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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주 4일 근무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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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주 4일 근무제' 가능할까?
  • 2021-02-23 10:13:41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주 4일 근무제' 가능할까?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상식의 눈으로 질문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지금 시작합니다! 이번 주에 함께 살펴볼 이슈, 먼저 영상으로 만나보시죠.

[영상구성]

[이준흠 기자]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주 4일 근무제'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예비후보들이 앞다퉈 주4일, 주4.5일제 도입 등 근로시간 단축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인데요. 이 내용은 먼저 임혜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주4일? 주4.5일?…재보선 앞두고 불지피는 정치권 / 임혜준 기자]

'주4일제' 공약을 먼저 들고 나온 건 시대전환 조정훈 후보였습니다.

<조정훈 / 시대전환 서울시장 경선후보 (지난 5일)>

"주4일제를 도입해 추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전폭적 지원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주4일제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에게 맞춤형 컨설팅과 조직문화 개선 사업을 지원하겠습니다."

주4일제를 시행하거나 도입하려는 기업들에게 서울시가 나서서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지난해 웹세미나를 통해 국민 여론을 살펴온 조 의원은 주4일제 도입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4.5일제'를 들고 나왔습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후보 (지난 8일)>

"서울시장이 된다면 주4.5일제를 확립시키고 싶습니다. 청년 일자리 문제, 여성의 삶과 육아, 보육 문제 등 여러 복지문제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어서 이것을 통해서 서울시 대전환,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근로자가 무리하게 일하는 시간을 줄여 과로사 등 재해는 막고

반대로 그 시간,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에겐 일할 기회를 주자는 아이디어는 두 후보 모두 같습니다.

국민 삶의 질과 기업 생산성도 높이는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후보도 '주4일제' 도입의 취지엔 공감을 표하면서도, 두 후보와는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습니다.

<우상호 /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후보 (지난8일 서울시장 정책토론회)>

"방향은 맞다. 그런데 지금 주 52시간도 아직 정착이 안됐는데, 특히 서울에서 먼저 시작할 수 있겠느냐…."

야당 측은 여당의 또다른 '포퓰리즘' 공약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오세훈 후보는 "청년을 두번 울리는 공약"이라 못박고 날을 세웠습니다.

청년들은 당장의 아르바이트 자리를 못구해 생계가 걱정인데, 꿈 속에 사는 것 같다며 박 후보를 콕 집어 비난했습니다.

실제로 법이 정한 노동시간을 바꾸는 것은 시장의 권한이 아닌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당장의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또 주4일제 시행 기업을 지원한 재원 마련도 문제인데, 결국 세금으로 충당해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보궐 선거를 달구고 있는 주4일 논쟁.

선심성 공약으로 그칠 것인지, 또 다른 '워라밸'의 시금석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연합뉴스TV 임혜준입니다.

[코너:이준흠 기자]

직장인들에게 일주일은 '월화수목금토일' 이죠? 목요일 오후쯤부터는 갑자기 머리가 맑아지고 스트레스도 풀리는 기분, 느껴보셨을 겁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노는 토요일, '놀토'라는 말이 널리 쓰였습니다.

학교부터도 월 1회 토요휴업에서 시작해, 둘째 넷째 토요일만 쉬다, 2012년에야 모든 토요일이 휴일이 됐습니다.

주 40시간제와 토·일 휴일 지정 논의는 1990년대 초반부터 이뤄지긴 했습니다.

하지만 외환위기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2003년에야 국회 문턱을 넘는데요.

법 통과 이후에도 '주 5일제'가 자리를 잡기까지 10년 가까이 걸린 것입니다.

2000년대 초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쓰던 유행어, 신토불이.

"신나는 토요일 불타는 이 밤!"이라는 뜻입니다.

휴일이 늘어나며 '불토'는 지금의 '불금'으로 바뀌었습니다.

이틀 동안 쉬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토요일을 불태우던 예능 프로그램의 유행도 11박 2일 같은 여행 중심으로 옮겨갔습니다.

여행, 관광, 취미 관련 산업이 크게 발전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입니다.

요즘 최고의 덕담,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라고 합니다.

모든 산업에 다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노동력을 무조건 많이 투입한다고 해서 그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실제 일부 기업은 주 4일제를 이미 하고 있는 반면 아직까지도 주 6일 일하는 곳도 있는데요.

근로자의 휴식에도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법제화로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게 주 4일제 찬성측 주장입니다.

이 주 4일제는 단순히 일을 덜하겠다는 의미만은 아닙니다.

인공지능 발달 등으로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만큼, 결국 근무 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나눠야 한다는 현실론도 담겨 있는 것입니다.

물론 긍정적인 목소리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일단 기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지 모른다는 우려가 큽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근무시간이 줄어드는데 월급을 이전만큼 받을 수 있냐가 핵심 문제겠죠.

주 5일제 도입이 지지부진했던 것도 이런 인건비에 대한 논쟁이 치열했기 때문입니다.

전세계적으로도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스웨덴과 덴마크 같은 일부 유럽 국가들은 이미 주 4일제를 법으로 정했는데요.

특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각국이 코로나 이후 시대를 준비하는 주요 대책 가운데 하나로 검토하는 분위기입니다.

<저신다 아던 / 뉴질랜드 총리>

"주4일제는 사용자와 노동자 간 결정할 문제긴 하지만, 우리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의 유연성이 생산성을 높인다는 점을 배우는 중입니다."

