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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수면 아래 죽어가는 '우리 바다'를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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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수면 아래 죽어가는 '우리 바다'를 살리자!
  • 2021-05-28 18:00:08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수면 아래 죽어가는 '우리 바다'를 살리자!

[오프닝: 이준흠 기자]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준흠 기자]

바다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해안가는 물론 바다 밑바닥까지 온통 쓰레기 더미라고 하는데요. 평화로운 수면 아래 죽어가는 우리 바다의 현주소를, 화면으로 함께 보시죠. 홍정원 기자가 직접 다녀왔습니다!

[평화로운 수면 아래 쓰레기 더미…죽어가는 우리 바다 / 홍정원 기자]

몰려오는 파도가 하얗게 부서진 물보라를 끌어당깁니다.

자갈바닥을 따라 바다로 따라들어가봤습니다.

두 발자국도 안돼 불청객이 나옵니다.

버려진 그물 조각입니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봐야겠습니다.

<홍정원 기자>

"저희가 직접 이 물밑에 들어가서 바다 밑 상황 살펴보겠습니다. (전원 입수!)"

수면 아래는 온통 잿빛입니다.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습니다.

일단 철수입니다.

<강민혜/남해지방해양경찰청 과학수사대원>

"내려가서 5~10분 확인하고, 안전한지 확인하고 올라와서 다시 내려가서 쓰레기 찾아볼 생각입니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에는 손으로 바닥을 훑으며 쓰레기를 찾아봅니다.

버려진 지 얼마 안돼 아직 색이 덜 바랜 커피 캔이 보입니다.

폐어구도 있습니다.

버려진 통발도 나옵니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손으로 건져올립니다.

<김홍희/해양경찰청장>

"생각보다 위에서는 깨끗하게 보였는데, 물속에서는 상당히 폐어망이나 폐타이어가 많았다."

쓰레기는 끝도 없이 나왔습니다.

언제 버려진 지 모를 거대한 폐타이어도 찾았습니다.

크기도 크기지만 펄 속에 묻혀 꺼내기 쉽지 않습니다.

줄에 묶어 위에서 끌어올려보기로 했습니다.

<현장음>

"같이 좀 당겨. 하나, 둘, 셋! 고정된 모양인데…"

작업이 끝나자 얼굴도 닦고 목도 축이고, 깨끗한 물이 절실해보입니다.

못 가지고 나온 폐타이어가 마음에 걸립니다.

<김홍희/해양경찰청장>

"실제로 폐타이어를 좀 끄집어내려고 했는데 펄에 박혀서 가지고 나오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여기만 특별히 더러운 게 아닙니다.

가까운 해안가부터 하나씩 훑어보기로 했습니다.

<홍정원 기자>

"이번에는 저희가 하늘로 올라가서 해안가 쓰레기 실태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청록색 잔잔한 남해가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비늘 옆으로 보이는 섬마다 꽃이 피었습니다.

<현장음>

"왼쪽에 쓰레기더미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고도 강하, 속도 감속해서 확인하겠습니다."

꽃이 아닙니다.

가까이서 보니 스티로폼 부표와 그물망, 버려진 캔과 페트병이 알록달록, 모두 쓰레기입니다.

<홍정원 기자>

"지금 제 밑으로 보이는 해안가에는 쓰레기 더미가 가득합니다."

백사장도, 도저히 손이 닿지 않을 골짜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았다 적었다, 파도에 밀려왔다 쓸려갔다를 반복합니다.

해안가에 있거나, 물 위에 떠있거나, 또는 가라앉아 바다를 오염시킵니다.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입니다.

우리 모두의 무관심과 무책임 속에 우리 바다는 손쓸 새 없이 병들어가는 모습입니다.

연합뉴스TV 홍정원입니다.

[대담]

<이준흠 기자> 저희 홍정원 기자와 함께 직접 해양 쓰레기 실태를 보고 오셨습니다. 김홍희 해양경찰청장님 스튜디오에 모시고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김홍희 해경청장> 네. 안녕하세요.

<이준흠 기자> (앞선 리포트를 보니) 직접 잠수복을 입고 다이빙을 하셨습니다. 바닷 속에 직접 들어가보시니까 어떻던가요?

<김홍희 해경청장>

네. 위에서 보기에는 깨끗해보였는데요. 막상 물속에 들어가니까 폐타이어나 폐어구가 많았습니다.

물속에 퇴적물이 가득해서 시야가 1m도 안 나오는 상황이었는데요.

취재진, 그리고 해양경찰 대원들과 함께 손으로 더듬어가면서 쓰레기를 건져 올렸습니다.

<이준흠 기자> 화면으로 보니까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은데요. 평소에도 준비를 하고 계셨던 겁니까?

