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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풍향계] 네거티브 늪에 빠진 재보선…정책선거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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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여의도풍향계] 네거티브 늪에 빠진 재보선…정책선거 어디로 갔나
  • 2021-03-21 11:10:37
[여의도풍향계] 네거티브 늪에 빠진 재보선…정책선거 어디로 갔나



[앵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이제 보름 남짓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여느 때처럼 이번 선거전도 초기에는 후보들이 앞다퉈 정책 선거를 부르짖었지만,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서로 간의 네거티브 공방이 격화되는 양상인데요.



왜 이런 모습이 반복되는 건지, 막을 방법은 없는 건지, 이승국 기자가 여의도 풍향계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어김없이 네거티브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후보들이 저마다의 정책과 공약을 내놓고 검증 경쟁을 벌이는 게 아니라 각종 의혹 제기와 해명, 고소·고발 등 온통 진흙탕 싸움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여야 모두 이번 선거에 정치적 사활을 걸었다는 방증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정책 선거가 완전히 실종되면서 정치 문화가 또다시 퇴행하는 모습을 보는 유권자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합니다.



민주당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처가의 내곡동 땅 보상 의혹에 대해 거짓 해명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습니다.



오 후보를 '이명박 전 대통령 키즈'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도 맞받았습니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의 요구에는 답하지 않고 미흡한 사과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더불어 가해당' 시장 후보라고 비꼬았습니다.



당 지도부도 공방에 가세하며 화력을 보탰습니다.



<김태년 /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지난 16일)> "다스는 내 것이 아니라고 말한 MB와 내곡동 개발은 노무현이 한 것이라고 말한 오세훈 후보는 거짓말과 교묘한 사익 추구로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 닮아도 너무 닮았습니다."



<성일종 /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지난 18일)> "(박영선 후보 남편 소유의 도쿄 아파트를 거론하며) 일본에 세금을 꼬박꼬박 바치고 있는 박영선 후보에게는 서울시장이 아니라 도쿄시장이 더 잘 어울릴 것입니다. 도쿄시장 박영선의 탄생을 기대하겠습니다."



후보들의 입도 갈수록 거칠어지는 모습입니다.



<박영선 /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지난 17일)> "아이들 밥그릇에 차별을 뒀던 후보, 부잣집과 가난한 집 자녀의 호칭을 차별하는 후보, MB를 연상시키게 하는 이러한 낡은 행정으로는 서울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오세훈 /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지난 18일)> "민주당은 저는 괴벨스 집단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나치 시절에 괴벨스라는 선전 전문가가 있었죠. 의혹을 제기하면 상대방은 그거 해명하느라고 시간을 많이 뺏긴다."



이번에는 부산시장 보궐선거 상황 보겠습니다.



부산 역시 여야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이 뜨겁습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의 고가 아파트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을 민주당에서 대대적으로 제기하고 있는데요.



민주당은 박 후보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의 실체를 밝혀내자며 특검 카드까지 꺼내 들었습니다.



김영춘 후보 역시 박 후보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공세에 나섰습니다.



<김영춘 /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지난 17일)> "부산시장을 하겠다는 분이 어떻게 그런 건물에 들어가서 살 생각을 합니까. 더욱이 시세가 40억원이라고 합니다. 그런 분이 시장이 되면 부산에 환경 파괴하는 그런 개발 막을 수 있겠습니까."



이에 박 후보는 판세가 불리해진 여당이 근거 없는 흑색선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박형준 /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지난 16일)> "선거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이 여당은 총력을 다해 관권선거, 공작정치, 흑색선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후안무치'라는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여야의 고발전도 불이 붙었습니다.



오세훈 후보 측이 '내곡동 땅 셀프 보상' 의혹을 제기한 천준호 박영선 후보 측 비서실장을 허위사실 공표죄 등으로 고발하자 민주당도 맞고발로 대응했습니다.



부산에서도 박형준 후보 측이 박 후보 배우자의 딸 입시 비리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장경태 의원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입니다.



여야 공방 못지않게 서울시장 야권 단일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오세훈-안철수, 두 후보 측의 기싸움도 거셌습니다.



특히 과거 '구원'이 있는 안 후보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신경전은 위험 수위를 넘나들었는데요.



안철수 후보와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설전은 안 후보의 토론 능력을 둘러싸고 달아올랐습니다.



김 위원장이 안 후보를 겨냥해 "토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은 서울시장 후보가 될 수 없다"고 하자, 안 후보가 "어디서 엉뚱한 소리를 듣고 엉뚱한 말씀을 하는지 의도를 모르겠다"고 맞받은 겁니다.



두 사람은 이어 후보 뒤에 실권자는 따로 있다는 이른바 '상왕' 논란을 둘러싸고 충돌하면서 급기야 감정싸움으로 번진 모습입니다.



<안철수 /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지난 17일)> "김종인 위원장님의 사모님이 제 아내와 이름이 같습니다. 정치적인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도 여의도에 많이 퍼져 있습니다. 혹시 그분과 착각해서 그러신 것 아닌가…"



<김종인 /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지난 18일)> "그 사람은 내가 봤을 때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 같아…"



보신 것처럼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역시 기존 선거들과 마찬가지로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흘러가는 모습입니다.



선거 초반 부동산과 방역, 민생 공약을 놓고 반짝했던 정책 경쟁은 거친 언사에 묻혀 어느 순간부터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됐는데요.



왜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이 '네거티브' 유혹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까요.



<이준한 /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선거에서 열세에 처한 후보들이 선거의 흐름을 뒤바꾸려고 하는 목표로 이러한 네거티브 공세를 하죠. 그러나 이것이 효과도 있지만 반대로는 국민들한테, 유권자들한테 실망을 쌓을 수도 있고 근거 없는 걸로 밝혀지면 화근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을…"



전문가들은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구태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합니다.



<유창선 / 시사평론가>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어느 것이 후보에 대한 검증인지, 그리고 어떤 것이 선을 넘은 네거티브인지 잘 현명하게 구분하는 노력이 필요할 걸로 보입니다."



서울시장 그리고 부산시장 보궐선거, 이제 정확히 17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4월 7일, 선택의 기준 가운데 하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후보, 약속을 잘 지키는 후보일 텐데요.



상대방을 때리며 그 반사 효과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네거티브 선거 방식보다는 정책과 공약에서 경쟁력을 보여야 선거에서 이기는 공식이 정착되도록 정치 소비자인 유권자들이 남은 기간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