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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서 쓰는 '암구호', 가족 간 써야 할 까닭은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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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군대서 쓰는 '암구호', 가족 간 써야 할 까닭은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 2023-10-16 07:16:12

군대서 쓰는 '암구호', 가족 간 써야 할 까닭은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엄마, 저 납치됐어요", 다급해하는 딸의 목소리도 당황하지 말고, 진짜인지,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게 아닌 지 한번 의심해봐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검사를 사칭하며 개인정보를 요구한다'는 보이스피싱의 기본 공식은 이미 옛말이 됐습니다. IT 기술을 동반한 보이스피싱 수법은 끊임 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봄직한데도 피해자가 계속 생겨나는 이유입니다
작년만해도 5천억원 이상의 피해액이 발생했습니다. 달라지는 보이스피싱 수법과 피해 현황, 그리고 대책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안채린 기자입니다.
[통장협박에 택배문자까지…교묘한 피싱 수법에 피해 속출 / 안채린 기자
[기자]나날이 발전하는 보이스피싱 수법.
최근에는 공개된 계좌번호를 악용한 방법까지 등장했습니다.
보이스피싱범이 피싱 피해자의 피해금 일부를 공개된 계좌번호에 송금한 뒤 해당 계좌의 주인이 피싱 가해자라며 경찰에 허위로 신고해 계좌가 지급정지 처리되도록 만드는 겁니다.
피싱범들은 피해자들에게 계좌를 되찾고 싶으면 돈을 달라는 식으로 협박해 금품을 갈취해왔습니다.
문자를 이용한 '스미싱' 또한 기승입니다.
지난 2020년에는 95만 건이 넘는 스미싱 문자가 전송된 것으로 집계됐고, 올해는 6월까지 12만 건 넘는 스미싱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안채린 기자> "이 문제를 취재하는 순간에도 카드가 하나 개통됐다는 문자가 왔는데요. 본인이 개통한 게 아니면 아래 적힌 번호로 연락하라며 전화를 걸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전화를 하게 되면 '휴대폰에다가 인증 문자를 보낼 테니까 인증 문자를 불러줘' 이렇게 할 수 있죠. '내 휴대폰에 있는 모든 정보를 상대편이 다 가져가도 되냐'를 실질적으로 인증하는 꼴…"
이런 식으로 빼낸 개인정보를 토대로 피싱범들이 대출을 받거나 예금을 인출할 수 있는 겁니다.
이 밖에도 외국에서 걸려온 전화번호를 국내 번호로 바꿔주는 중계기를 사용하거나, 코인 손실을 보전해주겠다며 다른 코인을 사도록 유도하는 등 보이스피싱은 다양한 형태로 피해자들에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수법 다변화에 피해자들의 고통은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5천억원을 넘었고, 매년 수만 건 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20대 이하 연령층에서는 피해자 수가 점점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젊은이들에게 익숙한 전자기기를 통해 범죄가 이뤄지는 탓이라고 분석합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학과 교수> "인터넷 뱅킹으로 유도해서 어떤 일들을(피싱을) 하는 건데 스마트폰 많이 쓰고 인터넷 뱅킹에 익숙한 세대로 (피해) 연령층이 좀 낮아졌다…"  
수법의 고도화로 연령대에 따라 범죄가 '맞춤형'으로 일어나는 만큼 안전 지대는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황석진/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 "(피싱범들이) 맞춤형 보이스피싱을 해가지고 20대는 기관 사칭형 그리고 30~40대는 대환대출형, 50대도 마찬가지지만 취약계층은 대부분 다 지인 사칭형입니다."
모두가 보이스피싱 피해로부터 안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화나 문자로 개인정보를 전달하는 행위를 자제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연합뉴스TV 안채린입니다.
#보이스피싱 #통장협박 #스미싱
[이광빈 기자]
불법 대출광고 문자의 대명사로 알려진 '김미영 팀장', 모두 기억하실 겁니다. 요즘엔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를 이용한 사기가 기승인데요.
이렇게 보이스피싱 범죄는 수법과 유형이 날로 진화해 한쪽을 막아도 다른 쪽에서 튀어 나오고 있습니다.