<김홍희 해경청장>

해양경찰은 바다에서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청장뿐만 아니라 직원 대부분도 평소 수중 훈련을 받고 언제든 현장에 투입될 준비를 해왔습니다.

<이준흠 기자> 거기서 건져온 해양쓰레기들을 스튜디오에 몇 개 가져와봤습니다. 여기 보면 병도 있고요. 패트병, 낚시바늘, 녹슨 쇳덩어리까지 다양한데요. 이 패트병 겉면에 조개가 자란 흔적도 있네요.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보입니다.

<김홍희 해경청장>

더 큰 문제는 국민 안전이 위협받는 것 입니다. 앞서 보셨겠지만, 버려진 그물이나 로프가 어선의 스크루에 감기면 선박이 전복될 수 있습니다.

다이버 그물 걸림 사고도 꽤 많이 일어납니다. 이런 식으로 발생하는 사고만 매년 480건 정도 되고요. 다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준흠 기자> 해경을 포함해서 여러 관계 기관이 있습니다. 해양 쓰레기를 줄이려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김홍희 해경청장>

해양경찰에서는 6월 중순까지 전국 해안에서 수중과 연안 정화 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선박에서 무단 투기하는 쓰레기 단속도 강화할 예정입니다.

해양 쓰레기 무단 투기는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데요.

버린 쓰레기를 치우는 일보다, 근본적으로는 버리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 해양경찰에서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역시 국민 여러분 모두의 관심과 실천입니다. 꼭 부탁드립니다.

<이준흠 기자> 국민들의 작은 관심,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는 말씀 해주셨는데요. 오늘 특별히 시청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고요?

<김홍희 해경청장>

네. 해양경찰은 국민들에게 해양 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 홍보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SNS 챌린지를 준비했습니다.

‘바다를 구해줘’ 챌린지인데요. 심각한 해양쓰레기에 맞서 우리바다를 함께 지켜낼 수 있도록 9가지 실천 운동을 릴레이로 이어가는 것입니다.

[이준흠 기자] ‘바다를 구해줘’라니 더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지금까지 김홍희 해양경찰청장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준흠 기자]

해양 쓰레기는 바닷속뿐만 아니라 연안 곳곳에 산적해 있습니다. 밀려들어오는 쓰레기 때문에 섬마을 주민들은 골치가 아프다고 하는데요. 치울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고휘훈 기자가 현장으로 가봤습니다!

[섬마을 덮친 폐스티로폼…테트라포드 쓰레기는 더 골치 / 고휘훈 기자]

경남 통영 남쪽에 자리잡은 비진도.

선착장으로 접근하자, 쓰레기 더미가 눈에 들어옵니다.

비진도 마을 주민들이 지난 한 달 동안 섬으로 밀려들어 온 쓰레기들을 모은 겁니다.

장정 여럿이서 쓰레기들을 배 안으로 밀어 넣길 반복하자, 90t급 해양쓰레기 수거선 '통영 아라호' 갑판이 어느새 가득 찼습니다.

<이영효/비진도 마을 주민>

"쓰레기양이 저희 마을주민은 감당이 안 돼요. 계속 많아지죠. 버리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여기 산 지 49년째인데 폐부자(폐스티로폼)라든지 일반 쓰레기, 낚시꾼들 낚시 가방이라든지 가면 갈수록 더할 것 같은데…"

비진도에서 배로 40여 분 정도 떨어진 추자도는 아예 쓰레기를 물 위에 띄워놓았습니다.

사람의 힘으로 옮기기 힘들어, 크레인으로 쓰레기를 들어올립니다.

<고휘훈 기자>

"지금 쓰레기를 수거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데요. 쓰레기는 대부분 어민이 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부표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라호는 통영 한산권역에 20곳의 장소를 정해놓고, 거의 매일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습니다.

<남용웅/통영 아라호 선장>

"아직까지도 해양쓰레기가 굉장히 많이 산적해 있어서 끝이 없는것 같습니다. 지속해서 (작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부산 낚시인들 사이에서 좋은 포인트로 소문난 다대포 낫개 방파제.

파도나 해일을 막기 위해 설치된 테트라포드 위에 사람들이 위태롭게 낚시를 즐기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다 곳곳에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쌓여갑니다.

<고휘훈 기자>

"무엇보다 이곳 테트라포드 안에 쓰레기가 들어갔을 때가 큰 문제가 됩니다.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다의 블랙홀이라고 불릴 정도로 위험한 테트라포드는 부산에 총 60여 곳의 방파제에 설치돼 있습니다.

<박민규/바다살리기국민운동본부 환경처장>

"지형적인 특성상 파도가 밀려오면서 바다에 있는 쓰레기들이 많이 밀려오는…낚시를 하고 나서 낚시인들이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는 그런 현상으로 쓰레기가 많은데…"

테트라포드에 한 번 들어가면 사실상 꺼낼 수 없기 때문에 쓰레기는 계속 쌓여만 갑니다.

