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남은 대나무 비계와 안전 그물28일(현지시간) 불이 완전히 꺼진 홍콩 북부 타이포의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의 건물 바깥에 타다 만 대나무 비계와 안전그물이 붙어있다. 2025.11.28

[홍콩=연합뉴스 제공]
28일(현지시간) 불이 완전히 꺼진 홍콩 북부 타이포의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의 건물 바깥에 타다 만 대나무 비계와 안전그물이 붙어있다. 2025.11.28

[홍콩=연합뉴스 제공]


홍콩 아파트 화재 참사의 근본적인 배경으로 입찰 담합과 공사비 부풀리기 등이 만연한 홍콩의 노후 아파트 보수(리노베이션) 공사 시장이 부패한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현지시간 3일 전직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화재로 탐욕스러운 홍콩 보수공사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 드러났다면서 이같이 보도했습니다.

홍콩에선 노후 건물을 의무적으로 보수하도록 하고 있는데, 당국은 매년 30년 넘은 건물 600곳가량에 대해 전문 컨설턴트를 고용해 점검하고 도급업체를 통해 보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홍콩은 보수공사 연한이 도래한 낡은 고층건물이 많아 공사업자들에게 '노다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2022년 말 기준 전체 민간 빌딩의 20% 이상인 9,600채가량이 50년 이상이었던 걸로 전해집니다.

이번 화재는 보수공사 중이던 고층 아파트 7개 동에서 발생했는데, 당국은 비계(고층 건설 현장의 임시 구조물)에 쓰인 그물망 일부가 방염 기준 미달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업체 측이 태풍 피해 이후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일부 그물망을 방염 기능이 없는 '반값' 제품으로 교체했다는 겁니다.

내부 문건에 따르면 불이 난 아파트의 보수공사 예산은 2023년 9월 초기 입찰 분석 당시 1억 5,200만 홍콩달러, 우리돈 약 287억원이었지만, 최고급 옵션 추가 등에 따라 지난해 최종 금액은 약 634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는 게 SCMP 설명입니다.

'반(反) 입찰담합 부동산소유자연맹' 관계자는 컨설턴트 업체가 저가로 계약을 따낸 뒤, 도급업체와 공모해 실제 비용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보수 프로젝트를 맡는 방식이 보수 공사에서 흔한 위법행위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업자들이 저가 자재를 이용해 이익을 취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추가 작업, 비싼 기술 사용 등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2016년 입찰 담합을 막기 위한 기관이 출범했지만 역할이 제한적이라면서, 소유주 조합 총회에서 계약 최종 승인이 내려지는데 '대리 투표' 등을 통해 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는 점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홍콩 내장공사 종업원 공회' 관계자는 "업자들이 저가에 입찰한 뒤 여기저기 비용을 더한다"며 최저가를 써내야 공사를 따낼 수 있다 보니 안전·품질에 문제가 생긴다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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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경(highje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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