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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대책' 구호만 허공에…이번엔 실효성 있을까?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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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필수의료 대책' 구호만 허공에…이번엔 실효성 있을까?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 2023-02-13 15:59:52

'필수의료 대책' 구호만 허공에…이번엔 실효성 있을까?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자녀가 아픈데 당장 진료가 어렵다면 어떨까요. 소아과 의사가 줄고 병원이 하나둘 없어지면서 일부 병원은 대기가 필수라고 합니다.

몇몇 대학병원에서도 의사가 부족해 응급실 운영 시간을 줄이고 있습니다. 지방은 더욱 사정이 열악한 실정입니다.

소아과와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에 전공의 지원이 미달인 반면, 성형외과와 피부과, 재활의학과 등으로는 지원자가 몰리는 현상은 이미 오래됐습니다. 그러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구호만 허공에 떠다닐 뿐, 실효적인 대책은 실시되지 않아 왔습니다.

이화영 기자가 먼저 환자와 보호자들이 애태우는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갈 때마다 줄 서요" 소아과 진료 오픈런까지 / 이화영 기자]

38개월 된 딸을 키우는 30대 장영일 씨는 아이가 아플 때마다 소아과 대기는 일상입니다.

적게 잡아도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을 진료에 앞서 기다려야 합니다.

<장영일/서울 구로구> "소아과 오픈런 체험한 적이 꽤 많습니다. 병원 열기 전부터 사람들이 앞에 줄도 서 있고"

진료가 늦어지는 동안 아픈 아이를 돌보는 부모의 심정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장영일/서울 구로구>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어떤 큰 병이 아닐지 많이 걱정도 되고 하는데 아이는 특히 더 못 참고 힘들어하잖아요. 그런 와중에서도 앞에 다른 아이들도 똑같이 아픈데 수십 명씩 기다리면서 안에도 분위기도 아수라장이고…"

최근엔 부모들이 예약 어플을 많이 이용하는데 오전 시간 일부 병원은 대기자가 두 자릿수에 이릅니다.

오전뿐만 아니라 오후에도 붐비기는 마찬가지.

평일 오후 경기 김포의 아동병원.

점심시간이 지나자마자 부모들 발길이 이어지더니 30분 사이 30명이 넘게 접수했습니다.

부모들은 집에서 가까우면서도 의료진이 많아 진료가 수월한 병원을 선호합니다.

<이슬비/경기 김포시> "일단 접근성 좋은 위주로 찾고, 또 진료 선생님들 많으신 병원이 대기 시간 길지 않게 기다려도 빨리 진료를 볼 수 있어서…"

야간이 되면 소아과 방문은 더 어려워집니다.

맞벌이 부모들은 퇴근 뒤 야간 진료가 이뤄지는 병원부터 먼저 찾아봐야 합니다.

<김추옥/서울 구로구> "집 근처에도 소아과 딱 2곳만 저녁에 운영하고 있어서 일부러 여기까지 진료를 받으러 왔습니다."

<이화영 기자> "이곳은 저녁 7시에 야간 진료를 시작합니다. 진료 1시간 전부터 부모들은 접수표를 뽑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30~40분 거리를 달려와 마음은 급하지만 별다른 대안은 없습니다.

<황상혁/서울 관악구> "아무래도 이렇게 늦게까지 하는 병원들이 많지 않다 보니까…밤늦게까지 하는 소아 병원들이 각 지역마다 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아이가 새벽에 갑자기 아파 응급실을 가야 하면 상황은 더 힘들어집니다.

일부 상급병원은 의사가 부족해 소아 응급진료 시간을 줄이는 상황입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24시간 소아청소년 응급진료가 가능한 수련병원이 전체의 36%에 그칩니다.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은 이대로 간다면 의료공백은 불가피한 현실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홍준/김포아이제일병원 대표원장> "정부 정책의 실패로 봐야될 것 같고요. 주변에 있는 병원 원장님들 다들 주말진료와 달빛병원(야간·휴일진료 제공), 야간진료 이런 것들을 포기하는 걸 고민하고 계시고 이게 점점 현실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연합뉴스TV 이화영입니다.

