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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뉴스프리즘] '플랫폼 사회' 비용과 편익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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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플랫폼 사회' 비용과 편익 사이
  • 2021-08-13 21:46:56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플랫폼 사회' 비용과 편익 사이

[오프닝: 이준흠 기자]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준흠 기자]

코로나 사태로 거리두기를 지키느라 비대면·디지털 경제가 급성장했죠. 플랫폼을 매개로 물건과 서비스를 거래하는 플랫폼 산업이 대표적인데요. 그런데 몇몇 기업의 몸집이 커지면서 기존 산업과 충돌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먼저 조한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플랫폼 서비스 갈등 속출…"상생 모색해야" / 조한대 기자]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을 두고, 개발업체와 변호사협회의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업체는 로톡이 법률 서비스를 받기 위한 문턱을 낮출 뿐 아니라, 변호사 업계의 시장 파이도 키울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정재성 / 로앤컴퍼니 부대표> "법률 서비스 시장은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정보 자체가 굉장히 제한적이고, 그런 접근성이 떨어지는…정보들이 알려지는 것 자체가 변호사들에게도 도움…"

반면 변협 측은 변호사 시장이 파괴되고, 저가 수임 등으로 결국 법률 서비스의 질도 떨어지게 된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윤우 / 대한변호사협회 수석 대변인> "(기업은) 투자자들을 위한 수익 창출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수익 창출을 하게 되면 누군가는 착취를 당해야 돼요…그게 변호사가 될 거고, 그렇게 되면 시장의 안정성이 파괴…"

플랫폼 서비스로 인한 갈등은 변호사업계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다른 직군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용·의료 플랫폼 '강남언니'는 대한의사협회와 의료광고 사전 심의 규제를 놓고 충돌하고 있고, 약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닥터나우'도 약사회와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또한 '직방'의 서비스 확장에 공인중개사협회는 중개시장 진출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갈등이 속출하자, 학계에선 사회적 합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전성민 /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전적으로 한쪽이 맞다, 한쪽이 틀리다 이렇게 하는 거는 적절하지 않은 거 같고요…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어떤 중재 기구 이런 걸 상설하고…"

일각에선 이러한 대결 구도가 소비자인 시민들에겐 부정적으로 보여질 뿐이라며, 상생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습니다.

연합뉴스TV 조한대입니다.

[코너:이준흠 기자]

'네카라쿠배'라는 신조어 들어보셨나요?

마치 일본어 같지만, 국내 대형 IT기업의 앞글자를 딴 것입니다.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모두 대형 플랫폼 기업입니다.

플랫폼은 정거장이란 뜻이죠. 시장에서는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중개 사업자를 의미합니다.

요새 많이들 쓰시는 배달 어플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코로나19 탓에 집에서 음식 시켜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회사 규모도 확 불었는데요.

기존에도 음식 배달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이에 플랫폼 기업이 들어오면서, 고객은 손가락 몇 번 움직여 음식을 부를 수 있고, 식당 역시 안정적으로 고객 확보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밝은 면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이 사업자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일상생활이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때부터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우월적 지위를 갖게 됩니다.

수수료를 올려 받아도 울며 겨자 먹기로 그냥 쓸 수밖에 없는 거죠.

또 새로운 서비스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앞서 보신 것처럼 기존 산업과 충돌도 발생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승합차를 불러 탈 수 있던 '타다'가 택시업계와 갈등 속에 결국 시장에서 퇴출된 적 있습니다.

이런 산업의 발전으로 새로운 노동 형태, 플랫폼 노동자가 탄생했습니다.

플랫폼 기업을 통해 일하는 배달 기사, 대리 기사, 가사 도우미 등이 그들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플랫폼 노동이 일감이 생길 때만 일을 하기 때문에 고용이 불안정하지만, 원하는 시간만큼 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다만 플랫폼 기업이 이들의 노동과정을 수락율, 별점 등의 형태로 사실상 관리하면서도, 법적으로는 고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자로서의 책임은 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플랫폼 종사자는 현재 18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코로나19 탓에 지난해부터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는데, 대부분이 2040 젊은층이었습니다.

