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법보다 주먹이다' 사법 불신, 사적제재를 말할 때 흔히 쓰는 말입니다.
사적제재는 과거에는 미국 서부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였고, 지금은 히어로물 등 다양한 장르에서 등장하는 소재입니다. 그런데 가상 세계뿐만 아니라 현실 온라인 공간을 통해 사적제재가 전문적으로 이뤄지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먼저 사적제재의 실태를 방준혁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신상털기 시대'…늘어가는 사적 제재 실태 / 방준혁 기자]
[기자] 두 달 전 악성 민원에 시달렸던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SNS에 가해 학부모의 신상이 공개됐습니다.
해당 게시물을 올린 것은 '촉법 나이트'란 닉네임의 계정.
가해 학부모 영업장은 근조화환이 배달되고 달걀이 투척되는 등 엉망이 됐고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지난 6월엔 한 유튜버가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 신상을 개인 채널에서 공개하며 큰 호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유튜브 카라큘라 탐정사무소(지난 6월)>
"지금부터 부산 돌려차기 묻지마 폭행 사건을 저지른 가해자에 대한 신상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밖에도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임대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가 등장했고,,,
성범죄자를 응징하는 유튜브 채널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범죄자 신상'을 검색해봤습니다. 악행을 고발하고 악인을 처벌한다는 내용의 채널들이 수십개 올라옵니다.
이같은 '사적 제재' 콘텐츠의 유행에는 기존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한 몫 했다는 분석입니다.
<이용일 / 서울 관악구> "가해자의 신상이 밝혀졌을 때는 되게 고마웠어요. 형벌도 적게 받잖아요. 그 사람이 출소했을 때 조심할 수 있게 돼서…"
'신상 털이' 영상마다 속이 시원하고 통쾌하다는 댓글이 줄을 잇습니다.
<30대 직장인> "법적으로는 처벌이 미흡한 부분이 사회적으로 온 국민이 (가해자) 신상을 알게 됨으로써 어느 정도 보완이 되는…"
다만 지나친 마녀사냥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습니다. 무분별한 신상 털이가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단 겁니다.
<변진호 / 서울 은평구> "관련 없는 지인들 신상도 털리고 유튜버들이 돈벌이로 악용하는 분들도 있는 거 같아서…"
실제 대전 초등학교 교사 사건과 관련해 상호가 같다는 이유로 관련 없는 가게들이 피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김유란 / 관악구> "범죄자라는 게 명확하지 않은 순간에도 언론에 보도가됐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하게 그 사람을 범죄자 취급하고 낙인 찍어버리는…"
전문가들은 범죄자에 대한 신상 공개가 놀이나 유행처럼 번지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윤호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사람들이 관심을 끌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고 그 중에 하나가 놀이형으로 또는 희화화하는 그런 극적인 요소를 가미하게 되고…"
사적 제재는 현행법상 범죄에 해당하는 만큼 이를 합리화하고 동조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연합뉴스TV 방준혁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사적제재. 이 자체로 위험한 발상인데요. 법 테두리를 넘어선다면 범죄입니다.
'디지털교도소'의 신상 무단 공개 사건이 한 떄 사회 문제화됐었는데요. 성범죄자 및 살인, 아동학대 피의자 신상정보와 선고 결과를 온라인에 무단으로 게시한 사건입니다.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는 죄질에 비해 형량이 낮은 이들을 심판하는 게 목적이라고 언론에 밝혔었는데요. 응원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신상이 공개된 한 대학생은 쏟아지는 비난 앞에서 결백을 호소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성 착취물을 구매하려 했다'는 이유로 신상이 공개된 한 대학교수는 경찰 조사결과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거나, 무고하게 사회적으로 매장해버리는 일이 발생한 겁니다. 사적제재의 부작용과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결국,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는 2020년 9월 베트남에서 검거돼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광빈 기자]
이렇게 사적제재의 부작용은 클 수 있는데, 사적제재에 통쾌해하는 이들이 많은 현실입니다. 이렇다 보니 사적제재를 소재로 한 영화, 드라마들은 속속 제작돼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에 대한 사적제재로 대중의 열광을 받았습니다. 사적제재에 대중이 환호하는 배경과 심리는 어떤지, 이다현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통쾌하다'는 대중…전문가들 "사적제재 필요 없게 해야" / 이다현 기자]
[기자] 최근 드라마 '더글로리'와 '모범택시2' 등 복수를 소재로 한 드라마들이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액션 스릴러 드라마 '비질란테'도 방송을 시작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법을 수호하는 한 경찰대생이 밤에는 법망을 피해 범죄자들을 직접 심판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드라마들의 공통점은 모두 사적 제재. 대중들은 통쾌하다는 반응입니다.