한 번 대책을 내놨다 해서 안심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차승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쪽 막으니 다른 쪽이…정부 보이스피싱 대책은 / 차승은 기자]
[기자] "휴대전화가 고장 나 수리를 맡겼다"며 "보험 처리를 위해 신분증 사진을 보내달라"는 딸의 문자.
딸은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한 앱 설치 링크도 보냈습니다.
알고보니 이렇게 설치한 앱은 원격제어 프로그램.
눈 깜짝할 사이 예금액 등 수천 만원이 빠져나갔습니다.
이렇게 자녀인 척 30대에서 50대 사이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2억 6천만 원을 가로챈 일당이 지난 5월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카카오톡' 등 메신저로 지인을 사칭해 금전을 직간접적으로 가로채는 일명 '메신저 피싱'인데, 최근 피해 사례가 가파르게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10건 중 9건은 메신저피싱이었습니다.
메신저피싱 피해액은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액의 64%인 927억 원으로 2년 사이 무려 2.5배 급증했습니다.
대출 빙자, 기관 사칭이 대부분이었던 보이스피싱 유형이 불과 몇 년 사이 크게 뒤바뀐 겁니다.
정부는 재작년 12월 '보이스피싱 대응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방지 대책들을 내놨습니다.
먼저 TF는 경찰과 금감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개별화된 신고 창구를 일원화해, 경찰 신고 하나로 사건 접수부터 피해 구제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게 했습니다.
대포폰 대량 개통을 막기 위해 개인이 통신사에서 개통할 수 있는 휴대전화 수를 월 3개로 제한하고,
통장이나 카드 없이 ATM으로 입금할 수 있는 한도도 1회 50만 원으로 절반 줄였습니다
정부가 통신과 금융 분야를 망라한 대책을 쏟아냈지만 문제는 사기 수법이 날로 진화한다는 점입니다.
수 년 새 메신저피싱이 새롭게 등장한 것처럼 법과 제도의 틈새를 노린, 새로운 수단과 방법을 이용한 사기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조응천 / 국회 정무위원(지난 10일)> "보이스피싱 못지 않게 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종 사기 범죄가 성행하고 있는데… 실장님 혹시 이런 문자 메시지 받아보셨는가 모르겠습니다. 구매대행 부업 권유 문자입니다."
선제적 대응을 위해 개인정보 유출 경로를 파악하고 이상 거래를 모니터링 하는 등의 조치가 적극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 부처는 물론 금융사 등 민간과의 면밀한 공조도 필수입니다.
<염흥열 /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 "예를 들어서 이 전화번호는 외국에서 들어온다, 그래서 보이스피싱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것들을 악용되지 않게끔 기술적으로 막는 그런 방법을 강구해야 될 것 같고요."
무엇보다도 개개인의 경각심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기 피해는 남녀노소, 계층을 가리지 않는 만큼,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책 홍보와 금융사기 예방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연합뉴스TV 차승은입니다.
#보이스피싱 #메신저피싱
[코너 : 이광빈 기자]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AI 유인촌' 장관이 나와 노래를 불렀습니다.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현장음>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가수 김광석의 노래 '서른 즈음에'인데요. 영상은 기존 김광석 씨의 공연 모습에 유 장관의 얼굴을 합성했고, 김광석 씨의 목소리는 유 장관의 음성을 학습한 AI 목소리로 감쪽같이 변조했습니다.
이미 인터넷상에서는 이런 AI 음성 학습 기술인 '딥보이스'로, 원하는 가수의 목소리를 기존 노래에 입힌 'AI 커버곡'이 유행입니다.
딥보이스는 세상을 떠난 가족이나 좋아하는 연예인이 책을 읽어주는 등의 목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음악 등을 즐기는 데 생성 AI가 이용되면 좋지만, 범죄에도 이용되는 게 문제입니다.
국감장에서도 딥보이스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전문가들은 몇초 간의 목소리 샘플만 있다면 품질이 괜찮은 딥보이스가 나올 수 있다고 합니다. 전화기에 등록된 음성 사서함 메시지, SNS 공개 영상물에서 샘플을 추출해 목소리를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국내외에선 이런 딥보이스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에는 아랍에미리트(UAE)의 한 은행이 거래처 대기업 임원의 목소리를 흉내 낸 딥보이스 보이스피싱에 속아 넘어가 무려 3500만달러를 송금하기도 했습니다.
