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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출구없는 정부-의료계 치킨게임…갈등 조정 기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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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출구없는 정부-의료계 치킨게임…갈등 조정 기술은
  • 2024-04-01 08:25:52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출구없는 정부-의료계 치킨게임…갈등 조정 기술은

[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27년 만의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놓고 사회적 파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공의 무더기 면허정지' 사태는 유예됐지만 '증원'을 놓고 정부와 의사 단체의 입장은 완전히 갈려 있습니다. 의료계 내부의 시각차도 큽니다. 현재 의대 정원 추진 상황과 의사들의 반발, 그리고 이번 사태를 통해 노출된 의료 개혁 과제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이화영 기자가 의대 정원 배정 결과와 교육 문제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의대 2천 명 증원…대학 교육 인프라 구축 필요 / 이화영 기자]

[기자]

정부는 의대 정원 배정위원회를 가동한 지 5일 만에 대학별 배분 인원을 결정했습니다.

<이주호 /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20일)> "2025학년도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 학부모에게 준비할 시간을 부여하고 대학도 제반 절차를 거쳐 제때 준비할 수 있도록 정부는 속도감 있게 정원배정위원회를 가동하여 관련 논의를 진행하였습니다."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핵심 배정 기준으로 증원되는 2천 명 중 82%가 비수도권에 배분됐습니다.

대학별로 적게는 늘어나는 정원이 한 자릿수인 반면, 많게는 기존보다 4배 이상 정원이 확대됐습니다.

지역 거점국립대 7곳은 정원이 200명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정부는 대학 교육여건을 보면 수용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덕수 / 국무총리(20일)> "현재 규정상 의대교수 1명당 학생 수는 8명이지만, 전국 40개 의대의 평균은 교수 1명당 학생 1.6명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의대교수들과 의대생들은 다른 입장입니다.

<최중국 / 충북대 의대교수협의회장> "20명 정도의 증원을 원했는데 지금 200명으로 4배 가까이 늘어서 저희가 수용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게 됐는데…"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부족한 카데바로 해부 실습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금의 교육 인프라로 늘어난 정원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의대가 교육여건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92개 기본기준에 따라 평가해 인증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도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시에 이뤄지는 대규모 증원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안덕선 /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 "교육 인프라에 대해서 저희 의평원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기준치가 있습니다. 그걸 간신히 맞추고 있는 그런 대학들도 존재하는데 만약 이런 대학에서 학생 수가 3~4배 늘어나면 상당히 많은 교육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되고요."

현재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이어져 집단 유급 사태가 빚어지면 내년은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안덕선 /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 "현재 학생들의 대규모 휴학이나 유급 사태가 일어나는 게 점점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이게 진짜 현실화된다고 그러면 내년도에 총 3천 명 학생을 교육하는 게 아니라 총 8천 명의 학생을 교육해야 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요."

교육부가 대학별 수요조사를 토대로 교원 및 시설 등을 충분히 지원할 계획을 밝힌 가운데 대학 교육여건 등을 사전에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이화영입니다.

#의대 #의사 #증원

[이광빈 기자]

서울과 경기, 인천을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은 이번 의대 증원 배분의 최대 수혜지가 됐습니다. 전체 증원 인원 2,000명 가운데 1,639명이 비수도권에 돌아갔습니다. 이렇게 비수도권에 편중된 파격적인 증원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호진 기자입니다.

[비수도권 편중된 의대 증원…수도권·피부과 쏠림 해결될까 / 이호진 기자]

[기자]

대전과 충남의 지역 거점 국립대학인 충남대 의과대학입니다. 정부의 이번 의대 증원 배분 발표를 통해 이곳을 포함해 비수도권 지역에서 강원과 제주를 제외한 지역 거점 국립대 의과대학의 정원이 모두 200명으로 늘었습니다.

거점 국립대뿐만 아니라 정원 50명 미만의 이른바 '미니의대'로 불리던 지역의 의과대학들도 대부분 정원이 100명까지 증원됐습니다.

