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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주52시간 전면시행 코앞…기대반 우려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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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주52시간 전면시행 코앞…기대반 우려반
  • 2020-12-26 22:00:16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주52시간 전면시행 코앞…기대반 우려반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상식의 눈으로 질문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 지금 시작합니다!

이번 주에 함께 살펴볼 이슈, 먼저 영상으로 만나보시죠.

▶ 52시간제 앞둔 중소기업…"시간 맞추기 어렵다"

일주일도 채 안 남은 내년 1월 1일부터 50인 이상 중소기업에도 주52시간제가 적용됩니다.

미리미리 대비하라고 3년 가까운 계도기간을 줬는데요, 준비가 잘 되고 있을까요?

방준혁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2차 전지에 들어가는 금형을 만드는 인천의 한 중소기업입니다.

5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주 52시간제를 시범 실시하고 있는데, 본격적인 전환을 앞두고 걱정이 앞섭니다.


"하도급 업체로서 물량이 일정하지 않고 어떤 때는 많이 나오고 어떤 때는 적다 보니까 물량이 많이 나왔을 때는 저희가 52시간제에 맞춰서 하기가 상당 부분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1월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에도 주 52시간제가 적용됩니다.

전국 2만 4천여 곳, 253만 명이 대상입니다.

이곳 업체에서는 주 52시간제에 대비해 자동화 설비를 도입했습니다. 기계 1대가 2명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고, 한 달에 최대 500시간까지 운용이 가능합니다.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기본 취지에는 모두가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야간이나 잔업을 많이 하지 않고 저녁에 일찍 가니까 행복 지수도 올라가고 삶의 질도 더 올라간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 소득에서 연장 근로 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생산직을 중심으로 소득 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52시간제가 딱 적용이 되면 수당이 맥스(최대)로 채워져도 기본 금액이 많이 줄다 보니까 지금 생활하는 것에서 20% 정도는 감축을 해야 할 수도 있어요."

고용노동부는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전국 대상 기업을 전수조사한 결과 90% 이상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뿌리 산업 등 전통 제조업과 중소 건설업 등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여전히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2차·3차 중소기업들은 부품 하나하나를 다 깎아서 만들고 열처리해야 하는데, 제한된 시간에 생산성을 낼 수 있는 건지 생각해봐야…"

최근 한국경총이 실시한 조사에서 기업 10곳 중 9곳은 내년 경영 계획을 '긴축경영'이나 '현상 유지'라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에 불황까지 겹치면서 주52시간제 시행에 따른 일자리 나누기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셈입니다.

업종별, 지역별로 주 52시간제 시행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방준혁입니다. (bang@yna.co.kr)

그렇다면, 주52시간제를 먼저 시작한 대기업에서는 어떤 게 바뀌었을까요?

대기업 직원의 이야기입니다.


"팀장이든 회사 분위기가 무조건 업무시간에 딱 집중해서 하고 가, 집에 가 이런 분위기라서. 야근한다고 해도 휴가라든지 돈이라든지 보상해준다는 거지, 예전에는 그런 것 없이 개인이 희생하는 형태로 진행됐었거든. (출퇴근 시간 기록은) 시스템으로 구축이 돼 있지. 그렇게 관리가 돼야, 주 몇 시간 근무했는지 산출이 되니까."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노동자 보호가 취약한 중소기업, 특히 제조업종에서 자리를 잘 잡는 게 관건인데요.

주 52시간 근무제가 마치 새롭게 도입되는 것 같지만, 2004년부터 이미 법정 근로시간 주 40시간에 연장근로 최대 12시간을 포함한 주 52시간이 상한선으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여태까지 주 단위를 '평일 5일'로 해석해서 최대 68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었는데, 이를 7일로 못 박으면서 진정한 주52시간제가 시작된 겁니다.

밤에도 환하게 빛나는 사무실과 공장, 마치 '오징어잡이배'나 '등대' 같다, 이런 자조적인 목소리 이제는 사라질까요?

하지만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각자 다른 의미로 현행 주52시간제가 탐탁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당장 현실적으로 야근보다 월급 줄어드는 게 더 걱정인 분들도 계실 거고요, 아직까지 과로로 숨지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을 바꾸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을 겁니다.

노동계서는
를 없애지 않으면 실제 근로시간이 줄지 않을 거라고도 지적합니다.

일과 휴식의 경계가 불분명하거나, 외근을 하거나 등등의 이유로 정확한 근무시간을 책정하기 어려운 경우, 실제 일한 시간과 관계없이 대략 어느 정도로 지급한다고 정해놓는 제도입니다.

내가 얼마큼 일해서 얼마를 받는다는 계산이 정확하게 안 되다 보니, 제도를 악용해 공짜 야근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도 포괄임금제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입니다.

반면, 경영계는 주52시간제 하는 건 좋은데
를 확대해, 인력을 좀 더 유연하게 쓸 수 있게 해달라는 입장입니다.

회사 일이 항상 일정한 게 아니죠.

