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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이해충돌방지법' 국회 문턱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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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이해충돌방지법' 국회 문턱 넘을까?
  • 2021-04-02 22:44:58

[오프닝: 이준흠 기자]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하는 <뉴스프리즘>,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먼저 영상으로 만나보시죠.

[영상구성]

[이준흠 기자]

LH 직원 투기 논란 이후 국회가 뒤늦게 '이해충돌방지법'을 만들겠다고 분주합니다. 이 법이 있었더라면 'LH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거라는 만시지탄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지난 9년간 이 법이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김지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9년간 이해충돌방지법 제자리걸음…LH사태로 다시 주목 / 김지수 기자]

공직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명문화하기 위한 이해충돌방지법.

공직자 직무 수행과 정책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이 법이 처음 국회에 제출된건 지난 2013년입니다.

제출된 법안에는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내용이 포괄적으로 담겼습니다.

국회 제출 당시 해당법안은 국민권익위원회가 8개 정부기관의 의견을 취합하고, 시민단체들과 공청회도 거쳐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경우 의정 활동에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 등 공직자의 정상적인 공무를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결국 지난 2015년 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이 통과될 때 이해충돌방지 규정은 입법에서 제외됐습니다.

여야는 추후 심사를 통한 법안 처리를 약속했지만 더이상의 논의는 없었습니다.

이후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은 목포시의 '도시재생 사업 계획'을 미리 파악하고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손혜원/전 더불어민주당 의원(19.08.26.)>

"대한민국 사법부가 진실을 명명백백 밝혀주실 걸로 믿고 들어갑니다. 고맙습니다. (검찰은 공무상 비밀을 활용했다는 입장인데요.) 나중에 하겠습니다."

박덕흠 의원은 국토위 소속으로 가족 회사를 통한 피감기관 공사 특혜 수주 의혹이 불거진 뒤 국민의힘을 탈당했습니다.

<안진걸/민생경제연구소장(20.01.19.)>

"어디를 가도 다 이해충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본인이 건설회사와 관련 있는 상임위는 철저히 피했어야 했었고 아니면 가족회사가 아예 관급공사를 안받게 했어야 했습니다."

20대 국회는 물론 21대 국회 들어서도 이해충돌방지법을 완성하려는 법안 발의는 이어졌지만 아직 그 어느것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LH 사태는 이해충돌방지법을 다시 주목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법안이 마련돼 있었다면 'LH 사태'를 어느 정도는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뒤늦은 반성과 함께 법안의 미래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연합뉴스TV 김지수입니다.

[코너:이준흠 기자]

이해충돌방지법은 말 그대로 공직자의 '직무'와 '이익'이 부딪히는 걸 막는 법입니다.

공직자가 부동산, 주식과 관련한 인허가 등 직무를 통해 이익을 얻을 경우 처벌하는 내용으로, 본인 뿐 아니라 가족에도 적용됩니다.

또 직무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하거나 전달하는 행위 등도 광범위하게 처벌합니다.

이 이해충돌 관련 법안의 역사는 외국에 비해 길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대 초가 돼서야 부패방지법, 공무원 행동강령 등이 제정됐는데요.

이후에 '김영란법'으로 잘 알려진 부정청탁금지법까지 만들어졌는데, 이때 이해충돌 관련 내용이 빠진 채로, 계속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꼭 이해충돌방지법이 아니라도 이렇게 나름의 법체계가 갖춰져 있는데 왜 LH사태를 막지 못했을까,

이는 현행 부패방지법만으로는 예방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LH 사태를 예로 들면, 부패방지법은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반면, 이해충돌방지법은 토지 구입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LH 사태로 이 법안 통과 요구가 높아지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앞서 리포트에서도 보셨듯, 실제 법안 논의 과정은 지지부진하기만 합니다.

이 이해충돌과 전문성의 경계가 모호한 부분이 있긴 합니다.

가령,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이라면 법무부를 감시하고 법안 체계 등을 심사하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전문성을 살릴 기회가 많겠죠.

하지만 이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법조인이라는 이유 자체만으로 이해충돌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 줄줄이 '이해충돌 흑역사'를 쓴 국회 사례도 많습니다.

무소속 김홍걸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이면서 '남북경협 테마주'인 현대로템 주식 2억원치 가까이를 보유하고 있다가 뒤늦게 처분했고요.

무소속 이상직 의원은 자녀가 보유한 이스타홀딩스 지분이 예산을 다루는 위원회 활동과 충돌된다는 지적 속에, 위원직을 사퇴했습니다.

추혜선 전 정의당 의원도 통신업계를 담당하는 위원회 활동 직후 LG 유플러스 비상임 자문으로 취직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사임한 바 있습니다.

최근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인 공직자들 단골 멘트, "샀지만 투기 목적은 아니다", "지인이지만 이해관계자는 아니다",,

마치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처럼 공허한 해명입니다.

과거 조선은 '상피제'라는 제도를 뒀습니다. 친족끼리 같은 관청에 근무를 시키지 않았고, 특별한 연고가 있는 지역에는 지방관으로 임명하지도 않았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저지를 수 있는 부정을 시스템으로 막자는 움직임은 이미 옛날부터 존재했던 것입니다.

[이준흠 기자]

이 때문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국민들은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벌써 50년 전에 마련한 법이라고 하는데요. 법안의 쟁점과 해외 사례를 박상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어디까지 처벌하나'…쟁점에 막힌 이해충돌방지법 / 박상률 기자]

LH 사태가 터지자 국민들은 신뢰를 잃었다고 말합니다.

