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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코로나19 시대' 자화상 배달라이더 '무한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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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코로나19 시대' 자화상 배달라이더 '무한경쟁'
  • 2021-11-28 09:42:32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코로나19 시대' 자화상 배달라이더 '무한경쟁'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코로나19 확산 이후 배달 주문이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며 오토바이의 위험한 질주가 크게 늘었습니다. 보행자 안전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밤낮없는 소음으로 인한 주민 불편도 커지고 있습니다. 방준혁 기자입니다.

[온동네 울리는 오토바이 굉음…횡단보도 달리고 단속 피해 도주 / 방준혁 기자]

늦은 밤 오토바이들이 굉음을 내며 주택가 도로를 질주합니다.

골목마다 배달 오토바이가 누비는 탓에 밤잠을 설치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김민정 / 고등학교 1학년> "새벽에 자다가 여러 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갈 때 제일 시끄럽고…경적 소리도 크고 부웅(엔진) 소리가 일단 제일 컸어요."

보행자 사이를 비집고 횡단보도를 달리는 오토바이도 눈에 띕니다.

안전모도 쓰지 않은 채 정지선 앞에서 차를 가로막고 서 있던 오토바이는 단속을 하려는 경찰을 무시하고 그대로 달아납니다.

<단속 경찰관> "경찰이 보이면 무조건 도망가니까…(호루라기 불어도요?) 네 불어도 도망가요."

서울시와 경찰은 연말까지 오토바이 집중 단속에 나섰습니다.

교통 신호 위반은 물론이고 번호판을 가리거나 소음을 유발하는 불법 개조 행위도 모두 단속 대상입니다.

이곳 연신내역 일대에서 한 시간 동안 7대의 오토바이가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정종호 / 은평경찰서 교통안전팀장> "이륜차들이 배달이 많다 보니까 무리하게 운행을 하는 경우가 빈번히 있습니다. 저희가 주야로 2시간 이상씩 집중 단속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배달 오토바이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탓에 일일이 단속하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서울에서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은 올해 들어서만 66명,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배달 종사자입니다.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횡단보도 주행 적발)> "(배달이) 늦어도 상관없다고 하면 안 그랬겠죠. 업장이 저희가 아니라 다른 데로 바꿔버린다고 하면 그걸 감당하기가 쉽겠냐고요."

배달 기사들이 죽음의 속도 경쟁을 벌이는 사이 주민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방준혁입니다.

[이광빈 기자]

이처럼 신속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면서 라이더들의 속도 경쟁도 심화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주문 수요가 늘면서 도심 곳곳은 시간을 가리지 않는 배달 격전지로 변했는데요. 한지이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더 빠르게"…코로나 시대 속도 경쟁 내몰린 배달기사 / 한지이 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수제버거 배달음식점에 주문이 들어옵니다.

<현장음> "배달의 00 주문! 배달의 00 주문!"

주문이 뜨자마자 분주하게 요리가 시작되고, 포장이 끝나자 배달기사가 픽업장소에서 음식을 들고 나갑니다.

치열한 배달 경쟁 탓에 빨리빨리는 이미 익숙해진 지 오래입니다.

<최두영 / 배달기사> "코로나 때문에 배달 물량이 너무 많이 늘어가지고 기사 대비 몇 배 이상 물량이 있다 보니까 수행이 참 어려운데, 사장님들한테도 늦어서 죄송하다, 죄송하다 말씀드리는 것도 좀 그렇고…기사 수급도 잘 안 되는 상황이고…"

한 건이라도 더 많은 배달을 하기 위해 시간 싸움에 노출된 배달 기사들.

<현장음> "정지선 시켜주셔도 배달 늦지 않거든요. 다음부터 지켜주시고…"

배달주문 플랫폼 기업·배달 대행업체의 독촉, 음식점 점주와 소비자들의 빠른 배달 요구 속에서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스스로 정지선 같은 교통안전을 지키는 게 우선이라는 게 배달 기사들의 생각입니다.

<김영수 / 민주노총 배민라이더스 지회장> "저희들이 어떻게 하면 라이더들의 난폭 운전, 신호 위반 등을 좀 개선할 수 있을까 라이더 스스로가 먼저 자정을 해야한다는 개념으로 저희들이 이렇게 정지선에서 신호위반 하지 말자고 스스로 나서기로 했습니다"

코로나로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하면서 2019년 약 9조원이었던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0조원 규모로 2배 이상 뛰었고 배달원 취업자 수도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상반기 37만명에서 하반기에는 39만명 까지 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배달 기사를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은 미비한 실정입니다.

<이정희 /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무리한 스피드 경쟁은 전반적으로 물론 소비자들은 편리함 때문에 좋아한다고 하지만 사회적 비용이 더 들어갑니다. 교통사고라든가 교통질서가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많아지게 되겠죠."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 하면서 배달 노동자 수도 늘고 있지만, 이들이 처한 노동 환경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입니다. 속도보다는 안전을 추구하는 성숙한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할 때입니다.

연합뉴스TV 한지이입니다.

[코너:이광빈 기자]

배달 오토바이는 항상 도로 위를 달리기만 하지 않습니다.

