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를 모셔라' 경쟁…처우·관련법은 '글쎄'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노동 가능 인구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지방을 중심으로 일손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는데요. 특히 농촌에서는 일손을 못구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인력은 부족한데 원하는 일자리만 찾는 인구가 상당하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빈자리를 채우기도 하는데, 이마저도 지속성이 떨어집니다. 아직 인력부족, 인구감소 현상에 대처할 만한 외국인 인력 유치와 이민 정책이 아쉬운 현실입니다. 먼저 박지운 기자가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그 많던 일손 어디로…원하는 일자리가 없다고? / 박지운 기자]
[기자]
통계청은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는 생산연령인구가 2020년부터 10년간 350만 명 넘게 줄어들 거라 내다봤습니다.
생산연령인구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곳곳에서 인력부족 문제가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비어있거나 한 달 안에 채용 가능한 일자리를 뜻하는 '빈일자리'는 지난 8월 기준 총 220,692개, 1년 이상 고용계약을 맺는 상용직 빈일자리로 한정해도 20만 개가 넘었습니다.
분야별로는 제조업 빈일자리가 5만8,000여 개로 가장 많았고, 운수업과 숙박음식점업, 보건복지업 등이 각각 2만여 개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성희 / 고용노동부 차관(지난 10월 13일)> "최근 빈일자리 수는 22.1만 개로 전년동월 대비 3,000개 감소했으며, 8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 제조업 등 기업에서 느끼는 인력난은 계속되고 있고, 코로나 이전과 대비해서 빈일자리 수는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특히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방과 업무 환경이 열악한 분야의 일자리를 중심으로 인력부족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사람 구하는 일이 너무 어렵다 보니, 많은 기업들이 외국인 근로자 유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선애 /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정책팀장> "조선업 같은 경우는 최근에 장기 불황이 해소되면서 일거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데, 현장에서 기능 인력들이 고령화되면서 일할 수 있는 허리층 인력이 많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하고 싶어 하는 현장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
그런데, 일자리를 구하지 않고 '그냥' 쉬는 사람이 계속해서 많아지고 있습니다.
일할 능력은 있지만 육아나 재학 등의 특별한 이유 없이 막연히 경제활동을 쉬는 '쉬었음'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지난 8월 기준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는 232만2,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8만3,000명 증가했습니다.
쉬었음 인구 증가 추세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통계청이 처음으로 추가조사에서 연령대별 분석을 실시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쉰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19% 가량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라고 응답했는데, 특히 15~29세 청년층에서는 무려 32.5%가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서 쉬었다고 답했습니다.
현재 비어 있는 일자리가 20만 개가 넘지만, 쉬고 있는 청년 셋 중 한 명은 일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구직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인구 감소로 노동 가능한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인력을 구하는 기업과 일자리를 구하는 구직자들 사이의 틈 이른바 '미스매치'도 도통 좁혀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연합뉴스TV 박지운입니다.
#인력난 #취업 #인구감소
[이광빈 기자]
일손 부족을 호소하는 업종은 한두곳이 아닌데요. 그 중에서도 식당, 편의점 등 서비스업과 자영업에서 구인난이 심각합니다. 영업 시간을 줄이는 곳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문승욱 기자가 직접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버티고 버터보는 자영업자들…웃돈주고 홍보·영업시간 단축 / 문승욱 기자]
[기자]
키보드를 닦고 자리를 정리합니다.
그릇을 치우고 설거지를 한 뒤, 주문이 들어온 라면을 끓입니다.
PC방을 운영하는 김태원 씨는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김태원 / 경기 부천 PC방 운영> "학기 중이거나 이럴 때는 거의 막 올려도 지원조차 안 오기도 하는 경우도 많고…하루 이틀 가르쳐주고 일을 시키려고 하면 금세 또 안 나오는 경우도 많고. 그때는 제 근무 시간이 10시간에서 14시간, 이런 식이…"
직접 근무하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집에 제때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직원이 구해지지 않아 웃돈을 내기도 합니다.
