이 9.2%에 달합니다.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 인프라 사업 참여로 부채 급증과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7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급기야 국제통화기금 IMF로부터 6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게 됐습니다.

우리는 어떨까요? 서울시민들이 뽑은 새해 가장 큰 경제 이슈는 '생활물가'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각 경제 이슈가 내년에 얼마나 개선될 것으로 보이나'라는 질문에 모든 이슈의 개선 전망 점수를 기준치보다 낮게 매겨 지금보다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정부는 이달 초에 ‘설 민생안정 대책’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번 대책에 정부는 "서민 생활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4주 후 맞이할 우리의 설날 장보기는 좀 나아질까요?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집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