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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풍향계] 인사검증 실패와 아빠 찬스…정순신 사태의 '씁쓸한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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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여의도풍향계] 인사검증 실패와 아빠 찬스…정순신 사태의 '씁쓸한 교훈'
  • 2023-03-10 10:37:11

[여의도풍향계] 인사검증 실패와 아빠 찬스…정순신 사태의 '씁쓸한 교훈'

[앵커]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 폭력 문제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서 하루만에 물러났지만, 논란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학교 폭력 그 자체와 인사 실패뿐 아니라 '아빠 찬스' 문제까지 터지며 한국 사회의 공정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렸다는 평가입니다.

이번주 여의도풍향계에서 장윤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검찰 출신 정순신 변호사는 아들의 고교시절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지자,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28시간만에 자진 사퇴했습니다.

하루만에 신속히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여진은 그 어느 때보다 길게 이어지는 모습니다.

먼저, 인사 검증 시스템의 '구멍'입니다.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 폭력 이슈는 5년 전 이미 언론에 보도됐던 내용인데 이를 거르지 못한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도입한 '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에는 자녀와 관련된 소송 등을 적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 변호사는 대법원까지 간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은 적어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도운 / 대통령실 대변인(지난달 26일)> "공직후보자 본인이 아니라 자녀와 관련된 문제이다 보니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이 되는데…"

하지만 후보자의 기재 여부와 관계 없이 인사 검증에 '빈틈'이 있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인선을 두고 부실 검증 논란이 일자 윤희근 경찰청장도 유감의 뜻을 밝혔습니다.

<윤희근 / 경찰청장(지난달 27일)> "국수본부장 인선과 관련해 제가 추천권자로서 일련의 상황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과 윤 청장 모두 인사 검증에 허점이 있었다, 유감이었다고 밝혔지만 국민들의 공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지점이 '부실 검증' 때문만은 아닙니다.

학교폭력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이른바 '아빠 찬스' 덕분에 정 변호사 아들이 별다른 불이익 없이 대학에 간 결과에도 많은 이들이 박탈감을 느낀 겁니다.

정 변호사는 아들의 '법률 대리인'이 되어, 학교 징계에 불복하는 소송을 대법원까지 끌고 갔습니다.

반면 '시간 끌기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피해 학생은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겪었고, 극단적 시도까지 했다는 사실이 판결문에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 입시의 공정성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부와 권력의 대물림 속에, 개천에서 용이 나기 점점 어려워지는 사회는 '수저 계급론'으로 풍자되기도 합니다.

고위 공직자의 자녀 입시 의혹은 그렇지 않아도 성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는 사건으로 커집니다.

이 때문에 보수, 진보 정권 할 것 없이 입시 문제로 고개 숙이는 공직자들이 속출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초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될 뻔한 김인철 후보자는 미국 유학 장학금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온가족이 받은 점이 결정타가 돼, 윤정부 1호 낙마자가 됐습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경북대병원 재직 당시 두 자녀가 경북대 의대에 나란히 편입학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습니다.

정 후보자는 청문회까지 가며 의혹을 부인했지만 국민 정서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녀 입시 비리와 장학금 부정 수수 문제로 결국 재판까지 받았습니다.

지난달 1심 선고에서 대부분 유죄가 나왔는데 이에 국민의힘은 '사필귀정'이라 논평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침묵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승마 특기생 입시 비리 의혹이 터졌고, 이는 정권 교체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민심 앞에서 여야는 제2의 정순신 사태를 막자고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습니다.

여당은 재발방지에, 야당은 윤정권 책임론에 방점을 찍은 모습입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몸을 한껏 낮추고 인사검증 시스템 정비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주호영 / 국민의힘 원내대표(지난달 28일)> "어디에서 못 걸렀는지를 철저히 따져봐야 되고, 주의를 하거나 노력하면 찾을수 있었는데 못 찾았다면 거기 책임도 따르지 않겠어요?"

민주당은 윤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하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정 변호사가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점을 꼬집으면서 대여 압박에 나섰습니다.

<박홍근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지난 3일)> "법무부 인사검증관리단의 1차 검증이 먹통이었던 이유, 명백한 결격사유에도 대통령실이 인사를 강행한 배경 등을 밝혀내겠습니다."

교육부는 부랴부랴 이번달 중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소송이 길어지면 생활기록부에 학교 폭력 기재가 늦어지는 부분, 정시 전형에서는 학교폭력 가해자가 걸러지지 않는 문제 등이 검토될 전망입니다.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한장 가져왔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전국에서 대면 개학식과 입학식이 열렸는데요.

'학교 폭력'에 대한 걱정 없이, '공정'에 대한 의심 없는 새 학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ego@yna.co.kr)



#인사검증 #정순신 #부모찬스 #학교폭력 #재발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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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