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선이 47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하루가 멀다고 여야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집니다.
대선상황실, 오늘은 널을 뛰기도 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대체 어떻게 봐야 할지 '여론조사 읽는법' 짚어봅니다.
먼저 오늘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이재명 34%, 윤석열 33%, 안철수 17%, 심상정 3%로 나타났습니다.
지난주와 비교하면 이재명 후보가 3%포인트 하락, 윤석열 후보는 2%포인트 상승해 오차범위 내 초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안철수와 심상정 후보 지지율은 한 주간 변동 없었습니다.
박빙이긴 하지만 이재명 후보가 1위다, 앞섰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정례 여론조사의 조사대상은 보통 1,000명입니다.
오차 범위는 ±3.1%포인트, 즉 위아래로 각각 3.1%포인트이기 때문에,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6.2%포인트보다 작으면 그 차이에 큰 의미를 두지 말라는 뜻입니다.
저희가 오늘 살펴볼 건 아래 이 작은 글씨,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조사 방법입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얘기부터 들어봅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선 후보(지난 19일, 대전 기자간담회)> "대선은 가장 투표율이 높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주의 깊게 봐야 될 것은 ARS가 아니라 저는 면접원 여론조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거기를 보면 두 분 다 35% 정도에서 움직이지를 않고 있습니다. (제 지지율은 오르고 있는데…)"
여론조사 방법을 왜 굳이 구분했을까요?
여론조사 방법은 기계로 질문을 들려주면서 대답하도록 하는 ARS와 면접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물어보는 전화면접으로 나뉩니다.
ARS가 아무래도 비용이 덜 들기 때문에 전화면접보다 많이 쓰입니다.
ARS 전화가 오면 어떻게 하십니까? 바쁜데 바로 끊는 분 많으시죠?
그래서 특정 후보 지지가 분명한 분들이 끝까지 성실하게 응답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합니다.
전화면접의 경우 냉정하게 끊기 어렵다 보니 중도층·유보층이 더 많이 포함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응답 비율도 더 높습니다.
전체 여론에 좀 더 가까운 걸로 볼 수 있습니다.
4개 여론조사 기관이 공동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하는 NBS 최근 조사 응답률은 26.5%, 역시 전화면접인 한국갤럽 응답률은 13.6%, 100% 휴대전화 ARS 방식인 KSOI의 응답률은 8.8%, 전화면접과 ARS를 섞어 쓰는 리얼미터는 7.6%로 차이가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ARS 조사에서 정치 고관여층의 여론이 먼저 나타나고,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되는 전화면접 조사는 좀 더 늦게, 보수적으로 나타난다고 봅니다.
그래서 안철수 대표는 본인이 더 유리한 전화면접 여론조사에 주목해야한다고 하고 이준석 대표는 이런 말을 하는 겁니다.
<이준석 / 국민의힘 대표(어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설 전까지 ARS조사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7~8% 격차를 가질 것 같고 면접 조사에서는 거의 대등한 수준이 나올 것 같다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저 수치가 실제 근접한 것이죠."
어떻게 전화를 거는지도 결과에 영향을 미칩니다.
성별, 지역별, 연령별 응답자 비율을 실제와 비슷하게 가져가야 더 정확하게 민심을 읽을 수 있습니다.
과거 선거 여론조사는 대부분 유선전화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 방식으로 2016년 총선 때 탈이 났습니다.
당시 많은 여론조사 업체는 여당이던 새누리당이 150석 넘는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여론조사의 무덤이라고 불렸던 선거입니다.
그러다 2017년 1월 휴대전화 가상번호, 즉 안심번호를 활용하도록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정확도가 높아졌습니다.
이동통신 3사로부터 성별·연령·지역 등에 따른 안심번호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더 정밀하게 표본을 추출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안심번호의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통신3사에 가입돼 있지 않은 1천만명에 이르는 알뜰폰 가입자를 표본에 담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도입한 방법이 임의전화걸기.
'010-○○○○-○○○○'안에 0부터 9까지의 숫자를 무작위로 넣어 여론조사를 돌리는 방법입니다.
알뜰폰 가입자를 포함할 수 있지만 연령, 성별, 지역 정보를 거짓으로 응답해도 걸러낼 수 없는 건 단점입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여기에 더해 어떤 정치성향을 가진 사람이 응답에 적극 참여했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재명 후보 33%, 윤석열 후보 34%인 갤럽 여론조사에선 표본 중 보수층 25% 중도 35% 진보층 23%로 보수·진보 차이가 2%포인트가량이었지만 이재명 36.2%, 윤석열 41.4%인 KSOI 여론조사에선 보수 35% 중도 35% 진보 24%로 보수층 응답률이 10%포인트 정도 더 높았습니다.
<이강윤 /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 "ARS건 전화면접이건 응답자들의 정치적 성향이 서로 얼마만 한 균형을 이루고 있느냐…굉장히 큰 차이가 나면 당연히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것이죠. 여론조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봐야할 것은 응답자들이 평가한 자신의 정치적 성향, 그게 제일 중요합니다."
유권자들이 이런 디테일을 하나하나 따져보기는 어려울 테니 흐름을 보는 게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얘깁니다.
확고한 지지후보가 없을 땐 '될만한 후보'를 찍는 경향도 나타나기 때문에 후보들은 여론조사를 의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상대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과 언어들로 과도하게 떨어져서 곧 복귀될 거라고 예측했는데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결국 미세한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다…"
막판까지 표심 예측이 유난히 어려울 거라는 이번 대선, 다른 의미로 '여론조사의 무덤'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대선상황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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