[이준흠 기자]

국내외를 막론하고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이미 주4일제 실험은 시작됐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재택근무, 원격근무 등 기존 근무 관행을 흔드는 촉매역할을 한 건데요. 한 주에 4일만 일하는 회사를 김지수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근로시간 단축 세계적 흐름…'주4일 근무' 해보니 / 김지수 기자]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에 근무하는 원종구씨는 매주 금요일엔 출근을 하지 않고, 평상시 관심이 있던 주식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팀원들에게 미리 공지만 하면 주중 하루씩 편한 날을 정해 쉴 수 있는 주4일제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이나 병원에 들려야 하는 일 처리도 수월해졌습니다.

<원종구 / 에듀윌 근무>

"자기 계발 시간이 여유있게 늘어났다는 점에서 굉장히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정적으로 평일에 하루를 쉬다 보니까 그때 몰아서 개인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아진 것 같습니다."

1년 8개월째 주4일 근무를 유지하고 있는 에듀윌은 임직원 급여 삭감없이 신규채용은 늘렸고, 매출도 20% 넘게 성장했습니다.

<원종구 / 에듀윌 근무>

"기존에 5일에 하던 업무들을 하루 줄여서 4일에 끝내야 하다보니까 업무 몰입도는 확실히 높아진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와 엔씨소프트 등은 지난해 한시적으로 주4일제 근무를 시행했습니다.

방역을 위해 회사 내 밀집도를 낮추면서 자녀를 학교나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는 직원들의 육아 부담을 고려한 결정이었습니다.

배달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월요일 오후에 출근하는 주4.5일제를 시행 중입니다.

외국에서도 주4일제를 실험하는 기업들은 늘고 있습니다.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는 뉴질랜드에서 올 한해 동안 급여삭감 없는 주4일제를 도입하고, 결과에 따라 전 세계 15만 5,000여명의 자사직원에 대해 근로형태 전환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주4일제 근무를 시범 실시한 마이크로소프트 일본지사의 경우 근무시간은 줄었지만 직원 1인당 매출액 기준 생산성은 40%가량 늘었는데요.

또 직원 대부분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권순원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특히 코로나 같은 위기를 한번 겪고 나면 기업들이 다양한 기술적 업그레이드를 모색하는 경향이 강해져요.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근로자들이 투입해야 하는 필요노동 양이 줄어듦에 따라서 근로시간이 단축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거죠."

국내 근로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000시간에 육박해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두번째로 깁니다.

가장 짧은 덴마크와 비교하면 연간 70일 넘게 더 일하는 셈입니다.

기본급 대비 각종 수당의 비중이 높은 기형적인 임금 구조를 갖고 있는 회사들이 많은 상황에서 소득 감소분을 최소화 할 현명한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연합뉴스TV 김지수입니다.

[이준흠 기자]

이렇게 앞서가는 사례도 있지만, 주 52시간 근무제나 제대로 해도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직장인도 계실 겁니다. 기업마다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사회적 갈등 소지가 적지 않아, 법제화는 아직 노사 모두 신중한 입장인데요. 주 4일제 쟁점을 강은나래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주5일도 제대로 못하는데"…주4일제 제도화 먼길 / 강은나래]

근로시간 단축 논의의 쟁점은 임금과 생산성입니다.

근로자는 일하는 시간이 줄어도 임금 수준은 유지되기를 기대하지만 기업은 생산성 향상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비용 부담만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 설문조사에서 직장인 10명 중 8명이 주4일제를 압도적으로 희망하면서도 임금이 줄어들까 걱정된다고 답했습니다.

<황지민 / 직장인>

"임금 삭감이랑 더불어서 병행된다면 조금 직장인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지 않을까."

소득이 줄면 이른바 '투잡'이 불가피한 계층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임금을 유지하려면 산술적으로만 따져봤을때 근무일수가 하루 빠지는 만큼 생산성은 20% 높아져야 합니다.

<신세돈 /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담보만 되면 사용자로서도 나쁠 게 없죠. 문제는 5일 안에 할 일을 4일 안에 할 수가 없는 직종들이 굉장히 많다는 거죠."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이나 건설업의 경우 근로일수 감소가 생산성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겁니다.

만성 인력난·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이나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주5일제도 쉽지 않은게 현실이라고 토로합니다.

<양옥석 /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

"대기업들은 가능하겠죠. (중소기업이) 생산성을 높이면 문제들이 해소되는데 그렇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대기업이 해야할 업무들을 떠넘긴다든지 이런 문제가 생겨서 더 많은 업무를 (중소기업이) 짊어지게 되는…."

전문가들은 주4일 근무체계 법제화 논의에 앞서 산업별 특성 이해와 임금체계 재정립이 선행돼야한다 말합니다.

근로시간 기준 임금체계를 적용하는 업종과 성과 중심 임금제가 필요한 업종을 구분해 세밀히 접근하지 않는다면 노-사·노-노 간 불필요한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겁니다.

<김근주 /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현재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예외들이 거의 적용되어있지 않습니다. 같이 풀어나가지 않고서는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정책적인 방향성이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해관계가…."

갈수록 심화하는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 방안까지 포괄해 노사 당사자를 주체로한 중장기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연합뉴스TV 강은나래입니다.

[클로징: 이준흠 기자]

일주일에 며칠이나 일하고 또 공부해야 하는지는 우리 삶의 농도와 결을 바꿀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변화는 다양한 형태의 물결로, 모양으로, 크기로 온다고 하는데, 코로나 사태가 그 변화의 시기를 성큼 앞당겼습니다.

논의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든, 국가 경제 지속 가능성과 더불어 이 흐름에서 소외된 이들은 없는지도 살피는 게, 변화의 문 앞에선 우리들에게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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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