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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뉴스프리즘] "학교를 마지막에 닫아라"…코로나에 구멍 뚫린 공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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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학교를 마지막에 닫아라"…코로나에 구멍 뚫린 공교육
  • 2022-01-09 10:45:50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학교를 마지막에 닫아라"…코로나에 구멍 뚫린 공교육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코로나 시대 만 2년. 사립초등학교 선호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집 가까운 공립학교를 거부하고 멀더라도 사립을 보내는 이유를 홍정원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공립은 못믿겠네'…사립초 역대급 경쟁률 / 홍정원 기자]

공교육의 그늘진 단면을 그려낸 드라마 속 한 장면입니다.

<화면출처 / 드라마 'SKY캐슬'> "한국같은 경쟁사회에서 어떻게 학원을 끊어?"

공교육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은 코로나 시대에 더욱 깊어집니다.

공교육과 사교육에 대한 경계선이 학교와 학원으로 확연히 나뉜 가운데, 공립학교냐 사립학교냐를 놓고도 경계선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올해 사립초등학교 경쟁률은 10대 1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올해 지원 열기를 감안하면 역대급 경쟁률을 보였던 전년 6.8대 1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중복지원이 가능해진 점도 한 몫을 했겠지만, 핵심은 역시 교육의 질입니다.

<우명원 / 한국사립초등학교 연합회장> "경쟁률이 많이 높아진 것은 아마 교육 서비스가 차이가 나지 않나, 예컨대 원격 수업의 양이나 질, 등교수업의 횟수 등의 차이를 느낀 학부모들이 사립을 선호하지 않나 생각하고요."

코로나 시대, 공립과 사립의 교육격차를 두드러지게 한 첫번째 지표는 등교일수입니다.

<김병욱 / 국민의힘 의원(교육위)> "사립 초등학교가 주당 4.2일, 공립 초등학교가 1.9일 등교한 것으로 저희 의원실에서 확인했습니다."

거의 두 배가 넘는 숫자입니다.

대면수업을 대신한 온라인 수업의 질 또한 차이가 컸습니다.

<김병욱 / 국민의힘 의원(교육위)> "사립학교의 경우엔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을 통해 선생님들이 수업을 많이 진행한 반면, 공립학교에서는 유튜브나 EBS영상을 틀어놓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수업을 많이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양한 방과 후 활동도 사립을 선호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현장음> '하나, 둘.'

선생님의 지휘에 맞춰 연주가 시작됩니다.

<고혜진 / 화랑초 동아리 교사> "방학을 맞아서 아이들 특별하게 캠프를 진행하고 있는데, 동물의 사육제 중에 사자라는 곡을 연습하고 있어요."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민채 / 초등학교 3학년> "엄마·아빠한테 오케스트라 하는 것 보여드렸더니 엄마·아빠가 잘한다고 좋아하셨어요."

긴 통학거리도 기꺼이 감수합니다.

<조성후 / 초등학교 3학년> "(동네)친구들은 원래 집 주변에 있는 학교에 가는데 어떤(우리 학교) 친구들은 다른 동네에서 오기도 하고…"

국제학교는 더 경쟁률이 치열합니다.

입학시험에 수천만원 대 학비까지 내야하지만 제주 국제학교 4곳에는 올해도 지원자들이 몰렸습니다.

코로나로 해외 유학이 어려워진 영향도 작용했습니다.

이곳에만 앞으로 2곳의 새로운 국제학교가 더 들어올 예정인데, 맹모삼천지교 고사를 반영하듯 주변 부동산 값도 덩달아 들썩입니다.

코로나 시대 3년차, 초등학교 운동장이 기울어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홍정원입니다.

[이광빈 기자]

코로나19는 우리 공교육의 취약성을 더욱 심화시키는 위기였습니다. 교실 안에서 교사 개인 역량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던 시스템이 비대면으로 옮겨가며 부각된 공교육 부실화, 부담은 여전히 사회가 아닌 학생들이 짊어지고 있습니다. 조성미 기자입니다.

[각자도생 돼버린 공교육…학습·교우·영양 어디로 / 조성미 기자]

아이들이 갑자기 학교엘 못 가게 되며 원격 수업에 다급히 적응하던 코로나19 초기의 모습은 이제 어느 정도 안정됐지만, 사태가 터진 지 2년 가까이 된 지금도 공교육의 상당 부분은 개인이 감당할 몫이 돼버렸습니다.

