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한 건축가가 알프스를 대표하는 봉우리인 마터호른 주변에 65층짜리 초고층 건물을 짓겠다고 나섰습니다.

마터호른이 자리 잡은 체르마트 마을의 심각한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아파트를 건축한다는 계획인데, 지역 주민들은 냉랭한 반응입니다.

현지시간 2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건축가이자 사업가인 하인츠 율렌(61)은 자신의 출신지인 체르마트에 260ｍ 높이의 65층 건물을 건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리나 피크'(Lena Peak)라는 이름이 붙은 이 건설 프로젝트의 비용은 총 5억 유로(약 8,500억 원)에 이릅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32층짜리 저가 아파트와 2,500석 규모의 콘서트홀을 확보하는 외에 상위 30개 층은 부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을 위한 고급 아파트로 사용하겠다는 것입니다.

알프스 계곡을 따라 펼쳐진 체르마트 마을은 유럽에서 아름다운 경관을 지닌 곳 중의 하나로 꼽힙니다.

한쪽으로는 마터호른산의 굽이치는 산봉우리가, 다른 한편엔 고르너그라트 산등성이가 보입니다.

마을의 상주인구는 약 5,800명이지만 겨울철이 되면 4만 명으로 급증합니다.

평균 주택 가격은 ㎡당 2만 스위스 프랑(약 3,600만 원)으로, 유럽 대륙에서 가장 비싼 지역으로 꼽힙니다.

율렌은 스위스 공영방송 SRF와의 인터뷰에서 "주택난이 심각한 문제"라며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간이 없어 많은 이들이 이사를 가고 있다"라고 대규모 아파트 건립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지난달 열린 공청회에서 이미 마을 아래 계곡의 농지를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신축 건물에는 차량 1천 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 공간과 스포츠센터, 보육원, 상점, 레스토랑 등도 들어설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미 심각한 상황에 이른 관광 과잉을 악화시키고 체르마트의 경관을 망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온라인에는 "마터호른을 파내고, 그 안에 아파트를 짓고 꼭대기까지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건 어떻겠느냐"라는 비판성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또 "마을에서 마터호른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고 넓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관광객들에게 더 이상 흥미롭지 않을 거고, 아파트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는 비아냥도 눈에 띄었습니다.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권정상(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