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01년 시작된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의 전쟁이 현지시간 30일 20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혼선을 빚은 철군 과정에 바이든 정부는 책임론에 휩싸였고, 아프간의 미래도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평가인데요.
보도국 이상현 기자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이 기자,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미국이 아프간 전쟁 종료를 선언했습니다.
개전으로부터 무려 20년 만이네요.
종료 선언까지 과정을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기자]
네, 미국 국방부는 아프간 현지시간 30일 밤 11시59분, 미국의 마지막 비행기가 아프간의 수도 카불 공항을 떠났다며 모든 작전이 끝났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에서 "미군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수작전으로 12만 명이 넘는 미국과 동맹의 시민을 대피시켰다"며 군대의 주둔이 끝났다고 밝혔습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20년에 걸친 아프간 전쟁 종식이 공식화된 것인데요.
아프간 전쟁은 테러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라덴에 대한 인도 요구를 탈레반이 거부하면서 시작됐죠.
양측 희생자가 17만 명에 미국의 전쟁 비용만 1조 달러에 달하는 길고도 깊은 전쟁이었습니다.
전쟁은 2011년 미국이 빈라덴을 사살한 뒤에도 이어지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레반과 미군 철수에 합의하면서 종식이 가시화됐고,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도 철수를 선언하며 쐐기를 박았습니다.
미국은 작전 종료를 선언하면서 이제 외교의 장이 열렸다고 밝혔는데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발표를 들어보시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미군의 비행이 끝나고 우리 군이 아프간을 떠났습니다. 아프간에 대한 관여의 새로운 장이 시작됐습니다. 우리가 외교를 이끌 것입니다. 군사 임무는 끝났고 새로운 외교 임무가 시작됐습니다."
[앵커]
철군 상황이 굉장히 혼란스러웠죠. 어떻게 진행됐나요.
그렇지 않아도 급박했던 철군, 그나마 24시간 당겼다고요?
[기자]
네, 대피가 본격화한 지난 14일 이후 아프간을 탈출한 인원은 모두 11만6,700명입니다.
미국은 철군 직전 24시간 동안 1,200명을 대피시켰는데요.
귀국을 원하는 미국인 100여 명은 아직 나오지 못한 상황입니다.
미국은 그동안 대피 시한으로 31일을 잡았었는데요.
철저한 보안 속에 예정보다 하루빨리 전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이슬람국가(IS)의 카불 공항 자폭테러라는 큰 충격을 겪은 만큼 추가 희생을 감수할 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철군 브리핑에 나선 중부사령관은 탈레반이 수감된 IS 대원들을 풀어줬고 아프간 내 강경 IS 대원이 2천 명으로 불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또 마지막 날 피란민들이 비행장까지 몰려들면 아프간 공항의 대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컸고, 30∼31일의 기상 악화 예보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미국이 종료 선언은 했는데 이렇게 다 끝났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분위기가 더 심각해지는 모습입니다.
[기자]
네, 미국은 전쟁 종료를 선언했지만, 긴장감은 오히려 더 높아가고 있습니다.
먼저 무장단체 이슬람국가 IS의 아프간 지부 'IS 호라산'과의 충돌이 문제입니다.
앞서 이 단체가 카불 공항에 테러를 가하면서 170명이 사망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는데요.
미군이 이를 보복하고, 다시 이 단체의 반격이 이어지면서 미국이 또 다른 수렁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실제 미군의 두 차례 보복에 맞서 IS 호라산의 카불 공항 로켓 공격이 이어졌는데, 테러와 보복의 악순환이 반복되면 아프간 내 미국의 군사 작전 규모가 다시 커질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 미군 작전에 불만을 품은 탈레반과 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당장 탈레반도 미국의 보복이 "아프가니스탄 영토에 대한 명백한 공격"이라고 반발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미국 내 전쟁 지속 여부를 두고 찬반이 있어왔죠.
또 철군 합의 자체는 전임 트럼프 대통령이 했고요.
하지만 이런 상황에 바이든 정부 책임론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기자]
네, 무엇보다 갑작스럽게 철군을 실시하면서 그 과정에 혼선이 빚어져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사실 철군 자체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추진된 것인데, 문제는 아프간 정부가 연말까지는 버티리라고 잘못 예측하면서 제대로 통제, 관리되지 않은 급한 철군이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미처 탈출하지 못한 미국 시민권자나 미군에 협력한 아프간인들이 앞으로 탈레반에 핍박을 받으면 혼란 속에 마무리된 대피 작전도 계속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정상 국가로 인정받으려는 탈레반과의 관계 설정 자체도 과제입니다.
만약 탈레반이 과거처럼 샤리아법에 따른 '공포정치'를 한다면 독재 정권의 인권 탄압을 비판해온 바이든 정부로서는 철군을 둘러싼 책임을 피하기 어렵고, 어떤 방식으로든 아프간 사태에 다시 개입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또 상대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탈레반에 우호적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데,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 탈레반이 어떤 변수가 될지도 관심입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내년 11월 상·하원과 주지사 일부를 뽑는 중간선거가 열리는데요.
바이든의 재선을 결정하는 2024년 대선의 풍향계로 평가됩니다.
이미 이번 사안은 미국 내 정치 쟁점화가 된 상황이라 아프간 철군이 내년 중간선거, 나아가 대선에까지 주요 이슈가 되리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앵커]
그렇다면 탈레반의 향후 움직임, 그리고 탈레반이 이끌 아프간의 미래는 어떻게 전망됩니까.
[기자]
일단 세계 최강 미국이 도망치듯 철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탈레반은 한껏 자존심이 높아진 모습입니다.
탈레반은 미군이 떠나자 총과 폭죽으로 축포를 터뜨렸는데요.
수석 대변인은 "우리나라는 완전한 독립을 얻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탈레반의 앞날은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탈레반은 '정상 국가'를 희망하며 새 정부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기 쉽지 않고 국내 난제도 많기 때문입니다.
먼저 탈레반은 인권 보호, 개방적 정부 구성, 국제사회와 교류 희망 등 유화적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 경찰청장 기관총 처형이나 부르카를 쓰지 않고 외출한 여성 총살 등 과격 행태가 전해지면서 비판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10만 명도 안되는 탈레반 병사로 4천만 명 인구의 나라를 통치해야 하는데, 국민 상당수가 이미 서양 문화에 익숙한 상황이라 억압, 공포 통치가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적 지원도 이제 없는 상황에 물가 폭등과 실업자 폭증 등 바닥으로 가라앉은 경제를 어떻게 일으키느냐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외부의 강력한 적이 사라진 상태에 지도부가 여러 파벌로 나뉜 내부를 잡음 없이 통제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고요.
극단주의 세력 IS 호라산과 주도권 다툼도 탈레반에는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앵커]
전쟁은 끝났지만, 국제사회 변수로서 아프간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군요.
우리도 지켜볼 필요가 있겠네요.
이상현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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