[이광빈 기자]

필수의료가 외면받는 현실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문제는 현장에선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을거란 비관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다는 건데요, 김민혜 기자가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필수의료계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미래가 보이지 않아"…외면받는 필수의료 / 김민혜 기자]

지난해 12월, 소아과 의사단체들이 회견을 열었습니다.

<김지홍/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 "소아청소년과 의사들,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소아청소년 건강을 위해 노력을 할 겁니다. 하지만 힘이 부치고 할 수 있는 한계가.."

이대로라면 진료대란 불가피하다는 건데, 해당과로의 전공의 기피 현상은 이런 우려를 더합니다.

2023년도 지원율 15.9%. 2019년 80%에 이르던 지원율은 코로나 발생 이후론 더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필수의료라 불리는 다른 진료과들 상황도 비슷해, 산부인과의 경우 올해 일부 병원에서는 전공의 지원자가 없는 곳도 나왔습니다.  

이렇다보니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 고령화 문제도 덩달아 대두되고 있습니다.

전체 의사 중 60대 이상 비율은 2011년 8.1%에서 2020년 13.9%로 늘었는데, 필수과목별로 보면 비율의 차이는 더욱 큽니다.

의료계에선 무엇보다 응급·중증 환자를 다루면서 진료수가는 낮은 현실적인 문제를 꼽습니다.  

특히나 소아나 분만쪽은 저출산이란 구조적 상황까지 겹쳤습니다.

<은병욱/노원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나갔을 때의 어떤 전망이라든지 미래가 불투명하니까 그런 부분이 있고..수입 면에서도 다른 과 전문의를 했을 때 훨씬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소송 등에 휘말릴 위험도 높은 분야다보니 기피 현상이 더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은 정부가 재정을 충분히 투입해야 한다는 게 의료계 목소리입니다.

적어도 필수진료를 하면 할수록 병원이 손실이라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석재/대한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 "코로나 때 (정부에서) 병상확보를 해주는 병원에 큰 당근을 주는 정책을 시행했어요. 그랬더니 중증·응급병상 부족이 많이 해소가 된 거거든요. 지원책을 제대로 내놓고 한다면 당장 수가가 조정이 되지 않더라도..."

병원 전문의 정원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옵니다.

배출되는 의사 수 자체가 부족하기보단, 인력 배분이 잘못되고 있다는 취지입니다.

<김윤/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 "(전문의) 늘리라고 하는 강제 규정이 없으니까 병원은 돈을 받아서 인력을 적게 쓰면 이익이잖아요."

이에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공의에게 과의존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김민혜 기자> "우리 의료시스템이 중병을 앓고 있다. 하지만 지금 그게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한 의료전문가는 지금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필수의료 문제의 근원을 제대로 짚지 못한다면 대증치료 수준의 대책만 되풀이될 거란 경고입니다. 연합뉴스TV 김민혜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지역 소멸과 지방 의사 부족 현상은 함께 악화하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에 사람이 몰리듯, 지방에서 병에 걸리면 수도권행 차편에 몸을 싣는 경우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도권 대형병원 인근 고시원에는 지역에서 올라와 숙박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많았는데요. 최근에는 아예 장기 치료가 필요한 지역 환자와 보호자를 겨냥한 '환자방'이라는 곳도 속속 생기고 있습니다.

고시원처럼 좁은 방에 머물면서 인근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는 모습입니다. 대형병원의 경우 병실이 부족해 중환자와 수술환자, 응급환자가 주로 입원할 수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지방에 전문의 뿐만 아니라 대형병원도 부족하다 보니 환자도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입니다. 지역 전문의와 병원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점도 큰 이유입니다.

서울에서 숙박하지 않더라도 지방에서 KTX 등을 이용해 당일치기로 서울 병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KTX역이 있는 지방 도시의 대형병원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역에 의사가 부족하고 대형병원이 부족한 것은 다른 선진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방분권이 발달한 독일까지도 그렇습니다.

