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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 시선] 원주민 내쫓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어두운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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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앵커의 시선] 원주민 내쫓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어두운 단면
  • 2020-01-18 20:04:35


[앵커의 시선] 원주민 내쫓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어두운 단면 앵커의 눈으로 지역의 이슈를 짚어보는 앵커의 시선 입니다.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가 처음 사용한 용어죠. 젠트리피케이션은 영국 산업혁명 이전의 지주계급을 의미하는 '젠트리'와, 변화를 의미하는 어미 '-피케이션'의 합성어입니다. 이는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특정 지역으로 유입되면서 일어나는 변화를 뜻하는데요. 일명 '둥지 내몰림 현상'이라고도 불리는 이 젠트리피케이션은 최근들어 한국에서도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고, 상대적으로 낮았던 임대료가 높아지면서, 그 과정에서 되레 기존 주민이나 상인들이 다른 지역으로 내몰리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은 어떤 상황과 맞물려있을까요? 젠트리피케이션은 구도심에 외부 자본이 유입되거나, 국가나 지자체의 도시 재생 사업이 진행되는 것과 맞닿아 있습니다. 많이들 들어보셨을 서울의 이태원과 경리단길, 익선동, 성수동 등은 모두 특유의 분위기로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던 곳입니다. 하지만 치솟는 임대료에 '기존 상인'들은 떠나가고,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들어서며 지역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도시재생사업의 대표적인 예인 서울 서촌과 대구 김광석 거리 역시 마찬가지로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 중 입니다. 어떤 상황인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이태원의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2016년 3분기 기준으로 12.6%였는데요. 3년 만에 26.5%로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임대료는 약 8% 증가했는데요. 기존 상인들이, 임대료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해당 지역을 떠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따져봐도,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1.5%로 2년만에 2% 포인트 가까이 늘었는데요. 젠트리피케이션이 전국 공실률 수치에까지 영향을 미칠만큼 심각하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겠죠.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를 막겠다며, 자체적인 노력에 나섰습니다. 2015년 9월, 서울시 성동구가 전국 최초로 관련 조례를 제정했고, 이후 2019년 10월 기준 약 44개의 지자체가 조례 제정에 동참해서 시행 중인데요. 조례의 대다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상생협약 체결 그리고 상생협력 상가 조성' 등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지자체의 상생협약은 강제성이나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지자체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건데요. 같은 고민을 미리 겪은, 영국과 프랑스는 퇴거 보상 제도 등을 통해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제도적 정책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와 함께 구도심의 개발 단계부터, 지역적 특성을 살린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겠죠.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이제 더는 지역만의 문제로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진정한 상생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까지 앵커의 시선 이었습니다.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