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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풍향계] '비상 상황' 반복되는 정치권…의회 정치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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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여의도풍향계] '비상 상황' 반복되는 정치권…의회 정치의 위기
  • 2022-08-08 10:07:58


[여의도풍향계] '비상 상황' 반복되는 정치권…의회 정치의 위기



[앵커]



여의도 정치권의 혼란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야당에 이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까지 최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수순에 들어갔는데요.



정당 정치에 대한 위기의식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여의도 풍향계에서 최지숙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매일 같은 공방으로 비판에 무뎌진 정치권에서 최근 모처럼 뼈 아픈 한 마디가 있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적한 우리 정당 정치의 취약성입니다.



<우상호 /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지난 2일)>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이 심각하다…반성해야 할 대목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당 정치가 얼마나 취약하면 모든 정당이 비대위 체제로 갈 수밖에 없는가…"



대한민국 정치 시스템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숙연한 메시지를 던진 것입니다.



'비상대책위원회'. 국어사전에는 중대한 일이 일어나거나 일어날 우려가 있을 때 소집되는 회의 기관이라고 규정돼 있는데요.



정치권에선 당 대표 사퇴 등 비상 상황이 있을 때 운영하는 임시 조직이라는 뜻으로 통용됩니다.



말 그대로 비상시 꾸려지는 조직이니 정상적인 운영 방식은 아닌데, 지금 여의도에선 원내 1·2·3당이 모두 비대위 체제에 접어들었습니다.



지난달 이준석 대표 징계 사태를 맞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의 대표 직무대행 체제가 의원총회를 거쳐 추인됐지만



<권성동 /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지난달 11일)> "뜻을 모아주셔서 오늘 결의문까지 채택이 됐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환골탈태의 각오로 변화하고 또 변화하겠습니다."



얼마 안 가 대행 체제는 흔들렸습니다.



연이은 말실수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과의 문자 메시지가 언론에 포착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이준석 대표를 향한 윤 대통령의 '내부 총질' 메시지에 당 안팎에선 논란이 이어졌고, 20%대까지 떨어진 국정 지지율과 함께 비대위 추진 논의가 급물살을 탔습니다.



<서병수 / 국민의힘 의원(지난 5일)> "현 상황이 당의 비상 상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당헌 개정안을 빠른 시일 내, 8월 9일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의결하겠습니다."



집권 100일도 안 돼 일어난 일입니다.



국민의힘보다 앞서 야권은 선거 패배로 일찌감치 비대위를 가동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에 이은 지방선거 패배 후 4선 우상호 의원을 필두로 비대위를 꾸려 혼란한 당 상황 수습에 나섰습니다.



<우상호 /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지난 6월10일)> "당이 여러 가지로 위기 상황이라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당의 면모를 일신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서…"



민주당은 이달 말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새 당 대표가 선출되면 여당보다 서둘러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됩니다.



지난 선거에서 존재감이 사라졌다는 혹평을 받은 정의당 역시 비대위 체제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이은주 /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지난 6월12일)> "우리 안의 문제를 찾아내고 죽을힘을 다 해 개선해나가야 합니다. 오늘 전국위원회는 그런 의지를 다시 모으는 출발점입니다."



존폐 위기에 혁신안을 꺼내 들었지만 아직 효과는 미지수인 가운데, 거대 양당에 맞설 새로운 정치를 선보일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이 같은 비대위 체제는 우리 정치권에서 수시로 되풀이돼 왔습니다.



보수 진영에선 최근 10여년 간 8번, 평균 1년 6개월마다 비대위 체제가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내부 인사든 외부 인사든, 역대 비대위원장 다수는 당내 역학구도에 휩쓸려 쇄신 작업에 부침을 겪었습니다.



사실상 유일한 성공 사례로는 2011년 '박근혜 비대위'가 꼽히는데요.



<박근혜 / 전 대통령(2011년 12월)> "어려운 시기에 비대위원장을 맡게 돼서 참으로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단합과 화합이라고 생각합니다."



디도스 공격 파문으로 위기에 놓인 한나라당을 당명 교체와 현역의원 25% 공천 배제로 되살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유력 대권주자였던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이 전권을 쥐고 혁신 작업을 이끈 결과였습니다.



진보 진영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대체로 선거 패배 후 급작스럽게 비대위가 출범하면서, 당 쇄신보다는 생존 투쟁으로 흘러가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그 가운데 성공한 비대위로는 '김종인 비대위'가 있습니다.



2016년, 선거 연패와 계파 갈등의 늪에 빠진 민주당에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절대적 공천권'을 약속받고, 과감한 손질에 나섰습니다.



<김종인 / 전 비상대책위원장(2016년 3월)> "공천이 막바지에 도달하고 있는데 공천 과정이 비교적 무난하게 경과됐다고 생각합니다. 애석하게 탈락하신 분들도 계신데…"



이 과정에서 '셀프 공천' 논란도 일었지만, 결과적으로 20대 총선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여야 모두 수시로 비대위가 등장하다보니 비대위 유형도 다양합니다.



관리형, 혁신형, 절충형, 진단형 등인데요.



대표적인 것은 쇄신 작업에 방점을 둔 '혁신형' 비대위와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역할의 '관리형' 비대위입니다.



현재 여야 비대위 체제는 모두 관리형 비대위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결국 새 대표가 총선 공천권을 쥐고 리더십을 발휘할 전망이어서, 비대위의 역할과 권한은 제한적 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대다수 비대위가 관리형 비대위에 그친 데다 '시한부 권력'으로 임기도 짧다보니, 위기를 수습하며 중립성을 지키는 일만도 벅찬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반복되는 '땜질 처방' 속에, 근본적인 정치 구조나 의회 민주주의 변혁에 대한 논의는 멀어져 온 것입니다.



민생 위기와 감염병 사태로 고통스러운 신음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국회 공전 사태 후, 이제 당권 경쟁에 여념이 없습니다.



여야 모두 총선 승리를 기치로 비대위 띄우기에 나섰지만, 당내 비상 상황에 매몰돼 국민의 비상 상황은 보지 못하는 듯합니다.



미국의 작가 제임스 프리먼 클라크는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스쳐가는 정치꾼에 그칠지, 위대한 정치가로 남을지, 국민의 대표들이 그 답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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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