대도시 외 지역에서 부족한 의사를 보충하기 위해 갖가지 정책이 실시했지만, 효과적이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의사 부족 현상이 더욱 도드라지자, 독일의 여러 지방정부에선 지역의사제 도입 논의를 서둘렀는데요.

기존 의대 정원과 별도인 지역의사제 정원으로 입학할 경우 10년 정도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입니다. 10년을 지역에서 근무할 경우 해당 지역에 계속 머물 확률이 클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돼 있습니다.  

의대 진학 시 이를 위한 서약서를 제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위약금도 내도록 합니다.

독일에선 지역의사제에 대해 의사단체 간, 정당 간 견해차가 커 도입에 진통을 겪어왔는데, 바이에른주 등 일부 지역은 지역의사제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역의사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왔지만, 의사 단체에서 부정적인 반응이어서 논의에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필수의료 인력 부족과 지방의료 인력 부족 문제가 주기적으로 이슈가 될 때마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합니다.

이번에도 지난달 보건복지부는 반년간의 검토 끝에 필수의료 분야를 살리기 위한 지원대책을 내놨습니다.

국회는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원인 중 하나인 의료사고시 의료진의 과도한 책임을 줄여주기 위한 법안을 검토하는데요.

김보윤 기자입니다.

[수가 인상 내놓은 정부…의료계 "밑 빠진 독" / 김보윤 기자]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은 중증이나 응급, 분만·소아 분야 수가를 늘려 보상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대학병원에 돈을 더 줘서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에 남도록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조규홍 / 보건복지부 장관(지난달 31일)>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를 통해서 절감되는 재원을 우선 활용해서 필수의료 기반 강화에 활용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의료계는 국고를 얼마나 지원할 지 약속이 없는 데다 1, 2차 병원은 그나마 대상에서 빠져있어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전문의를 더 뽑을 유인도 마땅치 않습니다.

오히려 앞으로 상급종합병원 지위를 유지하려면 필수의료 분야 진료를 늘려야 하는데 부담만 커질 거란 지적이 나옵니다.

<임현택 /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천덕꾸러기가 되는 거예요. 상급종합병원에서 떨어지면 소아과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전과가 문제가 되는데."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특성상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위험 부담부터 완화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김영일 / 대전시의사회 회장> "제가 26년을 했는데 제일 힘들었던 거는 환자가 죽었을 때 검찰 조사받고 보상해주고, 그리고 시달리는 거."

국회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선의의 응급의료로 발생한 사고에서 형사책임을 면제해주는 법안과 불가항력 분만사고에 대한 국가책임 법안을 의결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겼습니다.

다만 환자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2월 임시국회 안에 법사위에서 논의가 시작될지는 불투명합니다.

의대 정원 확대 문제도 진전없이 원론적 입장에 머물렀습니다.

정부는 의사 수를 늘리면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의사들은 현행 의료 체계에선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반대하고 있습니다.

<김영일 / 대전시의사회 회장> "힘든 거를 안해요. 지역 복무 기간을 10년 이상 한다고 해도 10년하고 다 갈 거란 말이에요."

정부는 지난달 대한의사협회와의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무너져가는 의료체계를 재건하는 이번 수술을 성공시키려면 보다 근본적이고 촘촘한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연합뉴스TV 김보윤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새벽에 아이가 아파 치료 가능한 응급실을 찾아 여러 병원을 돌아다녀야 하는 상황. 이런 경험을 한 부모들이 꽤 있으실 텐데요. 지방에선 더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지방에선 새벽에 아이를 구급차를 태워 수도권까지 달려가야 하는 상황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치료 시기를 놓쳐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을 텐데요.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서울에서 마저, 전공의, 전문의 부족으로 진료를 보는 게 수월치 않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의사들에게 사명감만으로 필수의료 전공을 선택하고, 지방에서 근무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지적합니다.

필요의료 인력이 부족하지 않고, 지역에서도 이런 인력들이 근무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PD 김선호

AD 김다운



#소아청소년과미달 #필수의료 #인력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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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