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탄소제로' 정책을 선도해온 유럽 국가들이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속도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경제 사정이 악화했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선거 등 정치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친환경 경제 정책을 주도해온 미국도 심상치 않은 모습입니다. 자동차 노조 파업을 계기로 바이든과 트럼프 간의 기후 대응을 위한 정책 전쟁이 불붙은 모양새입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유럽연합은 기후 무역장벽을 높게 세우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론, 기후변화 대응이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신호가 유지되는 셈인데요. 먼저 윤석이 기자가 유럽 국가들의 움직임을 살펴봤습니다.
[선거·경제난에 '기후 선진국'도 속도조절 / 윤석이 기자]
[기자]
세계 처음으로 2045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나섰던 스웨덴.
내년도 예산에서 기후 변화와 환경 관련 예산을 전년 대비 310억원 삭감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스반테손 스웨덴 재무장관은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서민경제 지원이 우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레타 툰베리 / 환경 운동가(지난달 22일.스톡홀름)> "우리는 무엇을 원합니까? 기후 정의. 언제 그것을 원합니까? 지금"
유럽연합, EU는 줄곧 강화해왔던 배기가스의 배출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선회했습니다.
EU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타이어와 브레이크에서 나오는 미세입자 배출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이 반대하자 규제 완화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환경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 그만큼 전기차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영국은 2030년으로 계획했던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시기를 5년 늦추기로 했습니다.
<리시 수낵 / 영국 총리(지난달 20일)> "그래서 준비할 시간을 더 주기 위해 저는 오늘 전기 자동차로의 전환을 용이하게 할 것이라고 발표합니다. 2035년까지 휘발유와 디젤 자동차, 밴을 계속 구입할 수 있습니다."
수낵 총리는 "좀더 현실적인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내년으로 예상되는 총선을 앞두고 노동자층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게 외신 등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도 공화당 후보로 유력시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 수가 적어 전동화 전환이 확대되면 생산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 전 미국 대통령(지난달 27일 미시간)> "이제 그들은 모든 전기를 사용하고 당신을 모두 사업에서 제외시키고 싶어합니다. 그거 아시죠? 미시간 자동차 노동자들을 실업 라인으로 보내는 것은 그의 정책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하루앞서 '전미자동차 노조' 파업 집회에 참석해 블루컬러 노동자들의 표심을 자극했습니다.
유럽의 이른바 '기후 선진국'들이 기후대응에 속도를 조절하는 가운데 미국의 '전기차 확대 정책'에 제동이 걸릴 경우 한국 자동차 업계에는 큰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연합뉴스TV 윤석이 입니다.
#기후변화_대응 #유로7 #영국_내연기관_판매금지 #미국_자동차
[이광빈 기자]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전기차 전환의 속도가 확연히 더뎌지고 있습니다.
내연기관차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충전 인프라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정부는 서둘러 대책을 내놨는데, 임시방편에 그칠 것이란 지적입니다. 김주영 기자입니다.
[전기차 판매 성장세 주춤…정부, 대책마련 분주 / 김주영 기자]
[기자]
국내 전기차 판매량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은 7만8,977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4% 늘었습니다.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이전 2년의 성장률과 비교하면 전기차의 인기가 크게 꺾인 모습입니다.
전기차 판매 둔화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세계 전기차 판매도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습니다.
<김필수 /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대비해서 1.5배, 2배 비쌉니다. 충전 전기비도 많이 올라갔고 또 충전 인프라도 아직은 부족한 게 상당히 많다, 불편한 게 많다는 거죠."
기후변화 대응과 신산업 육성 차원에서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만큼,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우선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하기로 했는데,
제조사가 차량 가격을 많이 할인할수록 보조금을 더 많이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기본가격 5,700만원 미만인 전기승용차를 대상으로 하며, 국고보조금은 현행 최대 680만원에서 제조사의 차량가격 할인금액에 따라 최대 780만원까지 늘어납니다.
정부가 기업의 가격 정책에 관여한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정부는 이같은 보조금 증액 정책에 발맞춰 전기차 판매 가격이 내려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420만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인데, 8월 말 기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는 50만5,900대 수준.
전문가들은 한시적인 보조금 증액만으로는 정부의 목표치를 달성하기가 어려울 거라고 지적합니다.
<박철완 /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420만대를 2030년에 달성한다는 것은 상당히 비현실적이고요. 차량을 유지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충전 인프라인데 행동반경에서 충전기를 접하기 어려운 부분이 여전히 많아서…"
현재 전국 전기차 충전기는 25만5,100기.
환경부는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해 내년 전기차 충전기 구축 지원에 4,365억원을 투입하고, 2030년까지 충전기를 123만기까지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내년부터는 국고보조금도 100만원 줄어들고 자동차세 기준도 배기량에서 차량 가격으로 바뀌는데, 이렇게 되면 전기차 시장은 더욱 위축될 전망입니다.
전동화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전기차 라인업 다양화와 정책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합뉴스TV 김주영입니다.