증원 배분 발표가 나자 비수도권지역 광역 자치단체 12곳에서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렇게 지역에서 환영의 목소리를 낸 것은 그동안 계속돼 왔던 지역 간 의료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 2022년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한의사를 포함한 전체 의사 수는 서울이 466명으로 가장 많았고,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세종 197명, 경북 212명 등으로 집계되며 많게는 2배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 비수도권에 편중된 증원이 실효성을 갖기 위한 장치부터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큰 상황.

최근 경상국립대는 전국에서 최초로 '지역의사전형' 모집을 예고했습니다.

우선 정원의 5% 수준인 10명 내외를 지역의사전형으로 뽑고, 졸업 후 10년 정도를 지역 의료기관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권순기 / 경상국립대총장> "나중에 학생들이 지역에 근무를 할 확률이 엄청나게, 지금 지역인재전형보다 훨씬 더 높아진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자체에서도 정주 여건 개선과 교육비 지원 등 늘어난 정원만큼 지역 의사를 늘리기 위한 방법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강영석 / 전북도 복지여성보건국장> "나중에 전임을 하든지, 교수로 임용이 되는 데에도 지역의 많은 장려책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정책의 내용처럼 진행이 된다면 분명 지역 필수의료가 강화가 될 것이고…"

다만 의사들의 자유의지로 정할 수 있는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 진료과 기피 현상은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해 보입니다.

연합뉴스TV 이호진입니다.

#비수도권의대 #파격증원 #의료격차해소

[진행자 코너]

정부의 의대 정원 추진과 의사들의 반발 과정에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 나타났습니다.

전문의가 아닌 전공의 중심의 대학병원.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전혀 개선 노력이 이뤄지지 않았던 문제입니다. 전문의가 일해야 할 자리에 속된 말로 전공의를 갈아 넣어 병원이 운영되는 의료체계의 민낯이 다시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상급종합병원 전체 의사 중 전공의 비중은 37.8%에 달합니다. 주요 대학병원들은 40%를 훌쩍 넘습니다. 대형병원만 이익을 늘려가고 병원을 확장해가는 시스템인 것이죠. 현재 수도권에는 대형병원들의 분원이 만들 병상수만 6,000개에 달하는데요. 대학병원들은 또 얼마나 많은 전공의를 필요로 할까요.

수가 조정이 정답일까. 필수의료 분야 수가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데요. 의사단체는 이에 반대하고 모든 분야에서 다 함께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펼치죠. 전체 수가가 높아지면 건강보험 재정 고갈을 유발해 결국 국민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의료계 일각에선 수가 조정은 해결 방안이 아니라는 의견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종합병원 수익만 늘어날 뿐 전문의에게 돌아가는 보상이 적은 데다, 수가 인상의 혜택을 보기 위해 전문의들의 개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진료비를 인상해야 하나? 진료비 인상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일부 의사들은 이를 두고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국민 반발이 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료비 인상으로 진료를 강화하고 각종 비급여 검사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데요. '의료 쇼핑'을 줄이는 효과도 거론됩니다.

PA, 즉 진료 지원 간호사 업무의 법제화 문제. 간호사들은 그동안 수술 및 시술 보조·검체 의뢰·응급상황 시 보조 등의 의사 업무 일부를 대신해왔는데요. 이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었습니다. PA 간호사들이 위법과 탈법의 경계선상에 서 있어 온 건데요.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난 사이 최소 5천여명의 진료지원 간호사가 상급종합병원이나 공공의료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전공의가 집단행동에 들어가자 정부는 PA 간호사들이 법적 보호를 받으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임시 조치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 개정 논의를 재개할 전망입니다.

[이광빈 기자]

의대 증원 발표와 더불어 정부의 필수 의료 확충 청사진도 나날이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여전한데요. 정부의 의도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홍정원 기자입니다.

[의대 증원에 필수 의료 확충까지…병원 선순환될까 / 홍정원 기자]

[기자]

대학별 배정을 끝으로 의대 증원 절차가 마무리됐습니다.