일이 몰릴 때가 있는가 하면, 없는 때가 있기 때문에, 한 주가 아니라, 최대 6개월을 기준으로, 주 평균 근무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는 제도 등이 있습니다.

▶ '주 52시간' 보완책 탄력근로제…"여전히 한계"

최근 국회도 주 52시간 시행을 앞두고, 볼멘소리하고 있는 중소기업계에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를 기존보다는 열어줬습니다.

그럼에도 불만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데요, 이 내용은 한지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내년부터 적용되는 주 52시간제가 불가능한 중소기업을 위해 보완책으로 도입된 탄력근로제.

쉽게 말해 일이 많을 때는 오래 일하고, 일이 적을 때는 일하는 시간을 줄여서 법정근로시간을 맞추는 제도입니다.

정부는 3개월로 돼 있던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연장하는 개정안을 지난 9일 통과시켰습니다.

주 52시간제가 내년부터 의무화되는 만큼 성수기나 비성수기가 구분되거나 업무량 변동이 큰 기업의 요구에 따라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해 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중기업계는 여전히 한계점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최저임금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에 더해 코로나 사태로 기업들이 인력난, 매출 감소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할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기업들도 여러 가지 준비는 하고 있습니다만, 정부에서 예를 들어서 인건비 지원이라든지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된 여러 가지 지원정책들, 심각한 인력난 문제 이런 것들이 같이 좀 해결이 되어줘야겠다 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6개월의 짧은 시간 단위 만으로는 인력운영과 투자계획 수립이 힘든 만큼 선진국처럼 단위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자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금 미국이나 독일 같은 경우에는 상당히 우리나라에 비해서 노동 시장이 유연화되어있습니다. 사무직의 14%가 연장근로라든지 이런 쪽에 아예 적용이 안 됩니다. 우리는 상당히 경직적인 상태에서 6개월이거든요. 최소한 1년 정도로 연장하는 것이 맞다…"

탄력근로제 시행 요건을 근로자 대표 동의에서 관련 부서 대표 협의로 개선하면 근로시간을 더 유용하게 운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올해 내내 이슈화되었던 탄력근로제 논쟁. 산업 현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도록 기업 규모나 업종 특성을 고려한 세부적인 보완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연합뉴스TV 한지이입니다. (hanji@yna.co.kr)

▶ 정치권도 52시간 딜레마…보완 입법 숙제

주52시간제라는 목적지로 일단 출발은 했지만 당분간 혼란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각 단체 간 이견이 클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기업 체질 개선, 임금 체계 개선 등 사회 전반을 손봐야 하는 일이어서 더 그렇습니다.

정치권에 던져진 과제는 임혜준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여당은 탄력근로제 단위 확대를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로 일부 중소기업의 숨통은 텄다고 평가합니다.

지난해 2월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정이 어렵게 도출해낸 합의안이었던 만큼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노사정이 마음을 합해서 만들어진 합의안인 만큼 그 정신이 그대로 존중되도록 잘 입법하겠다는 말씀드립니다."

야당에선 당장 내년 도입엔 한계가 있다며 시행 유예를 주장했습니다.


"장시간 지속되고 있는 경제 불황에 코로나19 사태까지 덮친 산업현장은 그야말로 생사 고비에 놓여있습니다. 모두가 행복한 삶이 되기 위한 답은 간단합니다. 주 52시간 근무제 유예기간 연장입니다."

같은 당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도 주 52시간 도입을 코로나 사태 이후로 연기해야 된다며, 주 52시간 연기가 곧 '전태일 정신'을 잇는 것이라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여야 모두 주 52시간제도의 연착륙을 위해선 보완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을 이루고 있습니다.

탄력근무제 시행에 있어 근로자 대표의 선출 방식 등을 명문화하는 입법 필요성이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근로자가 원하면 더 근무할 수 있게 하는 '연장근로법'도 국회에 발의된 상태입니다.

특히 코로나라는 특수한 재난 상황을 고려한 보완책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그러나 탄력근로제 등이 사실상 주 52시간제 의미를 퇴행시킨다는 반발도 여전합니다.


"코로나19 위기를 오히려 노동유연화 확대의 기회로 삼겠다는 것은 참여정부의 반성을 무위로 돌리는 일입니다."

당장 국회는 노동계 우려와 기업의 호소, 또 코로나 상황을 모두 고려한 절충안을 마련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떠안게 됐습니다.

연합뉴스TV 임혜준입니다. (junelim@yna.co.kr)

1886년, 미국 시카고에선 장시간 노동에 지친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 근무'를 외치며 광장으로 뛰쳐나왔습니다.

10명 넘는 사망자까지 발생할 정도로 치열한 시위였습니다.

미국 노동사에서 하루 8시간 근무제가 정착된 계기이자 오늘날 전 세계가 '노동절', '근로자의 날'로 기리고 있는 '헤이마켓 사건'입니다.

그때로부터 120년이 지났는데, 우리 노동 환경은 얼마나 바뀌었을까요.

진통을 겪고 있는 주 52시간 근로제가 우리 사회에 잘 안착하는지,
이 지켜보겠습니다.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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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