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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풍향계] 반복되는 정치권 성추문 역사…이제는 뿌리뽑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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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여의도풍향계] 반복되는 정치권 성추문 역사…이제는 뿌리뽑을 때
  • 2020-04-27 14:42:33

[여의도풍향계] 반복되는 정치권 성추문 역사…이제는 뿌리뽑을 때



[앵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재발 방지에 앞장서야 할 정치 지도자가 오히려 가해자가 되는 상황에 국민 분노가 더 큰데요.



이준흠 기자가 이번주 여의도 풍향계에서 짚어봅니다.



[기자]



2년 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강도 높은 시정 혁신을 이야기했는데요.



여성 권리 향상도 핵심 내용이었습니다.



관리직 공무원 여성 비율을 늘리고, 시청 내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행 사건, 2차 피해까지 뿌리뽑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뿌리 뽑을 대상은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지난 7일, 여직원을 자신의 집무실로 부른 뒤 성추행을 저지른 것입니다.



오 전 시장은 부산시장직을 내려놓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오거돈 / 전 부산시장> "공직자로서 책임지는 모습으로 피해자분들께 사죄드리고 남은 삶 동안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이 사건보면서 문득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떠올린 분들 많으실 겁니다.



같은 여권 지자체장이고 낙마 이유가 흡사하기 때문인데요.



안 전 지사의 비서 김지은 씨는 지난 2018년 한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수차례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는데요.



안 전 지사는 연인이라 주장했지만, 법원은 약자인 비서를 향한 권력형 성범죄로 최종 결론내렸습니다.



<안희정 / 전 충남지사>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고소인들께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하십니다. 사과드립니다."



안 전 지사는 2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데 이어, 지난해 9월 대법원 확정 판결로 현재 복역 중입니다.



안희정 사태를 시작으로 민주당에선 잊혀질 만하면 성추문이 터졌습니다.



이번 총선에선 영입인재인 원종건 씨가 데이트폭력 의혹이 뒤늦게 불거져 출마도 못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원종건 / 민주당 총선 영입인재> "더구나 제가 한때 사랑했던 여성입니다. 주장의 진실 여부와는 별개로 함께 했던 과거에 대해 이제라도 함께 고통받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시계를 2018년으로 돌리면 정봉주 전 의원이 인터넷 매체의 여대생 추행 보도로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했고, 민병두 의원은 노래방에서 여성을 추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연중행사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정치권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성추문이 터져 나오고 있는데요.



'더듬어민주당', '성누리당' 등 조롱이 이어진 지도 오래입니다.



미래통합당의 전신 자유한국당·새누리당, 한나라당도 과거 성추문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습니다.



"손녀 같아서 그랬다"는 발언으로 더 큰 국민 분노를 일으킨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캐디 강제추행 사건, 결국 대법원 판결 끝에 박 전 의장은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박희태 / 전 국회의장> "(혐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혐의 인정하십니까?)…"



또 강용석 변호사는 여자아나운서 비하 발언으로 기소돼 한나라당에서 제명됐고,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방미 수행 중 주미 대사관 인턴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사퇴하기도 했습니다.



<윤창중 / 전 청와대 대변인(2013년 5월)> "제가 그 여자 가이드의 허리를 툭 한차례 치면서, 툭 한차례 치면서 '앞으로 잘해.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 이렇게 말하고 나온 게 전부였습니다."



단순히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건데요.



전문가들은 특권 의식, 권위주의가 팽배한 정치권 특유의 갑질 문화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실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회식 때 양 옆에 여성 노동자를 앉게 해 빈축을 산 적 있는데요.



이번 사퇴 회견문에서도 마치 자신이 몰랐다거나, 가벼운 일일 수 있다는 취지의 문구가 담겨 있어, 2차 피해를 안겼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오거돈 / 전 부산시장> "강제 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경중에 관계없이…"



'미투' 운동 등으로 우리 사회 성범죄를 근절해야 한다는 국민 의식은 높아졌지만, 정작 정치권의 '성인지 감수성'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치권도 반성문을 쓰면서 부랴부랴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태도를 보이지만, 문제의 근원을 바꿀 수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남인순 /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당 지도부 구조, 원내 구조, 국회 구조 이런 부분에 성인지 감수성을 갖는 조직문화가 정착돼야 하고요."



성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 기준,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만약 총선 전에 터졌다면 선거 결과가 많이 달라졌을 거란 분석도 많습니다.



성폭행 피해자를 보호하고 재발 방지에 앞장서야 할 정치인들이 되려 가해자가 되는 일, 이번을 계기로 뿌리뽑을 수 있을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h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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