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여야는 총선에서 한표를 더 달라며 읍소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엄살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선거에선 불과 몇표 차이로도 운명이 뒤바뀌는데요.
한 표에 울고 웃은 선거철 이야기를 장윤희 기자가 여의도풍향계에서 전합니다.
[기자]
요즘 전국 곳곳에서 총선 표심 구애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여야는 "총선에서 한표만 더 달라"며 목 놓아 외치는데요.
불과 한두표 차이로도 선거 결과가 뒤바뀌기 때문에 '한표'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지닙니다.
3표 때문에 금배지 주인이 바뀌었던 2000년 16대 총선으로 가보겠습니다.
당시 경기도 광주에 출마한 새천년민주당 문학진 후보는 한나라당 박혁규 후보에 단 3표 차이로 패배했습니다.
문 후보는 금배지 대신 '문세표'란 별명을 얻었는데요.
역대 총선 최저 표차라 아직도 '여의도 전설'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문 후보가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해 재검표가 이뤄져, 표차가 2표까지 줄었지만 승부를 뒤집진 못했습니다.
문 후보 별명만 '문두표'로 바뀌었단 후문인데, 문 후보는 그 다음 총선에선 금배지를 달았습니다.
총선은 아니지만 가장 최근의 재검표 사례로 2022년 지방선거를 들 수 있습니다.
당시 경기도 안산시장 선거는 181표 차이로 당락이 갈렸는데요.
재검표는 결국 국민의힘 소속 이민근 시장의 승리를 확인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다만 표차는 2표 줄어 179표 차가 됐습니다.
재검표를 요청한 민주당 소속 제종길 후보는 재검표 비용 5,000만원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지난번 총선에서 가장 적은 표차로 운명이 바뀐 지역은 어디였을까요?
바로 인천 동구·미추홀을, 표 차이는 171표였습니다.
당시 무소속으로 당선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과 민주당 남영희 후보, 이번 선거에서 다시 격돌합니다,
4년 전 남영희 후보는 "지난 20년간 100표 이상의 재검표가 뒤집어진 경우는 없었다"며 재검표를 포기했었습니다.
다만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만 윤상현 당선인을 인정하진 않는다고 쏘아붙였습니다.
지난번 총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승부가 갈린 곳은 더 있었습니다.
서울 용산의 미래통합당 권영세 의원은 출구조사에선 민주당 강태웅 후보에 뒤처지는 것으로 나왔었는데요.
하지만 실제 개표에서는 890표 차이(0.66%P)로 권 의원이 승리했고, 이번 총선 '리턴 매치'를 펼칩니다.
사전투표함이 언제 열리냐도 승부 변수가 됩니다.
지난 총선서 부산 사하갑 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미래통합당 김척수 후보에게 밀리다 사전투표함이 열리면서 개표가 끝나갈 무렵에 역전했습니다.
당시 표 차이는 697표(0.87%P)였습니다.
만일 재검표를 해도 득표수가 같으면 어떻게 당선인을 정할까요?
이름의 가나다 순일까요, 설마 키나 몸무게 순으로 정할까요?
공직선거법에서는 바로 '나이'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득표수가 같으면 나이가 많은 후보를 당선인으로 정한다는 건데요.
하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선 '연장자 우대' 기준에도 불복해 재검표에 들어가 승부를 바꾼 사례가 나왔습니다.
충남 청양군의원 가 선거구.
3명의 군의원을 뽑는데 민주당 임상기 후보와 무소속 김종관 후보가 각각 같은 표(1398표)를 얻어 공동 3위가 됐습니다.
수차례 재검표에서 임상기 후보가 얻은 1표가 무효표 처리되면서 김종관 후보가 당선인이 되었는데요.
임 후보 요청으로 다시 재검표한 결과 두 후보 모두 같은 표를 얻은 것으로 나와, 선거법에 따라 한 살 많은 임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이번엔 김 후보가 반발해, 다시 재검표한 결과 결국 2표 차이로 김 후보가 군의원이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후보와 선관위 간 법적 다툼이 벌어지며 진통을 겪었습니다.
몇 표 차이로도 당락이 바뀐 사례를 보니 '한 표의 위력'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데요.
이번 총선에서는 부정투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사전투표함을 CCTV로 공개하고, 손으로 투표지를 검수하는 수개표도 30년만에 부활합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오차범위 경합 지역이 수두룩한데요.
피를 말리는 개표 전쟁 끝에 희비가 엇갈리는 사례가 이번에도 나올 수 있다는 뜻이겠죠.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e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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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김효섭
AD 김희정 최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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