구인사이트에 추가로 돈을 내면 구인 공고를 상위에 노출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승우 / 서울 관악구 술집 운영> "저희는 사실 알바 구하는 데만 따로 진짜 몇백만 원 이상을 썼어요. 구인 공고 사이트에 광고 돌리는 걸로. 그런 거 안 하면 거의 항상 구하고 있다 생각하면 돼요."
활기가 가득했던 대학 인근 상가 상황은 어떨까.
이곳은 신촌 거리입니다. 대학가에는 아르바이트를 찾는 학생들이 많은데요.
그만큼 알바생을 구하기 쉬울지, 직접 돌아다니면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김희찬 / 대학가 편의점 점주> "딱 1년전이라 생각하시면, 저녁 시간 구한다 하면 못해도 일주일만에 5~6명. 요즘에는 일주일 이주일 돼도 1~2명 올까 말까."
긴 시간 동안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한 곳도 있고,
<대학가 식당 사장> "(안 구해지신지 얼마나 되신 거예요?) 코로나 끝나고부터. 한 1년 넘었나? "
울며 겨자먹기로 영업 시간을 3시간 이상 줄이기도 합니다.
<대학가 고깃집 사장> "지금 일을 줄였죠. 옛날에는 새벽 4시까지 했거든요. 지금은 1시까지만 해요. 술집 같은 데도 요새 좀 일찍 닫아요."
어떤 편의점은 새벽 1시까지만 영업합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지난해 약 427만명으로, 2019년부터 4년간 상승세였습니다.
직원 없이 일하는 업자들이 늘고 있는 겁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인력난 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상림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우선 내수 시장 소비 고객층이 줄어드는 게 문제가 있고요. 두번째는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어져요. 점점 젊은 사람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니까…"
젊은 인력 고용이 힘들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비까지 줄어드는 상황.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집니다.
연합뉴스TV 문승욱입니다.
#자영업 #인력난 #저출산고령화
[코너 : 이광빈 기자]
인력, 일자리 문제에서 아이러니한 건 한편에선 인력이 부족하다고 호소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로봇과 AI로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서비스 인력난과 인력비용 부담에 점점 더 무인화 시스템을 갖추는 매장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키오스크는 도심 카페에서는 이제 흔해졌고, 음식점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동네에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이용하시는 시청자들도 많으실 겁니다. 여기에 무인 시스템을 갖춘 편의점도 속속 생기고 있는데요. 매장에 들어가기 전 고객이 신용카드를 리더기에 넣거나 모바일 인증을 받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주로 생산 설비로 활용됐던 로봇은 이젠 치킨집에서도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로봇이 닭을 튀기는 곳도 나타났는데요. 행동이 아주 정밀하진 않지만, 돌아다니면서 음식을 나르는 서빙 로봇도 몇년 전부터 등장했습니다.
농업에서도 AI 자율주행 트랙터 시대가 열렸습니다. 사람이 운전을 안해도 트랙터가 농작물을 심기 좋게 밭을 갈아주고 농약과 비료도 살포합니다.
과수원의 잡초를 간단하게 제거해 주는 무인 제초 로봇도 논밭에 나타났습니다. 병충해 방제 드론이 들녁을 날아다니기도 합니다. 병충해 방제 로봇이 돌아다니는 스마트팜도 있습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선 농기계 기업 존 디어의 자율주행 트랙터가 최수우혁신상을 받아 눈길을 끌었는데요.
CES에서는 존 디어의 존 메이 최고경영자가 농기계 기업인 최초로 기조연설을 했습니다.
존 디어의 트랙터는 비료 사용량을 60% 줄이는 기능도 갖추고 있는데요. 기술이 친환경 농법과 비용 절감을 가능하게 해주는 셈입니다. 국내 기업들도 자율주행 농기계를 속속 내놓고 있습니다.
다만, 농업에서 AI와 로봇의 기능은 주로 대규모 농장에서 사용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 농촌에선 아직 기계로는 대체가 되지 않는 일에 인력이 부족합니다.
