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이치동 연합뉴스 기자>
[앵커]
한 주간의 한반도 정세와 외교·안보 이슈를 정리해 보는 토요일 대담 코너 '한반도 브리핑'입니다.
국제, 외교·안보 분야 담당하는 이치동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이번 주 주요 사안부터 소개해주실까요.
[기자]
특히 외교에선, 방문과 만남 자체가 메시지인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다룰 내용 정리하고, 조금 더 짚어보겠습니다.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베이징 회담에서, 반미 연대를 과시했습니다.
미국과 동맹국의, 북한에 대한, 군사적 겁박에도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조태열 외교장관은, 한중 관계의 새 모멘텀을 만들기 위한, 첫발을 뗀다며, 베이징을 방문했습니다.
왕이 외교부장과 각종 현안을 논의했지만, 시 주석과 면담은 못 했습니다.
북한은 근 한 달 만에, 탄도 미사일 도발에 나섰습니다.
무기, 생산 능력도 자랑했는데요.
수출용이 아니라, 오로지 대남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푸틴 대통령의 방중 소식부터 살펴볼까요?
[기자]
이런 정상 외교는 크게 세 가지로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방문, 만남, 메시지 또는 레토릭.
일단 푸틴 대통령이 새 임기를 시작한 지 1주일 만에 베이징을 방문했습니다.
이 자체로 대내외에 메시지를 보낸 셈인데요.
푸틴 입장에선, 전쟁 중인 러시아에 중국이라는 강력한 우군이 있고, 자신에겐 시진핑이라는 친구가 있다는 걸 보여준 겁니다.
시 주석이 작년 3월에 연임을 확정 짓고 열흘 후에, 모스크바를 국빈 방문한 바 있습니다.
서방세계에 맞서는 중국의 핵심 파트너가 누구인지 재확인한 거고요.
둘은 목요일에 두 시간 넘게 회담하고, 비공개 차담회도 했는데요.
여기서 올여름 올림픽 기간 중 휴전 문제를 포함해서 민감한 얘기도 오간 거로 보입니다.
이후 나온 공동성명에선 미국을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동북아 내 세력 균형을 깨려는 미국의 패권주의에 반대한다면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겁주기도 멈추라고 촉구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 러시아의 권위주의, 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 가치 동맹 전선을 확대하고 있는데요.
역설적으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오히려 미국이 권위주의적인 행태로 세계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엔을 중심으로 해서, 다극화된 민주적 국제 관계, 질서를 만들어 보겠다는 겁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좋든 싫든 서로 경제와 안보에서 전략적으로 필요하고,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게 많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푸틴과 시진핑 간 브로맨스는 이어질 전망입니다.
[앵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러시아와 중국 간 밀착에 미국과 유럽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는데요.
[기자]
미국은 푸틴과 시진핑이 국제사회 질서를 뒤집어엎으려는 시도의 선봉에 있는 거로 간주합니다.
백악관 입장 먼저 들어보시죠.
무엇보다, 중국이 러시아를 물밑 지원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황이 더 어려워졌다는 판단인데요.
국무부는 중국이 러시아를 도우면서, 유럽과도 잘 지내겠다는 목표를 이룰 수는 없다는 논평을 냈습니다.
미국식 표현으로, 케이크를 가지고 있든지, 먹든 지 선택해야지, 둘 다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할 수 있다면서, 특유의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이번에 푸틴 대통령이 오기 직전에 시 주석이 5년 만에 유럽에 가서 그쪽도 챙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파리에서는 마크롱 대통령, 그리고 우르졸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3자 회동도 했습니다.
[앵커]
푸틴 대통령이 귀국길에, 북한에 들를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결국 다음 기회로 미룬 건가요?
[기자]
방중 직후에 북한이나 베트남에 들르는 거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는데요.
이번에 푸틴이 하얼빈까지 갔습니다.
무역 엑스포 개막식 등에 참석했죠.
하얼빈에서 전용기로 쭉 내려오면 평양까지 한 시간이 채 안 걸립니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지켜봤는데, 러시아로 바로 돌아간 거 같습니다.
방북 필요성이 없다고 보는 건지, 아니면 아직은 적절할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한 건지, 어느 쪽인지가 관건이겠습니다.
여전히, 올해 안에 답방해서 김정은과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앵커]
푸틴 대통령에 앞서 조태열 외교장관이 먼저 베이징을 찾았는데요.
[기자]
그간 냉랭한 한중관계에 새로운 모멘텀을 만드는 데 중요한 첫걸음을 내디딘다며 중국에 갔습니다.
한국 외교 수장이 6년여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공식 방문한 겁니다.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 모두 발언에서도 뼈있는 메시지가 오갔는데요.