<문유석 / 부장판사 출신 '비질란테' 크리에이터 (김현정의 뉴스쇼, 지난 14일)> "대사가 '법에는 구멍이 나 있다, 내가 그 구멍을 메우겠다'거든요. 이거는 사법시스템이 제대로 정의를 실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를 은유하는 거지…"
사적 제재를 옹호하는 대중 심리가 나타난 한 온라인 설문조사도 있었습니다.
성인남녀 7745명을 대상으로'가해자 신상 공개, 저격과 같은 사적제재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는데, 응답자의 49%가 적절하다고 답했고, 44%는 '강력범죄에 한해서 인정한다'며 선택적 지지 의사를 밝혔습니다.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4%에 불과했습니다.
이처럼 사적제재를 지지하거나 통쾌하다고 여기는 여론이 상당하자,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적제재가 법치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등 사회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기본적으로 사적제재 과정에서 명예훼손 등 법을 위반하거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데다, 오판의 결과로 무고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습니다.
사적제재가 공권력의 약화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인터넷의 발달 이후 신상털이가 수없이 있어왔음에도 유사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는 명확히 증명할 수 없습니다.
<이윤호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이럴수록 국가 권력, 특히 공권력, 형사사법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더 심해지는 것이죠. 이런 행위가 필요 없도록 해주는 것은 국가의 책임입니다."
"사적제재가 이루어지고 또 이에 통쾌해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이유는 결국 현재 형사사법 제도에 대한 불만족과 불신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흉악범죄자 신상 보호에 대한 국민적 반발을 고려해 최근 이른바 '머그샷법'을 처리했습니다.
수사기관이 중대 범죄 피의자의 얼굴을 강제로 촬영해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여기에서 나아가 범죄 피해자 보호와 양형 문제까지 두루 논의해봐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연합뉴스TV 이다현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사적제재는 법의 심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공권력의 손길이 미흡하다는 인식 때문에 대중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입니다.
통계적으로 법치주의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요. 한국법제연구원의 2021년 국민법의식조사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6명은 "법은 힘 있는 사람의 편"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법이 공정하게 집행된다', '법이 국민의 이익을 대변한다'에도 응답자의 절반 정도씩만 긍정적으로 반응했습니다.
법치주의가 구현되지 않는 이유로는 '사회지도층의 법 준수가 미흡'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부적절한 법집행', '권위주의', '국민 법의식 부족' 등의 순이었습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앞서 리포트에서 언급한 드라마 비질란테는 자경단이라는 뜻입니다. 전직 판사가 이 드라마에 크리에이터로 참가했다는 점이 흥미로운데요. 문유석 작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시나리오 제안을 거절하다가 스스로 반성하는 차원으로 참여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문 작가는 법치주의 시스템이 대중이 바라는 정의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오작동하는 현실을 지적했는데요. 드라마를 통해 사적제재가 생겨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하도록 하고, 기존 시스템 개선을 촉구한 셈입니다.
그러면서도, 문 작가는 사적 자재에 나선 이들에 대해서도 목적이 "조회수나 이익, 관종" 때문이라고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습니다.
특히 무고한 이들이 신원공개 등 사적제재를 당했을 때 책임지는 이들이 없다는 점에서는 다른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깊은 우려를 보냈는데요.
이번 아이템을 준비하면서 이런 질문이 생겼습니다. 만약 사적제재를 내걸며 법 테두리를 넘어선 이들의 신원이 사적제재로 만천하에 공개된 데 이어 법의 심판대까지 올라서면 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사적제재 #신상털이 #응징콘텐츠
PD 김효섭
AD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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