#전기차 #보조금 #전동화
[코너 : 이광빈 기자]
기후변화 대응은 당장의 환경 문제이기도 하지만 미래 세대의 생존 문제이기도 합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선 비용이 수반되는데요. 누군가는 지갑을 열어야 한다는 겁니다. 비용 문제는 기후변화 대응을 둘러싼 사회적, 정치적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는데요. 이를 놓고 '기후 문화전쟁'이라고도 부릅니다.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는 주로 기업들이 반발해왔습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등 환경 오염을 저감하기 위해선 비용이 따르기 때문인데요. 요즘에도 이런 경향성은 물론 유지되고 있지만,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기업 이미지 및 경쟁력을 제고하는 기업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애플 같은 기업은 아예 제품 생애주기, 제품의 생산 및 판매 과정 전체적으로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기업들이 ESG 경영 시스템 도입에 앞다퉈 나서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기업 반발이라는 장애물은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졌는데요.
그런데, 사회적, 정치적 변수가 커졌습니다. 탄소중립 정책이 유권자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점에서 기인하는데요.
영국 보수당은 지난 7월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예상 밖 승리를 거뒀는데요. 노동당 소속인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의 '초저배출구역(ULEZ)' 확대 정책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입니다.
초저배출구역은 배기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노후차량 운행 지역에 제한을 두는 제도입니다. 가뜩이나 고물가에 시달리는 서민과 자영업자들이 느낄 수 있는 불만을 보수당이 공략한 셈입니다.
2018년 프랑스 전역에서 들썩인 '노란조끼' 시위도 기후변화 대응을 둘러싼 대표적인 갈등 사례로 꼽히는데요. 프랑스 정부는 기후변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유류세를 인상했는데, 이 과정에서 시민들과의 소통이 부족했습니다. 파리의 높은 주택값 때문에 교외에서 시내 직장으로 자가운전을 하는 저소득층에서 반발이 거세가 나왔는데요. 폭력사태로 이어져 사상자가 속출하기도 했습니다.
기후 문화전쟁에는 거짓뉴스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위기가 조작됐다는 음모론입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기후위기 음모론을 '좀비 아이디어'로 규정하기도 했는데요. 실제 기후위기 음모론은 전 세계적으로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현실입니다.
유럽연합(EU)의 탄소중립 무역장벽이 현실화했습니다.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책 마련이 필요한데요. 관련 움직임을 장효인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현실화된 글로벌 '녹색 무역장벽'…'발등의 불' 대책은 / 장효인 기자]
[기자]
EU는 이번달부터 역내 수입품을 대상으로 탄소 배출량을 따져서 환경 비용을 부과하는 내용의 '탄소국경조정제도', CBAM의 시범 운영에 돌입했습니다.
철강과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기, 수소 등 6개 품목이 대상으로 2026년부터 전면 시행되는데, 수출품을 만들 때 EU 기준을 넘는 탄소 배출량에 대해서는 사실상 추가 관세인 '탄소세'가 부과됩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체 EU 수출액 중 CBAM이 적용되는 품목의 비중은 7.5% 수준입니다.
이 중 철강과 알루미늄이 99.9%를 차지하는데,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데다 철강과 석유화학 같이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이 주력하고 있어 상당한 타격이 예상됩니다.
EU는 포장재나 자동차, 반도체 등에 쓰이는 과불화화합물 규제에도 나섰는데, 대체 물질을 찾기 어려워 산업통상자원부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
<조성대 /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 "인도나 중국보다는 우리가 조금 유리한 것은 사실인 것 같고요. 일본보다는 우리가 조금은 불리해요.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수출이 늘어난다고 해도 비용이 더 크게 늘어나게 되면 결국 이익률이 떨어질 수가 있거든요. 중소기업들은 당분간 우왕좌왕할 가능성이…"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에너지의 국제 확산과, 선진국·개도국 간의 기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국제 플랫폼을 제안했습니다.
<윤석열 / 대통령(지난달 20일)> "대한민국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앞당기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재생에너지 뿐만 아니라 원전, 수소 같은 고효율 무탄소 에너지를 폭넓게 활용할 것이며…오픈 플랫폼인 'CF연합(Carbon Free Alliance)'을 결성하고자 합니다."
최근 국회에서도 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 활용 산업에 대한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세제 혜택 등의 지원 방안을 담은 법안이 발의되는 등 구체적 움직임이 나왔습니다.
<이슬기 /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철강·시멘트·화학 같은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들은 녹색 전환을 본격적으로 해야 될 것이고요. 녹색 신산업을 별도로 육성해서 기존 주력 산업에서 불가피하게 생길 출혈을 보완하는 것이 동시에 진행이 돼야…"
기후변화와 통상을 연계해 '녹색 무역장벽'을 높이는 흐름이 계속될 전망인 만큼, 근본적으로는 저렴하면서도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해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줄여나가는 중·장기 로드맵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연합뉴스TV 장효인입니다.
#탄소배출 #탄소중립 #탄소국경조정제도
[클로징: 이광빈 기자]
기후변화 대응은 우리 세대의 당면 과제이자,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한 과제입니다. 그런데, 대의적인 측면을 넘어 기후변화 대응은 이제 경제 전쟁의 첨병이 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해 온 유럽연합이 최근 다소 속도를 늦추면서도 기후무역 장벽을 계속 높게 쌓아올리는 모습에서, 이런 현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고 탄소배출 저감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은 우리의 수출 경쟁력으로 직결됩니다.
기후변화 대응에서, 우리가 대의와 경제적 실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가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할 때입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PD 최병윤
AD 이영은 김희정
#탄소제로 #기후변화 #ESG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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