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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풍향계] 대선 길목에 드리운 두 개의 화두…개헌론 vs 사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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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여의도풍향계] 대선 길목에 드리운 두 개의 화두…개헌론 vs 사면론
  • 2021-04-24 17:58:39

[여의도풍향계] 대선 길목에 드리운 두 개의 화두…개헌론 vs 사면론

[앵커]
4·7 재보선 이후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를 준비하는 여야에서 개헌론과 사면론, 2개의 화두가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국민통합을 위해 미뤄뒀던 개헌 논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선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자는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습니다.


여야가 대선까지 끌고 갈 이슈로 띄운 '개헌론과 사면론' 이슈를 박초롱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차기 대선을 10개월여 앞두고, 여권에선 박병석 국회의장이 개헌론을 띄웠습니다.

개헌론자인 박 의장은 계속해서 올해가 논의의 적기라고 밝혀왔는데, 재보선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시동을 걸었습니다.

재보선 2주만인 지난 20일, 국회의장 직속 기관인 국민통합위 토론회에선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주장했습니다.

<김종민/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장기 국정 계획을 위해서는 대통령제를 중임제로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단임제하에서는 기본적으로 중장기 국정 계획이 구조적으로 좀 어렵다고 보고"

청와대 비서실이 이끌어가는 지금의 '비서실 정부'를 총리와 내각이 중심이 되는 내각 중심 정부로 전환하자는 제안도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바로 개헌론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장제원/국민의힘 의원>

"현재 시점에서 개헌 논의를 촉발하는 것이 맞는가, 현실 정치인으로서 실현 가능성이 있는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미 대선 레이스는 시작됐고…"

대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합의가 이뤄지기 어렵고, 정국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겁니다.

국민들이 힘겹게 코로나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개헌론이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합니다.

대통령 임기 말 개헌론을 띄우는 건, 결국 대선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개헌 공약을 낼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하려는 거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대선 때 공약으로 제시해 국민들의 심판을 받고, 집권 1년 안에 개헌 작업을 추진하기 위한 동력을 만드는 작업이라는 겁니다.

민주당 당권, 대권주자 일부는 공개적으로 찬성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당대표에 도전하는 송영길 의원은 "코로나 이후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광범위한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개헌은 꼭 필요하며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했습니다.

여권에서 개헌론은 '꺼지지 않는 군불'입니다.

정치권에선 촛불정국을 거친 20대 국회를 개헌 논의의 최적기로 봤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권한이 집중된 지금의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4년 중임제 개헌안을 제시했지만, 여야는 권력 분산 방법과 개헌 시기를 놓고 이견만 노출한 채 합의 마련에 실패했습니다.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논의가 이어지지만, 결론을 내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재보선 압승으로 대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국민의힘에선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두 대통령에 대해 제대로 반성하지 못했다고 사과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당을 떠나자, 당내 최다선인 서병수 의원이 사면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서병수 / 국민의힘 의원>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

"많은 국민들이 저를 만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고 빨리 석방하도록 건의해 달라고 애절한 마음으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박형준 부산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가세했습니다.

박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큰 통합을 재고해달라고 사면을 건의했는데, 오 시장도 여기에 동의했습니다.

국민의힘 내에선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사면론에 힘을 싣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태흠/국민의힘 의원(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던 전직 대통령도 이렇게 오래 감옥에 있지 않았거든요…이건 국격에도 사실 문제가 있어요."

재보선 승리 여세를 몰아 지지층을 결집하고 대선을 준비하겠다는 계산으로 보입니다.

새 원내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낸 후보 4명이 모두 동조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초선 의원들과 소장파를 위주로 한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제안 시점이 부적절한데다 물론 코로나19로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선순위로 꺼낼 이슈는 아니라는 겁니다.

<김웅/국민의힘 의원>

"현안이 산적한 상태에서 사면론을 지금 꺼내는 것은 국민들의 어려운 민생이나 이런 부분들 하고는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해요."

재보선 이후 쇄신을 공언했던 여야가 나란히 새로운 화두를 꺼내니, 국면 전환용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집니다.

공언한대로 쇄신에 먼저 힘쓰고 개헌론이든, 사면론이든 논의하는 게 맞지 않겠냐는 건데요. 내부에서 나오는 '쓴소리'를 가볍게 흘려듣지 말야아할 것 같습니다.  

<박정현/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대전 대덕구청장> (23일, 민주당 비대위 회의)

"아직도 민주당이 정신차리지 못했다는 질책이 난무합니다. 우리 정신차립시다!"

<김재섭/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23일, 국민의힘 비대위)  

"최악의 실업난과 주거난으로 매일 좌절을 겪는 청년들은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우리 국민의힘에게 기대를 걸었습니다. 그랬던 젊은이들이 (4·7 재보선) 불과 2주 만에 우리 당을 비판하면서 그 기대와 지지를 거두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