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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인구절벽' 비상, 백약(百藥)이 무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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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인구절벽' 비상, 백약(百藥)이 무효인가?
  • 2021-03-12 19:08:51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인구절벽' 비상, 백약(百藥)이 무효인가?

[오프닝: 이준흠 기자]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하는 <뉴스프리즘>,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먼저 영상으로 만나보시죠.

[영상구성]

[이준흠 기자]

2020년은 우리나라 인구가 처음으로 '자연감소'한 해로 기록됐습니다.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보다 적었던 건데요. 서울시 인구도 줄어 '천만 서울' 타이틀이 32년 만에 깨졌다고 합니다. 가팔라지는 우리나라 '인구 절벽'의 현주소를, 이동훈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사상 첫 '데드크로스'…가팔라지는 인구절벽 / 이동훈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사상 처음으로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인구 자연감소, '데드크로스'가 발생했습니다.

출생아 수와 사망자 수는 각각 27만명, 30만명 선으로 각자 역대 최저·최고치를 기록하며 인구는 3만명이 순감소했습니다.

인구 자연감소에는 무엇보다 저출산의 영향이 큽니다.

1970년 100만명이 넘던 출생아는 2002년 50만명 아래로 떨어졌고 40만명 선이 붕괴된 2017년 이후 불과 3년 만에 30만명이 무너졌습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 합계출산율은 이미 세계 최저치인데 더 떨어져 기존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37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 1명 미만은 한국이 유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의 인구 감소는 뚜렷하게 확인됩니다.

서울시는 인구가 32년 만에 1,000만명 아래로 떨어졌는데 외국인 24만여명을 빼면 내국인은 966만8,000여명에 불과합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사정은 더 심각합니다.

인구 감소에 따라 30년 뒤에는 없어질 위기에 처한 곳이 절반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20~39세 여성 인구가 65세 이상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소멸 위험' 지역은 105곳으로 전체의 46%에 달하고 이 중 97곳, 92%가 비수도권입니다.

인구소멸위험지수가 0.2 보다 작은 '고위험' 지역은 23곳에 달하는데, 그중 경북 군위군이 0.13으로 가장 위험도가 높았습니다.

문제는 장·단기적으로 인구가 줄어들 수 있는 요인들이 지속된다는 점입니다.

<김수영 / 통계청 인구동향과장 (지난달 24일)>

"코로나로 혼인이 많이 감소한 상태에서 아마 출생아 수가 조금 더 감소할 여지가 있고, 인구 고령화로 사망자 수는 계속 증가할 것…"

코로나19로 외국인 순 유입도 감소해 이를 반영한 총인구 감소시기도 당초 예상했던 2029년보다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 때문에 총인구가 4,000만명대로 주저앉는 시점도 당초 예상됐던 2044년보다 10년 가량 빨라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연합뉴스TV 이동훈입니다.

[코너:이준흠 기자]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이 같은 흐름은 더 심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구 감소는 사회 인프라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최근 신입생 모집을 마친 각 대학들은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었습니다.

지방거점 국립대 9곳 가운데 8곳이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입니다.

거점국립대가 이정도인데, 나머지 국공립대나 사립대는 말할 것도 없겠죠.

심지어 수능을 안 봐도 입학시켜주겠다거나 1학기 등록금을 면제해주겠다는 등 오기만 해달라고 홍보에 나서는 실정입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는다"는 대학가 속설은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닙니다.

10년 전 30명 가까이 되던 학급 당 학생 수도 20명 초반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콩나물 교실'은 이제 옛말입니다.

수도권이나 대도시는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지방 중소도시에는 학생들이 사라지고, 일할 사람은 없고, 세금은 안 걷히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거죠.

우리나라 전체로 봐도, 생산 가능 인구는 점차 줄어들어, 2067년에는 전 국민의 절반이 65세 이상 노인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물론 40년 뒤여서, 이때 65세를 단순히 노인으로 분류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고령화 현상 자체는 피할 수 없는 미래인 셈이죠.

노동인구 감소, 소비시장 축소, 노인 부양 부담 증가 등 인구 절벽으로 인한 영향은 앞으로 사회 전반에 미칠 전망입니다.

정부도 출산 장려책을 펴고는 있지만, 현 상황을 반전시키는 건 어려워 보입니다.

일종의 출생율 선행지수인 혼인율 자체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인구 감소 사회'를 대비하는 게 더 현실적일 것입니다.

학계에서는 부족한 노동력이나 노인 부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외국인 수용, 인간의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은 인공지능 기술 개발 등을 주요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양성 평등 정책, 청년 지원책 등을 통해 마음껏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겠죠.

[이준흠 기자]

하지만 젊은 세대에게 결혼과 출산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지 오랩니다.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망설이며 '딩크족'이 되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데요. 무엇이 '출산 기피 사회'를 만든 건지, 박수주 기자가 청년층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꼭 낳아야 하나요?"…'출산 기피 사회' 이유는 / 박수주 기자]

서울 강남구에 사는 결혼 6년차 김남욱 최은정 부부는 자녀를 낳지 않기로 한 맞벌이, 이른바 '딩크족'입니다.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한 이유, 부부여도 서로 다릅니다.

<김남욱/ 딩크족 남편>

"아이를 낳음으로써 단절되는 게 두렵더라고요. 결혼해서 너무 좋거든요, 지금 삶이. 제가 더 가고 싶은 길이 많단 말이에요. 그걸 포기하기 싫은 거죠."