맞벌이인 자녀 대신 9살 손자를 돌보는 박영애씨는 손자가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지난 한 해 눈코 뜰 새가 없었습니다.

저학년이라 고학년보다는 등교 수업이 많았지만 학교에 안 갈 때는 손자의 온라인 수업을 돌봐줘야 했고, 정오쯤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이나 태권도장엘 데려다주는 것도 할머니 몫이었습니다.

<박영애 / 9세 아동 조부모> "숙제를 내준다거나 집에서 복습을 하는 경우 그런 것도 시간 맞춰 한다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럽고, 부모들이 해줘야 되는데 조부모가 한다는 것은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제 시간이 전혀 안 나니까 갇혀 있다는 느낌으로 우울증이 한동안 심했어요."

조부모 손을 빌릴 수 있으면 그래도 나은 편. 그렇지 못한 맞벌이 부부, 특히 워킹맘들은 코로나 사태 뒤 휴직이나 퇴사를 고민하는 빈도가 늘었습니다.

조부모 도움을 얻기도,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퇴사를 선택하기도 어려운 맞벌이 또는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은 원격 수업 속에서 사실상 방치되기도 합니다.

<장모씨 / 초등학생ㆍ중학생 학부모> "(근무 중에) 아이와 통화가 되지 않았을 때 수업에 참여시키고 온라인 환경에서 적극적으로 참여시킬지 굉장히 많은 어려움을 겪었어요.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들을 배달시켜 먹으려고 하고요."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보고서에 따르면 교원 1만 883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지난해 1학기 원격수업으로 학생 간 학습수준 차이가 커졌는지 질문에 9.9%가 '매우 그렇다'고, 44.6%가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후 학교 현장 수업 대신 원격수업을 받은 18세 이하 중 60%는 수업이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는데, 그 이유로 학교의 원격수업 환경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고, 수업내용이나 구성이 충실하지 못하다, 학습 집중이 어렵다를 꼽았습니다.

각자도생처럼 돼버린 교육 환경 속에서 수요자에게 만족을 주지 못하는 원격 공교육의 질은 사교육 의존도를 높였습니다.

<이연형 / 중학생ㆍ서울 양천구> "사교육은 좀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온라인 수업을 들으니까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 양이 별로 많지 않아서 오히려 학원에서 더 많이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코로나발 공교육의 위기는 비단 학습에만 지장을 준 것이 아닙니다.

<나모양 / 9세ㆍ초등학생> "(학교를 가는 게 더 좋아요?) 어… 네! 친구들이 있어서 좋아요. 친구들이 없으니까 혼자 먹는 게 지루했어요. 친구들과 같이 급식실에서 먹고 싶어요."

<박영애 / 9세 아동 조부모> "학교가 가장 믿음직스러우니까…"

연합뉴스TV 조성미입니다.

[코너:이광빈 기자]

학습권. 기본적 인권 중의 하나로 교육받을 권리입니다. 독일에서는 코로나가 유럽을 덮친 2020년 봄, 음식점뿐만 아니라 학교 문을 허겁지겁 닫은 뒤 어린이, 청소년들의 학습권을 놓고 사회적 논의가 진행됐습니다.

팬데믹 시기에 등교를 못 할 때 부작용은 무엇이고, 다시 학교 문을 열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였습니다. 특히 정부와 교육계에선 온라인 등 비대면 수업을 할 경우 학력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음이 잇따라 나왔습니다. 학생이 수업 결손으로 평생 소득에서 1% 또는 3%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부모의 맞벌이 등으로 학업을 보충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가정의 어린이들이 입을 타격이 우려됐습니다.

학교에서 코로나가 어떻게, 얼마나 퍼지는가에 대한 연구도 다각도로 이뤄졌습니다. 모두 등교 재개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독일에선 공교육, 학교 수업이 중시되고 사교육 시장이 작습니다. 물론 독일에서도 일부 고소득층은 팬데믹 기간 공교육의 빈자리를 사교육으로 메우기도 했지만, 사회 한 켠의 현상일 뿐이었습니다.

교실 내 공기 중 감염을 막기 위해 환기시스템을 갖추는 움직임도 빨라졌습니다. 등교를 못 할 경우 맞벌이 부모의 자녀들이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우게 돼 영양에 불균형이 생기고, 가정폭력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시됐습니다. 여름방학 이후 감염 우려로 정상 등교 반대론이 만만치 않았지만,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면서 정상등교가 이뤄졌습니다.