유튜브에서는 유명인의 목소리를 따 만들어 낸 가짜뉴스가 횡행하기도 합니다.
지난해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항복 선언' 가짜 영상도 딥보이스를 이용한 것이었습니다.
딥보이스 보이스피싱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자, 관계기관은 관련 대응 기술 마련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대응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일반 시민들이 일상에서 쉽게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가족만의 암구호를 만들어 사용하는 게 딥보이스 보이스피싱을 피하는 방법의 하나라고 조언하기도 합니다.
[보이스피싱 예방법은…항상 확인하는 습관 필요해 / 박지운 기자]
[기자] 대검찰청 사무관이라면서 걸려온 보이스피싱범의 전화.
<보이스피싱범> "이전에 저희 측에서 등기우편 한 개를 발송해 드렸는데 수령을 못하셨어가지고요."
등기를 다시 보내준다며 개인정보를 확인하고, 본인이 연루된 사건을 조회해 보라며 특정 인터넷 주소 방문을 유도합니다.
<보이스피싱범> "사건 관련해서 나가는 건데 혹시 이전에 사건 안내받아보시거나 사건 조회해 보신 거 없으실까요? 그러시면 간단하게 사건 조회부터 도와드리겠습니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보이스피싱범의 실제 목소리입니다.
<박지운 기자> "최근 보이스피싱은 취득한 개인정보를 토대로 특정인에게 딱 맞춰진 시나리오를 사용하는 등 그 수법이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보이스피싱범의 실제 목소리를 공개하고 모범대응 사례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소비자들이 ATM 지연인출 제도, 지연이체 서비스, 입금계좌 지정 서비스 등 금융사의 사전 예방 서비스를 이용해 보이스피싱에 대비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혹시라도 보이스피싱에 노출됐을 경우, 가장 먼저 이용 중인 금융사에 연락을 취해 지급정지를 요청하라고 설명합니다.
<김준환/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본인 이름으로 된 모든 계좌가 지급정지가 되고요. 이체가 된 계좌도 지급정지가 가능합니다. 그 행동을 가장 먼저 하셔야 되는 게 출발점…또,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 분담 기준이라는 걸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에 있습니다."
지난 5일 체결된 협약에 따라, 내년부터는 19개 국내은행과 우체국 등으로부터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의 최대 50%까지 배상받을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일부 은행에선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금을 보상해주는 정책을 자체적으로 시행해오고 있기도 합니다.
<최승락/토스뱅크 금융소비자보호팀 리더> "금융사 최초로 금융 범죄 피해를 사전에 보상해주는 안심보상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월 평균으로 180건 정도 보상이 이뤄지고 있고요. 보상액 규모는 1억2,000만 원 정도가 집행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임신을 한 상태에서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며 손편지로 도움을 구한 한 여성은 피해 금액 4,000만 원을 은행으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소비자들이 항상 주의하는 태도를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개인정보를 묻는 전화가 걸려오면 일단 의심하고, 전화를 끊고, 해당 기관에 직접 사실을 확인하는 행동요령을 꼭 실천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연합뉴스TV 박지운입니다.
#보이스피싱 #금융감독원 #금융범죄
[클로징: 이광빈 기자]
2021년 개봉작 영화 '보이스', 수많은 사람이 한통의 보이스피싱 전화로 딸의 병원비, 아파트 중도금 등을 날리는데요.
피해자인 전직 형사가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본거지에 잠입해 보복을 하는 내용입니다.
보이스피싱의 적나라한 세계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개봉 2년이 지난 지금, 그 수법은 더 정교해졌습니다.
영화와 같은 통쾌한 복수극은 커녕, 피해금 찾기도 대부분 언감생심입니다.
낯선 사람의 전화 한 통에, 수상한 앱 접속 한 번에,  금전적 피해는 물론 고통과 상처로 사회적 불신까지 초래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약한 고리를 파고 들며 경제적 살인을 저지르는 보이스피싱에 대한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됩니다.
혹하는 순간 일단 의심하고, 끊고, 확인하고, 이 '3고'를 기억해보는 보는 건 어떨까요. 이번 주 뉴스프리즘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보이스피싱 #딥보이스 #암구호

PD 김효섭
AD 김희정 이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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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