'콜'을 받기 전까지 대기하는 장소도 있습니다. 배달허브라고 말합니다. 배달허브 앞에는 많게는 수십 대의 오토바이들이 빼곡이 늘어서 있습니다. 갈길 바쁜 오토바이와 사람이 오고가는 곳이다보니 여기서도 소음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소음 등의 문제가 생긴다고 '우리 지역에선 배달허브가 있어선 안 된다'는 식의 '님비' 현상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오토바이 소음과 배달허브 설치를 둘러싼 갈등은 배달 노동자들을 배려하면서도,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감안해야 하는 숙제입니다.

이처럼 배달 오토바이로 인한 다양한 충돌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거리 위에서 발생한 소음 문제는 해법이 간단해 보이기도 합니다.

배달 오토바이가 속도와 신호를 지키면 아무래도 소음이 덜할 수 있고 주민들이 느끼는 사고 위험도 줄어들 것입니다.

그러나, 속도와 신호를 지키면 배달기사 이른바 라이더들의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3월 배달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이 11명의 라이더들을 상대로 준법 주행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속도와 신호 등을 다 지켰더니 한명 당 하루 평균 배달 건수가 26.6건에서 18.7건으로 줄었습니다.

시급은 만6천931원에서 만3천241원으로 약 20% 감소했습니다. 단순히 준법 의식만 강조한다고 해서 라이더들의 질주가 멈춰지기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특히 배달 플랫폼에서는 라이더들이 배달 요청을 거부하지 않고 수락할수록 일감이 더 몰리는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토바이를 더 빨리 몰아야 일거리도 더 배당받는 셈입니다. 배달 한 건당 버는 돈이 적다보니 몸과 마음이 바쁠 수밖에 없습니다.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구축한 생태계에선 구조적으로 속도경쟁에 몰릴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준법의식 강조를 넘어 시스템적,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광빈 기자]

최근 오토바이 소음 민원이 급증하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에선 구청장이 현행 이륜차 소음 기준을 하향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냈습니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서울시내 배달 이륜차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고휘훈 기자입니다.

[소음민원에 지자체 골머리…"소음규제 강화해야" / 고휘훈 기자]

국내 대표적 관광지인 부산 해운대구는 오토바이 소음 민원이 일년내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부산 해운대구에선 올해만 이륜차와 자동차 관련 소음 민원만 1천여 건 넘게 접수됐습니다.

구청이 수시로 단속에 나서지만 속수무책입니다.

무엇보다 소음 단속 기준이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홍순헌 / 부산 해운대구청장> "실질적으로 단속을 단 한 건도 할 수 없었습니다. 너무나 현실과 차이가 있는 높은 소음 기준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떠한 형태라도 현장에서 소음에 의해서 적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홍 구청장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륜차 소음 기준을 하향해야 한다는 글을 직접 게재했습니다.

<홍순헌 / 부산 해운대구청장> "출고할 때부터 오토바이든 승용차든 소음기준을 강화해서 출고하자. 오토바이의 경우 출고 이후에 개조하는 그런 사례가 빈번합니다. 개조했을 때 벌금 또는 벌칙이 강화되지 않으면 이 또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현행 '소음·진동 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이륜차 소음 기준치는 105㏈(데시벨) 정도입니다.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기준(80㏈)보다 훨씬 높고, 전차가 지나가는 소음(100㏈)과 거의 비슷합니다.

이륜차 소음 기준이 적정한지에 대한 연구는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

환경부는 지난 5월부터 이륜차 소음 허용기준에 대한 연구 용역에 착수했으며, 조만간 용역을 마무리해 이륜차 소음 기준의 적정선을 정한다는 방침입니다.

자동차의 소음기를 제거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법안들도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현행법을 고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지자체도 있습니다.

서울시는 오는 2025년까지 전업 배달용 이륜차는 모두 전기 이륜차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홍석 / 서울시 기후변화대응과 그린카보급팀장> "배달용 이륜차의 경우 일반 이륜차에 비해 주행거리가 5배 이상 깁니다.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은 물론 주택가 소음의 주요 요인이기도 합니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전업 배달용 이륜차 3만5천 대 전체를 전기 이륜차로 교체해 보다 쾌적한 도시 환경을…"

서울시는 배달 이륜차의 전기차 전환을 위해 환경부와 국내 주요 대형 택배사, 배달용 전기 이륜차 업체 등 관련 업계와 업무 협약도 마쳤습니다.

시민들의 수면권과 학습권을 보장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고휘훈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이 사고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텐데요. 지난 8월 서울의 선릉역 인근에선 정차 중이던 23톤 화물차 앞에 배달 오토바이 한 대가 끼어들었습니다. 화물차의 운전석이 높아 운전자는 앞에 있던 오토바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채 신호가 바뀌자 그대로 주행했습니다.

사고 현장 인근 인도에 세워진 고인의 오토바이 앞에는 국화꽃이 놓여졌습니다. 길을 가던 시민들도 안타까움에 발걸음을 멈춰 고인을 추모했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사망사고 가해자가 된 트럭 운전사를 향해서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습니다.

도로 위에는 모두의 생명이 걸린 속도 경쟁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언제쯤 이 위험한 질주가 끝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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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