<이주호 / 교육부 장관> " 지난 2월 6일 의과대학 정원 2천명 확대를 발표한 이후 진행됐던 대학별 정원 배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늘어나는 의대 정원 대부분은 지방에 배정됐습니다.

지역의료 강화는 정부가 추진 중인 필수 의료 확충안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윤석열 / 대통령> "(지난 19일) 정부는 내년도 의대 정원 증가분 2천명을 비수도권 지역 의대를 중심으로 대폭 배정해 지역 필수 의료를 강화할 것입니다."

추가적인 지역 필수의료 강화 방안도 속속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조규홍 / 보건복지부 장관> ""지역의 민간·공공병원을 소아·분만·응급·외과계 수술 등 필수 의료의 거점 병원으로 특화하겠습니다."

전국 국립대병원은 지역 의료의 중추로 육성하고, 전공의들도 지역에서 일할 수 있도록 유인체계를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박민수 / 보건복지부 2차관> "현재 45% 수준의 비수도권 전공의 배정 비율을 비수도권 입학 정원 규모에 맞춰 조정해 나가겠습니다."

현재의 행위별 수가 체계도 가치 기반으로 전면 개편하기로 했습니다.

소아, 분만, 중증, 응급 등 필수 의료 기피를 개선할 수 있도록 유인체계를 정비하겠다는 겁니다.

<한덕수 / 국무총리> "올 들어 1조원을 들여 필수의료 수가를 인상합니다. 향후 5년간 10조원 이상을 이 분야에 더 투자할 것입니다."

점차 속도를 내는 정부와 달리 의료계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의 취지에는 공감하더라도,

<김성근 /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의사들이 봤을 때는 이전에 없던 굉장히 체계적인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고 해서 큰 그림으로는 굉장히 괜찮다는 판단도 많았습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견해차가 너무 큽니다.

<김성근 /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그런데 지금 부딪히는 부분은 의사 인력 수급 개선 바로 이 자리부터 부딪혀서 그 뒤가 진행이 안 되는 거죠."

일단 증원의 효과에 부정적인데다,

<김창수 /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의료계도 마찬가지로 필수 의료가 정말 중요하고 우리가 보기에는 지역 의료를 살리고 필수 의료를 살리는 것은 의사 숫자가 당연히 아니거든요."

증원이 당장의 해결책도 아니라는 겁니다.

<김재유 /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장> "2천명을 늘려서 필수 의료가 살아난다고 해도 10년 이상의 세월이 걸리지 않습니까?"

서울 주요 5대 병원으로의 쏠림 현상,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로 대표되는 필수 의료 위기는 국민 모두가 매일 피부로 겪고 있는 끔찍한 현실입니다.

하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양보 없는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병원 선순환이라는 목표를 위해 갈 길은 아직 멀어 보입니다.

연합뉴스TV 홍정원입니다.

#의대증원 #필수의료

[클로징: 이광빈 기자]

첩첩산중, 정부와 의사들 간 대립이 지속하는 가운데 아직 출구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반발에 이어 의대교수들의 사직 사태까지 벌어진 상황인데요. 정부와 의사 단체들의 입장은 완전히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의사들 간에 대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커지는데요.

대화에는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서로 주장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내세워야 합니다. 정부의 의대 증원 근거 중 하나인 고령화의 경우, 고령층에 대해선 진료 및 치료 중심이 아닌 돌봄 의료로의 전환 문제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의사단체는 저출생 추세를 근거로 의사 증원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지만, 저출생과 맞물리는 고령화에 대한 문제는 쏙 빼놓습니다.

'어그리 투 디스어그리'(agree to disagree)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차이에 대한 인정'이야말로 대화를 위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전제라는 뜻인데요. 그만큼 상대가 '차이에 대한 인정'을 할 수 있는 주장을 내놓아야겠죠. 대화의 기술, 갈등 조정의 기술, 우리가 사회가 어떻게 보여줄까요.

이번주 뉴스프리즘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필수의료 #의대증원 #의료체계

PD 김효섭

AD 김희정 최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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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