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시가 마을버스 기사에 외국인 인력을 더 확대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습니다.
심각한 구인난 때문인데요.
시내버스에 비해 열악한 근무 여건 때문에 마을버스 기사가 나날이 줄어들다 보니, 외국인의 취업 여건을 완화해서 인력으로 활용하자는 취지입니다.
버스는 있는데 기사가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회사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동네 구석구석을 다니는 마을버스를 외국인이 운행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 듯 합니다.
현장 반응은 어떨까요.
앵커리포트, 구하림 앵커가 직접 취재해 전해드립니다.
[기자]
서울 혜화동 일대를 도는 마을버스 기사 오인중씨는 새벽 5시에 일과를 시작해 7시간을 내리 일합니다.
마음 편히 갖는 휴식시간은 점심시간 30분이 전부. 한 바퀴 운행을 마칠 때마다 5분씩 휴식이 주어지지만, 화장실 한 번 다녀보면 곧바로 운전대를 다시 잡아야 합니다.
<오인중 / 마을버스 기사> "아침 같은 경우는 다 바쁘잖아요. 그때는 거의 못 쉬고… 시내버스 같은 경우는 차도 많고, 시간도 많이 있으니까 쉬는 시간이 많이 있거든요. 조금 열악해요, 마을버스는."
열악한 근무 여건 탓에 마을버스 기사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기사 고령화 문제도 심각합니다.
<김동완 / A 마을버스 회사 직원> "광고를 아무리 해도 (기사들이) 안 와요. 옛날에는 여기 30대, 40대도 상당히 많았죠. 지금은 70세 넘어도 받아요. (배달라이더 쪽으로 빠진 인력이 있는 것 같으세요?) 상당히 있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버스회사들은 외국인 기사 확대를 환영한다는 입장입니다.
기사 한 명도 아쉬운 만큼, 버스 운전만 할 수 있다면 외국인도 상관 없다는 겁니다.
<이승재 / A 마을버스 회사 대표이사> "사람 구하기는 어렵고, 있는 사람도 나가고… 기사 구인난이 너무 힘드니까 (외국인 인력을) 받아서 쓰고 싶어요. 차가 두 대, 세 대 서 있거든요. 운영을 못하면 수입도 없고, 재정 지원 금액만으로는 운영할 수 없거든요."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언어의 장벽입니다.
동네 구석구석을 다니는 마을버스 특성상 승객들과 대화할 일이 많은데요,
외국인이 마을버스를 운행하게 될 경우 승객들과 원활한 소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이승재 / A 마을버스 회사 대표이사> "어린이나 노약자가 제일 많이 타는 고지대이다보니까, 마을버스인데 언어가 소통이 안 되면 민원이 너무 많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이 되죠."
승객 뿐 아니라 동료 기사들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거라는 걱정도 있습니다.
<오인중 / 마을버스 기사> "운전만 하는 게 아니라 운행을 해야 되니까, (기사들끼리)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돼야 하거든요. 근데 이게 잘 안된다고…."
이에 당장 외국인 기사 확대보다는 기사 처우 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실제로 마을버스 기사 평균 월급은 약 316만 원으로, 서울 시내버스 기사 평균 월급 523만 원의 60% 수준입니다.
주5일이 보장되는 시내버스와 달리 마을버스 기사는 대부분 주6일 근무를 하고, 교대근무 인력이 부족해 휴식시간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오인중 / 마을버스 기사> "노동시간도 길고, 급여도 안 오르고… 서울시나 구청에서 보조를 해줘야 하는데, 그런 게 없어요. 외국인만 갖다 쓴다? 제가 볼 때는 미봉책 같아요."
서울시는 지난달 E-9 비자에 운수업도 포함해 외국인의 마을버스 기사 취업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했고,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해 별다른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동희 / 서울시 버스정책팀장> "E-9 비자를 활용해서 좀 더 많은 외국인분들이 운수업이나 이런 데 좀 취업할 수 있게끔…인력난 해소에 대한 직접적인 해결을 위해서 저희가 마을버스 조합 의견을 받아서 건의를 한 거거든요."
시민의 발, 마을버스를 책임지는 운전기사.
이들의 적절한 처우 개선은 물론, 현장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의 필요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구하림입니다. (halimk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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