차례로 들어보시겠습니다.
[앵커]
제로섬, 초심, 간섭 뭐 이런 표현이 눈에 띄는데요.
조 장관이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는지가 궁금한데요.
[기자]
이 시점에 한국 외교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한 거 자체가, 중국과 주변국에 보내는 신호, 메시지인데요.
4시간 넘게 얼굴을 맞대고 여러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소통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회담 후 조 장관이 베이징 특파원 간담회를 했는데요.
여기서 한 발언에서 유추해 보면,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간극이 여전히 크다로 정리해 볼 수 있겠습니다.
탈북자 강제북송과 대만 문제에 대한 얘기도 나눴다는데요.
중국이 내정 간섭으로 간주하는 사안입니다.
사드 배치 여파만큼은 아니더라도, 지난 2년간 쌓인 한중 간 앙금, 서운함을 단번에 해소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특히, 조 장관이 시진핑 주석 면담을 못해 아쉽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한중 관계 관리, 개선 의지를 명확히 보여줬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겠습니다.
[앵커]
일단 고위급 소통에 시동이 걸렸으니, 앞으로가 중요하겠습니다.
[기자]
결국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은 시 주석이 한국에 오든 윤 대통령이 중국에 가든 따로 만나는 겁니다.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이면서, 엉킨 실타래를 통 크게 풀어보는 건데요.
2022년 발리에서처럼 다자회의 계기에 잠깐 만나는 거 말고 국빈 방문을 하는 거죠.
원칙적으로 시 주석이 한국에 답방을 빚지고 있습니다.
올 차례죠.
시진핑이 주석으로서 한국에 온건 2014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이듬해 9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줬습니다.
이후 문 전 대통령이 두 차례 중국에 갔고, 시 주석이 답방을 약속했는데, 바로 코로나가 터지면서 미뤄졌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입장은 순서 따질 거 없이, 윤 대통령이 먼저 취임 후 첫 방중을 하면 어떻겠냐는 거라고 들었습니다.
시 주석이 오는 게 맞긴 하죠. 정 못 오겠다면, 윤 대통령에게 레드카펫 제대로 깔고 최고 수준의 예우, 대접을 해줄 테니 방중해달라고 초청하면서 공을 넘기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죠.
이번 달 말에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한일중 정상회의 참석차 서울에 오면 윤 대통령을 만날 텐데요.
거기서 이 사안이 논의될 수도 있을 거로 보입니다.
[앵커]
말씀하신 대로, 한중간 정상 외교를 통해 양국 관계가 가능한 빨리 개선되면 좋겠는데요.
반면, 북한은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기자]
외무성에서 중국을 담당하는 박명호 부상이 성명을 냈는데요.
한중 관계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텐데요.
현 상황, 북중러 대 한미일 대결 구도가 깨지지 않길 바라겠죠.
조태열 장관이 중국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했습니다.
의례적인 요청인데, 북한은 이걸 '청탁'과 '구걸 외교'라며 비난했습니다.
박 부상이 담화에서 "조한 관계는 되돌릴 수 없다"라고도 밝혔는데요.
북남 관계 대신, 조한 관계라는 표현이 공식 등장한 겁니다.
앞서 김정은이 민족이나 통일 개념을 지우고, 조선 반도에 두 국가 체제 추구를 선포한 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 와중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군수공장을 잇달아 방문했고, 25일 만에 미사일 도발 뉴스도 전해졌습니다.
[기자]
북한이 어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습니다.
25일 만에 미사일 도발을 한 건데요.
새로 개발한 유도 기술, 그러니까 표적을 찾아가는 기능, 을 테스트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미사일 등 무기체계 생산 현황도 점검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올해 상반기 생산 실적에 만족감을 표했다고 합니다.
하반기 생산 계획의 차질 없는 이행도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번 주에만 방사포와 ICBM 발사대 생산 현장 등 군수 시설을 나흘에 걸쳐 방문했습니다.
러시아 등에 수출을 염두에 두고, 포탄과 미사일 생산을 점검, 독려한 거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이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또 나섰는데요.
북한의 무기는 오로지 서울이 딴생각을 못 하게 하기 위한 대남용이라면서, 무기 수출 의향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여정이 오빠 김정은의 대외 메시지 관리 참모 역할을 하는데요.
잊을 만하면 직접 등판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앵커]
윤 대통령과 시 주석 모두 한중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
서울과 베이징이 그리 멀지는 않습니다.
양국 간 마음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발걸음은 계속돼야 하겠습니다.
오늘 한반도 브리핑 여기서 마칩니다.
이치동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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