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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프리즘] 개천에서 용난다?…대학입시 스카이캐슬 실태 진단

명품리포트 맥

연합뉴스TV [뉴스프리즘] 개천에서 용난다?…대학입시 스카이캐슬 실태 진단
  • 2019-09-08 12:05:07
[뉴스프리즘] 개천에서 용난다?…대학입시 스카이캐슬 실태 진단
[명품리포트 맥]

▶ 공정성 무색, 神도 모르는 오만가지 입시전형

조국 후보자 딸의 각종 의혹을 두고 고려대와 서울대 학생들이 집회를 열었습니다.

학생들은 현행 대학 입시제도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대학별로 천차만별인 전형요소가 입시의 공정성을 해치는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현행 대학 입시에서 수시전형은 전체 선발인원의 70%가 넘습니다.

수시전형은 크게 4가지 전형으로 나뉘는데,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상장 등 교내 활동이 포함되는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수시모집 선발 인원의 3분의 2가 채워집니다.

주요 10개 대학 신입생 10명 중 4명이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에는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상장 등이 기재되는데 이들 전형요소는 정량적으로 평가되기 어렵습니다.

입시제도는 지난 2007년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 이후 수시 비중이 커지는 방향으로 변화했습니다.

학교 생활에 충실한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자는 취지였지만 실제 결과는 달랐습니다.

지난 12년 간 서울과 경기 소재 고등학교의 서울대 합격자 수는 증가한 반면, 나머지 시도의 서울대 합격자수는 줄었습니다.

서울에서도 강남 지역의 명문고 강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전문가들은 학교 생활기록부로 갈 수 있는 대학이 사실상 정해져 있는 현실이 문제라고 말합니다.


"어떤 학교에 다녔느냐 어떤 선생님들을 만났느냐에 따라 코멘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의 실력이라기보단 어떤 학교, 외부적인 조력 등이 개입될 요소가 큽니다."

학생부 전형요소를 제대로 갖춘 학생은 소수에 불과해 나머지 학생들은 수시에서 소외돼 있다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연합뉴스TV 김장현입니다. (jhkim22@yna.co.kr)

▶ 대치동 25시…아빠의 재력과 엄마의 정보력에 학벌이

대치동의 밤은 학생들로 가득합니다.

9월 모의고사가 끝난 날 하룻 밤 잠시 쉴 여유도 없어 보입니다.


"근처 독서실에 가서 12시에서 새벽 1시 사이까지 공부하다가 집에…"

시험공부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역부족.

대입 맞춤형 인재를 만들기 위한 컨설팅 학원이 성황입니다.


"학생부를 쓸 때 그냥 쓰는 게 아니라 근거가 있어야하니까 학생부를 잘 쓸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데에…"

드라마에서 보던 호화로운 개인코디, 스카이캐슬은 현실에도 존재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언더그라운드 밑에 있는 분들, 수면 아래 있는 비밀스러운 컨설팅은 (금액이) 더 올라가겠죠. 많게는 수천만 원도…"

학생부 종합전형이 확대되면서 논문 집필과 발명품 개발 등 기상천외한 스펙 경쟁은 줄어들었지만, 학원가는 더욱 교묘해졌습니다.


"1학년 또는 중학교부터 맡아서 의대를 합격시켜주는 전략을 짜준다든지, 필요한 선생님도 있다면 학생에 맞게 연결하고요. 생기부도 교과 생기부 또는 비교과 생기부 다 관리를 해서…"

과거엔 개별적인 스펙을 만들어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전체 입시 과정에서 족집게식으로 끌어주는 코칭으로 바뀐 겁니다.

대학 입시를 좌우하는 진짜 선수들은 따로 있습니다.

부모들의 물밑작업은 일찌감치 시작됩니다.


"(아이의) 앞으로를 위해서는 역삼중학교가 나으니까. 10월 30일 안에는 무조건 (주소지가) 다 전입이 돼있어야 돼요…"

부모들의 입시전쟁은 정보력을 지닌, 소위 돼지엄마가 주도합니다.


"학교마다 전교권 학생들의 정보를 먼저 가지고 있던 엄마들이 학생부 종합 전형에 필요한 그룹수업을 하고 싶다든가 동아리를 만들어서 과학 프로젝트를 하나 만들고 싶다든가…"

자녀 입시를 마친 돼지엄마들이 종합학원에 상담실장으로 들어가거나 학원을 차리면서 엄마들의 입시 카르텔은 대치동 안에서 끝없이 재생산됩니다.


"엄마 아빠의 기회, 솔직히 그런 거는 있어요. 없다고는 말 못해요. 아예 없지는 않지만 있는 애들만 그러고 있지는 않아요. 그게 제가 봤을 때는 엄마의 인맥, 아빠의 인맥, 정보력 다 복합적으로 되는 게 있고…"

벌써 수십차례 판을 엎으며 새 이름을 다는 입시제도에도 현실판 스카이캐슬은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주며 카르텔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학생들은 무한경쟁에 내몰립니다.

연합뉴스TV 방준혁입니다. (bang@yna.co.kr)

▶ 정시 비중 확대?…"과거로 돌아가선 안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오르기 전 "대학입시 제도 전반을 재검토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의 입시 특혜 의혹이 불거진 이후 대통령의 첫 반응이었습니다.

대입제도를 손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교육 업체의 주가가 급등하는 등 사교육 시장이 들썩였습니다.

정시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사교육 시장에 영향을 준 겁니다.

조 후보자 딸의 논문과 대입 관련 의혹으로 수시 전형의 공정성이 문제가 되자 정시를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 입시전문업체가 가장 공정한 대입 평가 요소를 물었더니 절반에 가까운 44%가 '수능'을 꼽았습니다.

하지만 실제 정시가 확대되면 비싸고 질 높은 사교육을 많이 받을 수 있는 특정 계층의 자녀가 대입에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사교육에 의존하는 만큼 공교육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서울대 입학생의 3분의 1이 강남3구 출신이다 이런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정시도 특권층, 소위 부자 계층에 훨씬 유리한… 고교 교실의 파행 문제가 있었고."

수시를 둘러싼 문제가 불거졌다고해서 곧바로 수능 중심이었던 과거로 돌아가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도입 10년차를 맞이했지만 보완해야 할 요소는 아직 많이 있다… (하지만) 과거로 회귀하자는 건 어폐가 있는 접근방법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학생부 종합전형의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를 얘기하며 정시 비중 확대에는 선을 그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시, 수시 논쟁에서 벗어나 이제는 한국 교육제도의 비전을 논의할 때라고 지적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국가들은 학생 개개인의 소질에 따라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객관식 시험을 푸는데 학생 시절을 낭비하지 않도록."

미래를 짊어질 인재 양성, 교육의 목적에 맞게 한국 교육제도가 다듬어져야 한다는 겁니다.

연합뉴스TV 나경렬입니다. (inten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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