농촌 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입니다.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분야에선 인력난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광빈 기자]
젊은 사람들이 떠난 농촌지역은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점점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노동력 부족이 심각하다는 얘긴데요. 외국인 근로자를 한 명이라도 더 받기 위해 지자체마다 각종 지원책을 마련해 유치전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상현 기자입니다.
[외국인 근로자 모셔라…지자체, 조례·예산 총력 지원 / 이상현 기자]
[기자]
전남 나주지역에서 시설하우스를 운영 중인 한 업체는 얼마 전 큰 걱정을 덜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가 철수해 일손이 부족할 시기인데 올해부터 3개월 연장할 수 있어 가을에도 파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됐습니다.
지자체가 필리핀과 베트남 등 동남아지역 여러 도시와 MOU를 체결한 덕분에 이 정도라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진세 / 나주지역 파 시설하우스 부장> "젊으신 분들은 구하기조차 힘든데 젊은 분들이 들어와서 도움을 주니 저희 농장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경남 거창군은 계절 근로자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공공 기숙사 건립에 나섰습니다.
단체생활을 할 수 있고 체육시설과 휴게공간도 갖췄다는 장점이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 중인 강원도 홍천군은 이들의 이탈률이 가장 낮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국 외국인 근로자 이탈율은 10%에 육박했는데 홍천군은 각종 지원 정책을 바탕으로 제로화를 이뤄냈습니다.
"홍천지역에서 농가를 떠난 외국인 근로자 수는 지난해 545명 중 한 명도 없었고 올해는 926명 가운데 단 2명으로 전국 최저 수준입니다."
결혼 이주자를 통역사로 활용해 언어 장벽을 허물었고 의료비 지원과 밤낮을 가리지 않는 민원 해결 서비스가 호평받았습니다.
소문이 나면서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는 지자체가 줄을 서고 있습니다.
<권상경 / 홍천군 농촌인력지원팀장> "여러 지자체에 설명회를 한다는 공문을 발송했고 27개 지자체에서 71명의 신청자가 있습니다."
유치 경쟁이 치열한 만큼 이들이 장기 체류할 수 있게 하는 등 현행 계절 근로자 제도를 개선해 달라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박철순 / 홍천지역 농업인> "외국 근로자들이 5년 정도 들어오면 또 가야 하잖아요. 홍천군 같은 경우는 그다음에 못 들어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한 2~3년만 더 늘려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문형량 / 화순지역 농업인> "여기 오는 노동자들도 일정 부분 소득이 일정 기간 안정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까 출국할 때가 되면 이탈하는 현상들이 나와서…"
실제로 경북도의회에서는 전국 광역지자체 최초로 외국인 근로자 지원을 위한 조례를 발의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고용주를 법인이나 농협 등으로 정하고 도 차원의 지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윤승오 / 경북도의원> "농협이 외국인을 직고용하고, 농가는 1일 단위로 농협에 이용료를 납부하고 필요한 인력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며, 운영 주체는 농협이 될 것입니다."
언제부턴가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농촌에 단비가 되어주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
저출산과 고령화 시대, 만성적 인력난을 겪고 있는 농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전국 지자체들의 외국인 근로자 유치 전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연합뉴스TV 이상현입니다.
#외국인 #근로자 #유치 #농촌
[클로징: 이광빈 기자]
앞서 보셨듯 다양한 업종 중 특히 음식서비스 산업의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최근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관련 업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요. 그 결과는 많은 점을 시사합니다.
음식서비스 산업에서 내국인 구인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3D'에 해당된다는 점이 첫 손으로 꼽혔습니다. 다음으로는 일자리 장래의 불투명성과 너무 낮은 임금 순이었습니다.
인력 부족 해결책으로 '가족이나 지인 등을 활용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응답자들은 주방보조, 설거지, 등 단순 노동업무에 대한 외국인 근로자 고용규제완화 여부에 대해선 절반이상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또 46%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의사를 나타냈습니다.
인력난의 장기화·고착화로 해외인력 수급은 불가피한 상황인데요.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과, 인구감소 등 인구정책이라는 큰 틀을 고려해 효과적인 정책이 시행되길 기대해보겠습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인력부족 #외국인근로자 #AI대체
PD 김효섭
AD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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