<최은정/ 딩크족 아내>

"아이에 대해서 그렇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수 없어, 보상심리도 굉장히 강할 거 같고… 경제적인 부분이랑은 별개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삶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남편과 자식 잘 키울 엄두가 나지 않는 아내. 이들의 '선택'에는 주위 모습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김남욱/ 딩크족 남편>

"이상하게 행복해 보이지가 않았어요. 말로는 좋다고 하는데 그 모습이 되게 지쳐 보이고 힘들어 보였거든요."

<최은정/ 딩크족 아내>

"친구 아들이 아파서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데리러 갈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예요. 출근 이틀 차에 (일을) 그만둔 얘기를 듣고…"

미혼 청년들은 어떨까.

결혼의 최우선 조건으로 경제적 능력을 꼽고,

<현용훈/ 27살>

"가장 중요한 건 일단은 집이죠. 집값이 오르는 괴리감이 너무 커서 아마 되게 힘들지 않을까…"

출산에선 '희생'과 '포기'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립니다.

<조하연/ 26살>

"제가 인턴 했을 때도 여자 부장님이 거의 안 계셨던 거 같아요. 다 남성분들이 많으셨고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출산은) 안 될 거 같단 생각…"

녹록지 않은 현실은 숫자로도 드러납니다. 2040 10명 중 6명이 고용 불안에 떨고 있고, 코로나 영향으로 최근 청년 4명 중 1명은 실질적 실업 상태입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조사 이래 20년 가까이 압도적 1위인 성별 임금격차는 남성에겐 생계 부담, 여성에겐 양육의 부담을 지우는 '악순환의 고리'로 지목됩니다.

<신경아 /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여성을 양육자로 묶어놓고 직장을 갖더라도 직장은 보조적인 거라 생각하고 남성을 주 생계 부양자라고 하는 제도와 문화 이것들이 남성도 불행하고 여성도 불행하게 하면서 결국 아이를 낳지 않는 방향으로 그냥 가고 있는 거예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청년들의 불안정한 삶과 출산으로 포기를 강요받는 현실이 지속된다면 저출산 해결은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연합뉴스TV 박수주입니다.

[이준흠 기자]

정부는 저출생 대책으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225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금전적인 지원책이 주를 이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생 현상을 겪고, 출산율을 회복한 나라들은 어땠을까요? 서형석 기자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저출산 대책 쏟아부은 돈만 225조…효과 보려면? / 서형석]

정부와 지자체가 약 15년간 225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었음에도 출산율 하락의 고리를 끊지는 못했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또다른 대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내년부터 30만원의 영아수당을 새로 도입합니다.

임신부가 사용하는 국민행복카드 한도는 100만원으로 늘어나고, 아이가 태어나면 정부가 200만원을 지급합니다.

육아휴직 지원금 규모는 지금보다 2배 늘어 엄마와 아빠에게 각각 월 최대 300만원까지 지원됩니다.

여기에 더해 국회에서는 여야 모두 '부모 보험' 도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없더라도 개개인으로부터 건강보험료처럼 돈을 걷어 부모가 된 사람들의 육아휴직 기간 소득을 보전해주자는 겁니다.

주로 금전적 지원에 집중하고 있는건데, 다른 나라들은 저출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1974년 세계 최초로 남성육아휴직제를 도입한 스웨덴은 남성에게 '의무 할당', 일종의 '아빠 전용 쿼터제'를 두고 있습니다.

이로써 남성의 육아 참여를 늘리는 동시에 여성이 직장에서 받는 차별도 줄이는 효과를 거뒀습니다.

보육을 나라 몫으로 정한 프랑스는 만 3세 아이부터 무상 의무교육이 시작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한 나라들이 '양성평등'과 '돌봄'에 주목해 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결국은 사회가 나서서 출산과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신경아 /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남성의 어깨에서 생계 부담을 덜어주고 대신 여성이 노동시장에 나가서 똑같이 불이익을 겪지 않고 일을 할 수 있게 하고 그리고 사회적으로 아이는 사회가 함께 키운다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면…"

또 동거 가정의 자녀에게도 지원금을 지급하는 프랑스처럼 다양한 형태를 인정하고 제도화할 때라고 조언했습니다.

<이삼식 / 한양대학교 정책학과 교수>

"어떤 형태의 가족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 사실 국민들은 선택권을 보장받아야합니다. 법률혼이라든가, 사실혼이라든가, 동거라든가 슬로건 홍보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법 제도적 장치를…"

전문가들은 결국은 아이를 낳아 잘 기를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조성이 중요한 데 지금처럼 주거와 일자리 불안이 계속된다면 저출산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연합뉴스TV 서형석입니다.

[클로징: 이준흠 기자]

한때 '가상 결혼생활'을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육아 예능'은 지금도 주요 시간대에 방송되고 있는데요. 예능은 진짜 같은 환상이라고 하죠. 어쩌면, 결혼과 육아를 TV 예능으로 감상해야 하는 현실이, 평범하게 결혼하고 육아하는 게 '판타지'에 가깝다는 반증인 것 같습니다.

TV 예능 속 행복한 모습과는 달리 임신, 출산, 육아 기피 사회가 된 우리나라의 현실은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불편한 진실을 똑바로 바라보고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집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