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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풍향계] 황교익·녹취파동…與野 경선극장 '집안싸움' 아슬아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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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대선풍향계] 황교익·녹취파동…與野 경선극장 '집안싸움' 아슬아슬
  • 2021-08-23 09:54:51
[대선풍향계] 황교익·녹취파동…與野 경선극장 '집안싸움' 아슬아슬

[앵커]

대선 후보 선출 일정에 들어간 여야가 집안싸움에 휩싸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이낙연 경선 주자 간 갈등이, 국민의힘에선 대선 주자들과 이준석 대표의 대립이 깊어지고 있는데요.

이번주 대선 풍향계에선 박초롱 기자가 관련 내용을 정리해봤습니다.

[기자]

이명박, 박근혜 후보가 겨룬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의 후유증은 대선 때마다 반면교사로 회자됩니다.

당시 한나라당에서 누가 나와도 손쉽게 승리할 수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그야말로 박 터지는 집안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BBK 주가 조작과 도곡동 땅 투기 의혹을 제기했고, 이명박 후보는 "박 후보가 최태민 일가의 허수아비"라고 반격했습니다. v 결국 이명박 후보가 승리했지만, 임기 내내 '여당 내 야당' 친박계와의 갈등은 정치적 부담이 됐습니다.

분열과 대립의 마침표는 탄핵과 정권 교체였습니다.

경선 과정에서 터져 나온 의혹들, 10년 후 두 사람을 법정에 세우는 단초로 작용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선을 200일 앞둔 여야, 벌써부터 2007년을 되돌아봐야 할 때가 됐습니다.

지난주엔 집안싸움에 골몰하느라 여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민주당에선 경기도 산하 기관인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내정된 걸 두고 공방이 뜨거웠습니다.

이낙연 캠프의 첫 문제 제기는 나름대로 검증의 범주에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황 씨에게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할 만한 전문성이 있는지, 과거 이재명 후보 옹호 발언을 했는데 '보은 인사'를 한 건 아닌지 문제 삼았습니다.

어느 순간 공방은 '친일'로 번졌습니다.

<신경민 / 이낙연 후보 캠프 상임부위원장(지난 17일, CBS라디오 출연)> "(황교익 씨는) 일본 도쿄나 오사카 관광공사에 맞을 분이 아닌가 생각이 돼요. 일본 음식에 대해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한국 음식은 거기의 아류다', '카피를 한 것이다'라는 멘트가 너무 많았어요."

황 씨도 '친일 프레임'으로 맞불을 놓았습니다.

<황교익 / 맛 칼럼니스트(지난 18일, CBS 라디오 출연)> "(극우 세력이) 문재인 지지자인 황교익을 공격하기 위해서 만든 게 친일 프레임입니다. 그걸 저한테 공격한다는 게 인간적으로 도리가 아니죠. 얼마나 화가 났으면 내가 이낙연 씨보고 일본 총리 하시라고…"

황 씨가 "이낙연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데 집중하겠다"는 극단적 발언을 하면서 여권 전체적으로 위기감이 커졌죠.

<안민석 / 이재명 캠프 총괄본부장(지난 19일, BBS라디오 출연)> "이것은 수류탄이 아니라 핵폭탄을 경선 정국에 투하한 꼴이고요. 이낙연 후보님께 제가 대신 이유 불문하고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이낙연 /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지난 19일)> "저희 캠프의 책임 있는 분이 (황교익 씨에 대해) 친일 문제를 거론한 것은 지나쳤다고 생각합니다."

이해찬 전 대표까지 '구원투수'로 등판해 황 씨에게 위로를 건넸고

논란 일주일 만에, 황 씨는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자 자리에서 사퇴했습니다.

이렇게 사태가 일단락된 듯하지만, 아닙니다.

논란의 배경엔 이재명 후보가 경기지사직을 유지하며 이를 선거 운동에 이용하고 있다, 이른바 '지사 찬스'를 쓰고 있다는 경쟁 후보들의 불만이 깔려있습니다.

바로 '황교익 2라운드'가 시작됐습니다.

경기 이천시 쿠팡 물류센터 화재가 있었던 지난 6월, 이재명 후보가 유튜브방송 '황교익TV'에 출연하느라 화재 현장에 늦게 갔다는 문제 제기가 잇따랐습니다.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 "우리 국민들께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왜 세월호 빠지고 있는 현장의 구조 함정에 안 갔냐고 문제 삼지 않잖아요. 제가 실시간으로 다 보고를 받았고…"

'황교익 공방'으론 이재명, 이낙연 두 후보 모두 손해를 봤다는 평가가 뒤따릅니다.

<이강윤 /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 "어느 쪽이 손해냐 이익이냐를 따지는 것은 전혀 무의미하고요. 굳이 말하자면 상처뿐인 휴전입니다."

민주당이 '황교익 공방'에 매몰된 사이 국민의힘에선 녹취록 파동이 있었죠.

대선 경선을 관리하는 당 대표와 윤석열과 원희룡, 유력 주자 간 갈등이 잇따라 표출되는 이례적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원 전 지사는 이준석 대표가 자신과의 통화에서 "윤석열 전 총장은 금방 정리된다"는 발언을 했다며, 불공정 경선을 우려를 공개적으로 제기했습니다.

이에 이 대표가 한밤중에 공개한 녹취록에 적힌 말은 "저거 곧 정리됩니다."

'저거'는 윤 전 총장이 아닌 '윤 전 총장과의 갈등 상황'이란 설명인데, 원 전 지사는 더 강하게 나갔죠.

<원희룡 /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지난 18일)> "곧 정리한다는 이준석 대표의 발언 대상은 윤석열 후보입니다. 이 대표가 작성한 녹취록이 아니라 이 대표가 가진 녹음 파일 공개하십시오. 그것도 전체를 공개하십시오."

이 대표, "딱하다"는 반응과 함께 거부했습니다.

<이준석 / 국민의힘 대표(지난 18일)> "제가 지금 상황에서는 응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원희룡 /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지난 19일)> "추가적인 공방은 그만하고 이제는 공정한 경선을 만들어나가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이러다간 정권 교체에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둘 다 한발 물러섰습니다.

하지만 당 선거관리위원장 인선과 경선 룰을 둘러싸고 갈등의 불씨는 여전했는데요.

이번엔 이준석 대표가 선관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싶어했던 서병수 경선관리위원장이 물러섰습니다.

<서병수 / 국민의힘 의원> "당 대표가 모자란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바로 잡아 나가면서 협력하면서 나갈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저의 (경선관리위원장) 사퇴와 선거관리위원장 맡지 않겠다는 결정으로 인해 정리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그런데 정작 주인공 격인 윤 전 총장은 조용했죠.

공개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끝 무렵에 등장했습니다.

갈등의 시발점인 오는 25일 후보 '비전 발표회'에 참석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정치권에선 이례적인 '선수와 심판의 다툼'을 '굴러온 돌'과 '박힌 돌'의 첨예한 당내 권력 투쟁 과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형준 /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후보들 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게 대표의 역할인데 한쪽으로 쏠림 현상이 나오잖아요. 지금까지 야권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전무후무한 거예요."

내홍은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8월 말 출발하는 경선 버스가 제대로 굴러갈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당 지도부든, 후보든 경선 흥행과 승리를 위해 분투합니다.

그런데 여기엔 양면이 있다는 걸 황교익 그리고 녹취록 파동이 다시 보여준 것 같습니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은 사생 결단식 경선이 공멸을 부를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지금까지 대선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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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