이런 변화, 또 진통,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미국에는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으로 '팡'이라고 불리는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이 있고,

중국에는 바이두, 알라바바, 텐센트 그리고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과 '중국판 배달의민족' 메이퇀이 있습니다.

이런 해외 빅테크 플랫폼, 이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는데요.

하지만 미국은 물론, 미국과 '기술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국조차도 이런 기업들에 대한 강력 제재 등, 군기잡기에 나서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인지 베이징 임광빈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미중, '빅테크' 길들이기 어디까지…배경과 파장은? / 임광빈 기자]

점심시간, 베이징 시내 중심가의 한 건물에서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들이 향한 곳은 건물 옆 무인택배함.

주문한 음식을 배달 기사들이 가져다 놓으면, 직접 찾아가는 것입니다.

휴대폰 어플을 통한 배달은 중국에서 이미 일상이 된지 오래인데요.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배달 수요는 더 늘었습니다.

배달 품목도 사실상 제한이 없다고 할 만큼 선택지가 다양합니다.

<류샤오제 / 직장인> "많을 때는 일주일에 열번씩 배달을 시킵니다. 가끔은 집에 늦게 돌아갈 때 저녁에도 그냥 시켜 먹어요"

중국 음식배달 시장을 60% 이상 장악한 메이퇀의 지난해 주문 건수는 무려 101억 5,000만 건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중국 '국민기업'으로 인식돼 온 메이퇀이 최근 중국 당국의 강력한 압박에 직면했습니다.

광둥 지역 요식업계에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는가 하면, 다른 플랫폼에 입점할 경우 징벌적 수수료를 부과하는 이른바 '갑질'을 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최근 시작된 '인터넷 산업 집중 단속'과 관련해 지난달 30일 25개 인터넷 플랫폼 기업 대표들을 소집해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으라고 요구했는데, 그 자리에 메이퇀도 불려갔습니다.

이같은 빅테크 기업 규제는 지난해 말, 세계적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를 시작으로 본격화했다는 평가입니다.

<마윈 / 알리바바 창업주(지난 해 10월)> "우리는 금융업의 전당포 사상을 바꿔 신용시스템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중국의 은행은 아직도 전당포 사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발언 뒤 창업자 마윈은 당국에 불려가 질책받았고, 11월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 앤트그룹의 기업공개는 48시간을 앞두고 전격 중단됐습니다.

4월에는 3조 1,0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반독점 과징금도 물어야 했습니다.

< CCTV보도 / 4월 10일> "시장감독총국은 2020년 12월부터 반독점법에 따라 알리바바의 중국내 전자상거래 플랫폼 시장에서 시장지배 지위를 남용한 것에 대해 조사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알리바바의 '양자택일' 독점행위를 확인했습니다."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던 중국 정부가 이렇게 돌변한 배경은 무엇일까?

<김다인 / 코트라 중국 상하이 무역관> "알리바바가 알리페이라는 제3자 결제시스템을 도입했고, 그걸 토대로 다량의 사용자 거래와 금융정보를 수집했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액펀드, 마이크로론 신용평가 서비스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 영역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수집한 대량의 사용자 데이터 등을 마케팅과 사업 개발 등에 활용해 단기간에 고성장을 이룰 수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이나 후발기업 싹 자르기 같은 독점의 부작용이 나타난 것입니다.

비슷한 규제 움직임은 중국에 앞서 미국에서도 수년 전 시작됐습니다.

미국에선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가 페이스북과 아마존, 애플과 구글, 이른바 FAAG로 불리는 IT 공룡들에 대해 기존 반독점법을 기반으로 규제에 나섰습니다.

의회도 가세해 6월엔 하원에서 시가총액 6,000억 달러 이상, 월 활성이용자 5,000만명 이상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는 5개 법안이 발의됐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달 플랫폼의 지위 남용을 막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독과점 기업들의 폭력적 행위에 관용은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바이든 / 미국 대통령(지난달 9일)> "경쟁이 없는 자본주의는 착취입니다. 건전한 경쟁이 없다면, 큰 선수들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마음대로 바꾸고 청구하고, 그들이 원하는대로 당신을 대할 것입니다."