2020년 늦가을, 다시 코로나가 확산하자 독일 사회는 음식점과 상점 문을 닫도록 하는 등 부분봉쇄를 했습니다. 그때 봉쇄로 인한 손실을 국가가 지원하기로 했는데요. 당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의회에서 이렇게 연설했습니다. "어린이집과 학교를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시민의 경제활동을 제약하고 그로 인한 손실을 국가가 보상하더라도, 학교 문만은 끝까지 열겠다는 의지였습니다. 겨울철 들어 일일 신규확진자가 수만명에 이르면서 독일도 등교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지만, 등교를 위한 사회적 사투는 계속됐습니다. 지난해 여름에는 교실 내 환기장치 설치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미흡했던 온라인 수업에 대비한 투자도 계속했지만, 등교가 우선이라는 철학은 일관적이었습니다. 독일은 최근 오미크론의 확산과 신규 확진자가 2만명 가까운 상황에서도 크리스마스 방학을 마치고 대면 수업을 유지했습니다. 독일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보다 감염 전파 상황이 심각한 서구의 여러 선진국에서 '등교 사수'를 위한 노력이 치열하게 전개돼왔습니다.

[이광빈 기자]

반면 우리는 오미크론 탓에 어렵사리 시작된 등교 조치를 다시 중단했습니다. 학교 대면수업 부재에 따른 부작용은 벌써 곳곳에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코로나 사태 장기화 속 위기의 공교육, 어떻게 위기를 헤쳐가야 할까요. 임혜준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코로나 시대 공교육 '위기'…나아갈 방향은 / 임혜준 기자]

공교육 정상화의 첫걸음은 전면 등교입니다.  

그러나 등교 문제는 초·중·고 학생들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극도로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사안입니다.  

지난해 11월 어렵사리 전면 등교가 시작됐지만 당국은 한 달 만에 등교 중지를 결정했습니다.

학생들의 안전과 수업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고심 끝에 꺼내든 카드는 청소년 방역패스입니다.  

이마저도 법원이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 조치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정부 정책이 난맥상을 보이는 가운데 아이들의 학습권에 대한 보장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학력 격차 문제에 대한 심각성은 커져가고 있습니다. 정부도 이에 대한 고민을 안고있습니다.

<문재인 / 대통령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 "코로나 상황 때문에 원격수업이 되다 보니 교육격차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아주 큰 걱정거리입니다."

아이들의 영양권에 대해서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김영식 /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집에서 밥 먹는거라든가 이런게 제대로 안되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이 있거든요. 학교를 오지 못하게되면 그런 어려움들이 생기는 거죠. 돌봄에 대한 어려움들…"

결손 만큼이나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또 있습니다.

<김영식 /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발달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친구들과 만나서 대화하고 어울리고 하면서 사회성도 커지고 그러면서 자아정체성이라든가 자존감도 키울 수 있는 그런 공간이 학교만큼 좋은 공간이 없거든요."

원격 수업이 길어질 때를 대비한 노력도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학습권 보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져야 하는 데, 특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현 / 우리교육연구소 대표> "교사들이 자기만의 디지털 컨텐츠를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EBS 컨텐츠가 됐든 어떤 컨텐츠가 됐든 다양한 수업자료에 쓸만한 것들을 교사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일단은 저작권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줘야 돼요."

교육부는 지난해 7월 교육회복종합방안을 발표하고 여러 지원 방안을 제시했지만 충분한 대안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따릅니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위기 상황에서 더 깊이 고민하고, 멀리 보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은 K-방역, 학생들의 학습권까지 지켜낸 성공적인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될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연합뉴스TV 임혜준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으로 학력 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2020년 말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했더니 '영어포기자', 기초학력 미달은 1년 새 2배로 늘었습니다. 또 수학은 8명에 한 명꼴로 기초학력 미달 이었습니다.

청년들 취업이 어렵다고 아우성칩니다. 집값 폭등으로 이번 생은 망했다는 청년들의 자조 섞인 목소리가 늘어납니다. 부모의 경제력과 그로 인한 학력 격차는 무시할 수 없는 원인입니다. 지금 취업문을 두드리는 청년들보다 출발선이 더욱 벌어진 코로나 시대의 학생들. 이 학생들이 취업 경쟁에 뛰어들 10년쯤 후의 미래. 훗날 청년들은 지금의 공교육과 학교를 어떻게 회상할까요?

이번 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집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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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