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취재 이후를 들어보는 시간, 뉴스A/S입니다.
최근 화재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문제점을 짚어 보겠습니다.
국내 철강 산업, 중국산 저가 공세에, 내수 시장까지 얼어붙어 불황에 빠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연이은 폭발 화재 사고는 포스코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경북 포항에 나가 있는 정지훈 기자 연결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 기자, 지금 뒤쪽으로 불빛이 보이는 곳이 어딘가요?
[기자]
네, 제 뒤로 보이는 곳은 포항제철소입니다.
이곳에서 바다너머 직선거리로 약 2㎞ 떨어져 있는데요.
최근 폭발 화재 사고가 난 3파이넥스 공장 등이 저곳에 있습니다.
[앵커]
폭발과 화재로 사고 당시 많은 포항시민이 놀랐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에 같은 곳에서 사고가 일어났다고요?
[기자]
네, 같은 공장에서 보름 만에 또 폭발 화재 사고가 난 것에 우려를 나타내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처음 3파이넥스 공장 폭발 사고가 난 건 지난 10일 일요일 새벽이었습니다.
야영객들과 낚시객, 그리고 인근 주민들이 폭발 소리에 깜짝 놀랐었는데요.
하늘로 치솟는 연기와 불길에 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마치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5시간 만에 화재 진압이 완료됐고, 직원 1명이 화상을 입은 것 외엔 큰 인명 피해도 없었습니다.
3파이넥스 공장은 이후 사고 정비를 마치고 지난 19일부터 시험 가동에 들어갔는데, 재가동 5일 만인 지난 24일 밤 다시 폭발 화재 사고가 났습니다.
[앵커]
경찰을 비롯해서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했고, 사고 원인 조사가 이뤄지고 있죠.
사고 원인이 뭡니까?
[기자]
네, 아직 경찰과 국과수 등의 합동감식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다만, 1차 사고 당시 수사 당국은 3파이넥스 공장의 용융로 밑부분에 풍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풍구는 쇳물을 생산하는 용융로에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는 통로인데요.
일반 고로와 달리 파이넥스 공장은 용융로 하부 풍구에 산소를 주입합니다.
바로 이 산소 주입용 통로인 풍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가스가 팽창하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수사 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1차 사고 때와 달리 2차 사고는 파이넥스 공장 외벽에서 발생했습니다.
포스코 측은 1차 폭발 화재 사고 영향으로 외벽에 균열이 생기면서 용융 원료인 코크스 가스가 새어 나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수사 당국은 2차 사고 직후 진행한 현장 감식에서 균열 원인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사고 보름 만에 2차 사고가 발생한 만큼, 화재 원인 조사 이외에도 안전 관리 문제를 비롯해 설비 결함이나 작업자 과실, 범죄 연관성 등도 함께 조사하고 있습니다.
[앵커]
두 번째 사고에선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같은 공장에서 또 폭발 화재 사고가 일어난 건 안전 불감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네, 1차 사고 직후, 시민들과 지역 시민단체가 이 부분에 대해 지적했고, 안전 점검을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냔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포스코 측은 매년 8천억 규모 예산을 투입해서 장비 점검 등 예방 정비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포항제철소에선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크고 작은 화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포스코 측은 1차 사고 당시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크고 작은 화재를 비롯해서 사고나 고장 발생 등 상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설비가 크다 보니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포스코 측은 화재 원인이 밝혀지면 원인을 확인하는 대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1차 사고 이후 보름 만에 다시 사고가 나면서 이런 말들이 무색해졌습니다.
잇달아 두 차례 사고가 일어나면서 포항제철소의 안전 관리가 소홀한 것 아니냐는 강한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시민단체들은 포스코가 안전 문제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포항제철소 환경 개선 민관협의회 구성과 같은 기구를 만들어서 보다 적극적으로 재해 대책 논의에 나서라는 요구입니다.
<정침귀 / 포항환경운동연합 대표> "포스코와 연관된 많은 일들을 하고 있는 지역의 현실을 볼 때 정말 가족이나 이웃이나 많은 분이 그런 안전 문제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문제고 그렇게 봤을 때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그런 시민과의 소통이나 지역사회에서 투명한 정보 공개 소통 노력은 훨씬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설비나 시설 규모가 크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는 게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 이런 뜻으로도 해석이 되는데요, 시민들의 질타가 따를 수밖에 없어 보이는데요?
[기자]
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지역의 일부 시민들은 급기야 포스코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며 소송 움직임도 일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철강산업은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사고까지 일어나 포스코엔 악재가 더해지는 모습입니다.
국가 중요시설로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포스코 입장에선 이번 사고를 둘러싼 시민들의 비판이 부담일 수밖에 없는데요.
결국 포스코는 사과문을 내고 시민들에게 머리를 숙였습니다.
포항제철소장은 "연이은 사고로 인해 많은 걱정과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고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명확한 원인 규명과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의하고 모든 과정은 신속하고 투명하게 처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앵커]
정 기자, 이렇게 연이은 악재 때문에 철강산업 침체도 우려되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포항은 경북 제1의 도시입니다.
철강산업이 특히 포항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데요.
그러나 국내 철강산업엔 찬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중국산 철강의 저가 공세와 국내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내수 불황,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도 최근 45년 넘게 운영해온 1 선재공장을 폐쇄키로 했습니다.
이웃한 현대제철 포항 2공장도 지금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포스코에 이은 현대제철의 잇따른 포항 생산공장 일부 폐쇄 소식에 지역경제 타격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현대제철은 원가절감 등 자구책만으론 한계에 달한 상황이란 입장입니다.
기본적으로 인천을 비롯한 모든 공장에 물량이 빠져 있는 상황이라며 가동 중단은 포항의 가동률이 낮은 상황에서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조치 중 하나라고 해명했습니다.
현대제철 포항 노동자들은 사실상 폐쇄라며 이에 반발해 본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노조원들은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어렵고 힘들 수 있지만, 회사 측은 어려울 때 구조조정밖엔 얘기하질 않는다며 노사 상생을 위해서라면 포항 2공장을 살릴 수 있는지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 노조원들은 가동 중단을 철회하지 않으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며 천막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이동기 / 전국금속노조 포항지부 현대제철 지회장> "지금 포항에 2공장에 물량이 없는 게 아니고 지금 인천이나 당진으로 이미 (물량이) 다 유출되고 난 뒤에 포항공장 인원을 빼려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가운데 포스코도 노조와 임금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노조와 포스코는 11차례에 걸쳐 교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최근 조합원 대상 투표에서 72.25%의 찬성으로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했습니다.
앞으로 포스코 노조는 임금협상을 이어 나가며 추이에 따라 단계별 쟁의에 들어갈 계획으로 오는 3일과 4일 사업장이 있는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에서 파업 출정을 할 예정입니다.
[앵커]
네. 앞으로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정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뉴스AS, 정지훈 기자 연결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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