다만 미국보다 중국의 규제가 더 두드러진 이유는 경제적 문제 외에 정치적 문제가 함께 고려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국가안보 위협'이란 이례적 이유를 내세워 지난 6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 역시 이 같은 평가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미중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정부의 만류에도 디디추싱이 뉴욕증시 상장을 강행하자 공산당이 이를 도전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선옥경 / 중국 허난사범대학 국제정치학과 교수> "정치적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업들을 공산당 1당 체제를 위협할 잠재 위협요인으로 간주하고 조치를 강하게 취한 것이죠."

또, 민간기업이 확보한 개인정보 빅데이터를 중국 정부가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유럽이나 미국, 중국 모두 빅테크 기업의 끊임 없는 사업 확장을 견제하며, 반독점 관행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다만, 정치와 경제체제가 현격히 다른 만큼 규제의 범위와 그에 따른 파장은 어떻게 나타날지 보다 면밀한 주시가 필요해 보입니다.

베이징에서 연합뉴스TV 임광빈입니다.

[이준흠 기자]

기술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해온 플랫폼 산업,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을까요. 시장 지배적 위치를 이용한 '갑질' 같은, 부작용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섣부른 규제가 산업 자체를 좌초시킬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은데요. 이 내용은 김지수 기자가 짚어봅니다!

[플랫폼 규제 논의 활발…'산업 발전 고려' 신중론도 / 김지수 기자]

플랫폼 시장, 플랫폼 경제 대부분 익숙하게 들어본 단어들일텐데요.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시켜주는 역할로 생활용품 구매나 음식 주문까지 이미 우리들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문제는 이 플랫폼이 자신들의 지위를 남용하는 경우입니다.

쿠팡은 최근까지 입점업체 출혈 경쟁 유도와 저작권 탈취로 논란이 된 '아이템 위너' 제도를 운영했습니다.

최저가 등을 제시한 입점업체를 단독 노출시켜 매출을 몰아주는 제도에 다른 판매자가 만든 상품 이미지까지 마음대로 쓸 수 있게 했던겁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배상책임은 판매자가 모두 지게하는 약관 조항도 두었는데 결국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공정 약관 판정을 받은 후에야 고쳤습니다.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을 때 쓰는 구글 플레이스토어도 논란입니다.

소비자가 앱을 사면 '구글 인앱'이라는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야 하고, 수수료도 30%를 떼겠다는 방침을 세운 겁니다.

앱마켓 수수료는 결국 앱 개발사들과 이용자 부담이기에 소비자들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습니다.

이에 국회에서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이 최근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이번달 안에 본회의 통과 여부가 주목됩니다.

이 밖에도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과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추진 중입니다.

플랫폼과 소비자 간 불공정 행위를 막고,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의 부당 거래 및 갑질을 막는 게 골자입니다.

그러나 신중론도 적지 않습니다.

<류성원 / 전경련 산업전략팀장> "과다한 중복규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국내 사업자만 규제 대상이 되어서 산업 자체가 좌초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실제로 모빌리티 사업 분야에서 '타다 금지법'으로 인해 경쟁 업체 진출이 막히자 카카오의 독점이 심화하면서 호출 수수료를 올리고 유료화 행보를 본격화 하고 있다는 평이 많습니다.

<최성진 /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플랫폼이 성장하는건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일인데 그게 더 이상 시장에서 경쟁 제한적인 지위까지 올라가 버렸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다루는 거거든요."

결국 새로운 시장을 성장 시키고 경쟁을 강화하는 방향의 정교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이야깁니다.

연합뉴스TV 김지수입니다.

[클로징: 이준흠 기자]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경제 구조가 어떻게 바뀌는지 알아차릴 새도 없이, 당장 하루하루 생계가 급한 이들은 새로운 시장시스템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플랫폼 경제'가 일상의 많은 것들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 것만은 아닐 겁니다.

진정한 혁신은 '혁신의 그늘'까지도 해소해야 합니다. 희생과 침묵 위에 이룩한 성과는 박수받기 어렵습니다. 플랫폼 사회로 대전환의 시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편리함과 치러야할 대가를 잘 따져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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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