그 세월이 수십년 이르는 곳도 있습니다.

<고성훈/환경수호운동연합회 중앙회장>

"바다에 나가면 결국 고기가 플라스틱을 먹게 되면 뱃속에 들어가면 고기가 죽게 되겠죠. 그 재앙으로 고기양이 줄어들겠죠.

환경단체들은 지난 4월 말부터 부산지역의 모든 테트라포드를 대상으로 쓰레기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실태 파악에 나섰습니다.

연합뉴스TV 고휘훈입니다.

[이준흠 기자]

해안가부터 바다 밑까지, 저희가 직접 가보니 쓰레기가 없는 곳이 없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쓰레기 자체도 문제지만, 이 쓰레기가 바다 표면을 떠다니다 보면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건데요.

선박에 줄 등이 감겨 사고가 나기도 합니다.

목숨까지 잃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중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폐어구에 물고기나 거북이, 새 등이 걸려 죽고, 이를 먹으려는 다른 물고기가 다시 걸려 죽는, 이른바 '유령 어업', '유령 그물' 현상이 생기는 겁니다. 연간 어획량의 10%가 유령 어업 때문에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피해액도 거의 4,000억원에 달합니다.

[이준흠 기자]

그렇다면 깨끗하고 안전한 바다를 만들 수 있는 대책은 없는 걸까요? 실태를 살펴봤던 홍정원 기자가 이번엔 해결책을 찾아봤습니다!

[깨끗하고 안전한 바다 만들기…실천의 첫걸음은? / 홍정원 기자]

어선 한 척이 바다 위에 엎어졌습니다.

바로 옆은 양식장입니다.

<이수/부산해양경찰서 수색구조계장>

"폐그물이 스크루에 감기면 복원력이 상실돼 선박이 전복될 수 있습니다."

이 선박은 스크루와 방향키를 휘감은 밧줄에 꼼짝도 할 수 없습니다.

폐어구는 그야말로 떠다니는 시한폭탄입니다.

<정종호/다이버>

"폐그물에 다이빙하다가 걸려서 나오지 않아서 수색을 하고… 그 분같은 경우에는 안타깝게도 돌아가셨습니다."

안타까운 사고가 너무 많이 발생합니다.

<조현진/해양경찰청 방제국장>

"폐어구로 인한 안전사고는 한해 480건 정도 발생하고, 그 중 다치거나 하는 인명사고는 4,800명정도 발생합니다."

경제적 문제도 살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버려진 그물에 물고기들이 잡히는, 이른바 '유령어업' 문제입니다.

<홍상희/한국해양과학연구원 박사>

"생태계 영향은 물론이고 매년 버려지는 폐어구로 인해서 연안에서 잡히는 어획량의 약 30%가 유령어업으로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건 역시 건강 문제입니다.

해양쓰레기는 먹이사슬을 거치며 결국 우리 밥상까지 올라옵니다.

<홍영습/동아대 의과대학 교수>

"그런 물질들이 물리적·화학적 성상에 따라 내분비계·심혈관계 장애, 산아손상, 심지어 암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게 독성학적 연구결과를 통해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어민 탓만 할 수는 없습니다.

<곽동길/어민>

"아, 그러니까 수거할 수 있는데, 수거해서 가져오면 가져갈 데가 없다니까요. 그걸. 가져갈 수만 있으면…"

어구 실명제부터 생분해성 어구 도입 논의까지 많은 대책이 나오지만 명확한 답은 아직 없습니다.

<홍상희/한국해양과학연구원 박사>

"생분해성 어구라도 해양환경이 분해에 녹록하지 않기 때문에 분해에 상당기간이 소요될 수 있고…"

정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합니다.

해양경찰·해수부 뿐 아니라 범부처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어기구/더불어민주당 의원>

"해양수산부는 물론이고 행정안전부, 지자체, 심지어 외교부까지 참여하는 다부처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역시 우리 모두의 책임의식, 작은 관심과 실천의 첫걸음입니다.

<김홍희/해양경찰청장>

"아름다운 바다를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해양 환경에 대한 관심을 우리 국민들께서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홍정원 기자>

"양쪽 모두 조금 전 바다에서 건져올린 것들입니다. 어느 접시를 식탁 위에 올리시겠습니까? 선택은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연합뉴스TV 홍정원입니다."

[클로징: 이준흠 기자]

오는 31일이 ‘바다의 날’인 거 알고 계셨나요? 828년 통일신라시대,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한 걸 기념하기 위해섭니다. 바다의 중요성을 되돌아보고 우리의 해양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날이죠.

다이빙을 하며 해양정화 활동을 하는 ‘플로빙’,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줍깅’처럼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아름답고 늠름한 우리 바다를 지키기 위해 시청자 여러분들의 관심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