<최정애/서울시 종로구>

"누구나 공정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일반 국민들은 너무 억울한 생각이 많이들 것 같아요. 나라를 신뢰하지 못할 것 같고"

이해충돌방지법이 발의된 지 9년. 국민의 85%가 법 제정에 찬성했지만, 아직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정은/참여연대 사무처장>

"국회의원 스스로가 굉장히 많은 이해충돌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각종 의안을 다룰때 표결을 할 때 본인의 사적 이해와 결부되어 있는지 아닌지 밖에서 상시적으로 감시를 하고 판단을 해줘야"

공직자에 배우자와 직계비속까지 포함할지,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도 처벌 대상이 될지 등 민감한 쟁점들은 여전히 협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

특히 공직자가 이용해선 안되는 '직무상 비밀'의 범위를 '미공개 정보'로 확대할지를 두고도 고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논의가 길어지는 가운데 해당 법이 진즉에 있었더라면 LH 사태가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거란 분노가 터져 나옵니다.

<인수민/서울시 종로구>

"그런 법이 제정이 되고, (이미) 있었다면 이렇게까지는 큰 일이 일어나진 않았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CG-

미국은 이미 50년 전, 공직자 뿐 아니라 배우자와 자녀 등 이해관계인들까지 지위와 영향력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할 경우 최대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공직자가 취임할 때 사적 이해관계를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 징역형은 물론, 선거권도 박탈하는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해충돌방지 제도를 엄격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사람들이 문화라고 부르죠. 문화라는 게 법이나 제도로 유인이 생겨서 반복하면서 익숙해지면 당연하게 여기는거예요, 그렇게 해야 된다고"

일각에선 법률 충돌의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기존 처벌 규정과는 다르다는 지적입니다.

<정태원/변호사>

"부패방지법, 권익위의 법에도 처벌 규정이 있어요. 공무원행동강령에 이런 (처벌규정)들이 나와 있지만 그것은 단순히 강령에 불과하고 법이 아니거든요. 사전적으로 예방을 하자, 미리 막자는데 주된 목적이 있는 것이고"

<박상률 기자>

"내부 정보를 이용해 공직자가 이득을 봤다면 누군가는 반드시 손해를 입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선의의 국민들이 더 이상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보완 장치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 연합뉴스TV 박상률입니다"

[이준흠 기자]

선거를 앞두고 화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은 '신속 처리'를 공언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법안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정치권 논의 상황은 장보경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이해충돌방지법 놓고 '동상이몽'…4월엔 통과될까? / 장보경]

이해충돌방지법을 심사하는 소관 상임위는 국회 정무위원회입니다.

여야 정무위원들은 공청회를 진행하고, 여러 차례 소위원회를 열어 의견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LH 사태'로 성난 민심을 맞닥뜨린 민주당은 핵심 입법과제로 이해충돌방지법을 내세웠습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시간의 문제가 아닌, 결단의 문제라며 야당과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기 위한 협의도 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김태년/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지난달 29일)>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은 2013년 이후 세 차례나 발의됐습니다. 더 늦기 전에 공직자의 도덕적 해이와 이해충돌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신속하게 마련하겠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려는 것 자체가 무리일 뿐더러, 쟁점은 어느 정도 다 나와 있다는 게 민주당의 생각입니다.

<이용우/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

"김영란법 통과될 때 짝 지어져야 했던 법입니다. 김영란법 하면서 접대문화 하나하나 바뀌고 있거든요. 꼼꼼히 보더라도 어느 순간 결단해야 할 문제지, 이런 저런 이유로 어떻게 할 사안은 아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일단 꼼꼼하게 심사해서 좋은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지난달 31일)>

"심리되지 않은 채 그냥 묵혀 있다가 막상 제대로 된 논의한 건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이게 무슨 하루 이틀 늦어져서 무슨 난리가 나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만드는 게 중요하거든요"

국민 생활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법안이 여당의 선거용으로 만들게 두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여당이 악재가 되는 LH 사태 '물타기' 하기 위해 이해충돌방지법을 선거 전에 통과시키려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성일종/국민의힘 정무위원>

"김영란법 만들었을 때 농축산물에 대해서 5만원까지만 선물로 인정했잖아요. 20만원까지 넓혀놨습니다. 당시 팔지 못해서 양돈(농가)도 엄청나게 손해봤어요. 균형을 맞춰서 섬세하게 봐야 돼요"

공언했던 3월 처리는 넘겼지만 민주당은 "이제라도 외양간 고치겠다"며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법 처리 속도에 여야 간 자연스럽게 시각차가 생기고 있는 상태에서, 여당 일각에서는 야당을 배제한 채 단독 처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공정경제 3법'을 단독으로 처리해 야당의 반발을 산 만큼, 또다시 부담을 안고 가긴 어렵다는 신중론도 존재합니다.

"야당이 소극적이다", "아니다 반대한 적 없다"며 심사 과정에서도 여야의 기싸움이 '엎치락뒤치락' 고조되고 있는 상태.

오랜기간 잠자고 있던 이해충돌방지법이 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만큼, 이번엔 언제쯤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장보경입니다.

[클로징: 이준흠 기자]

올해는 공직자윤리법 제정 40주년입니다. 1981년, 공직자의 부정행위를 방지하고 깨끗한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해 제정됐는데요. 이런 법이 단순히 선언적 의미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걸 국민 모두가 절감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 그리고 공공기관 직원까지 포괄적으로 감시하는 법안, 과연 이번에는 성난 민심이 "의원님 목에 방울달기"를 성공할 수 있을까요? <뉴스프리즘>이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