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고향사랑기부제가 실시된 지 1년이 됐습니다. 아직 제도 자체가 생소한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고향에 기부금을 내면 세액공제와 답례품 등의 혜택을 주고,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의 재정이 튼튼해지도록 하는 정책입니다. 시행 첫해인 지난해 모금액은 650억 원이 넘었습니다. 이제 갓 출발한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과와 과제,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윤솔 기자가 성과를 살펴봤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1년…"답례품·세액 공제 매력" / 윤솔 기자]
[기자]
대학생 때부터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살고 있는 직장인 주기우 씨.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나서 곧바로 동참을 결정했습니다.
<주기우 / 서울 강남구> "직장 동료가 소개시켜줘서 알게 됐고, 나중에 환급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 때문에 하게 되었습니다."
고향에 기부를 하면 세액 공제 혜택과 답례품을 제공받는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는 겁니다.
<주기우 / 서울 강남구> "장성에서 제공하고 있는 파김치로 받았고요. 되게 맛있고 좋았습니다. 여러 지역에 기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런 기부를 처음 해봤는데 되게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행 만 1년을 맞은 고향사랑 기부제는 일단 기대했던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243개 자치단체의 총 모금액은 650억 2천만 원을 기록했는데요.
재정이 열악한 자치 단체의 곳간을 채워준다는 데에서 효과를 봤습니다.
주로 재정자립도가 높은 농어촌 지역에 모금액이 많이 모였는데,
전라남도는 약 143억 3천만 원, 경상북도는 89억 9천만 원, 전라북도는 84억 7천만 원으로 기록됐습니다.
정부는 9월 4일 고향사랑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정하고 고향사랑 기부제 활성화에 열을 올렸습니다.
전국 지자체 고향사랑 박람회를 통해 홍보를 하고 제도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이상민 / 행정안전부 장관 (지난해 9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매력적인 답례품과 기부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금 사업을 적극 발굴할 수 있도록 행안부에서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명절을 앞두고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관심도는 높습니다.
각종 지자체는 구매자들이 농축산물과 지역사랑상품권을 선호한다는 점을 파악해 각종 답례품을 제공하고 있고,
서울시 굿즈와 영암도기 일일 체험, 담양 한과 체험프로그램 등 이색 답례품들도 줄을 이었습니다.
전북도처럼 설을 앞두고 주요 역에서 홍보전을 계획하는 자치단체도 있습니다.
이제 막 첫해가 지나간 만큼 재기부를 유도하고, 새로운 기부자들을 찾아나설 수 있는 제도 안착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함께 나옵니다.
연합뉴스TV 윤솔입니다.
#고향사랑기부제 #행정안전부 #명절
[이광빈 기자]
고향사랑기부제 첫 해 전체 기부액의 20%를 전남에서 모금했습니다. 전남은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100억원을 넘겼고, 전남 담양군은 전국 기초단체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담양군에는 그 비결을 배우려는 다른 지자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김경인 기자가 비결을 들어봤습니다.
[광역 전남·기초 담양 1위…고향사랑기부 잭팟 비결은? / 김경인 기자]
[기자]
인구 4만5,000여명의 작은 지방자치단체인 전남 담양군.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1년 후 받아 든 성적표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등입니다.
22억4,000여만원을 모아 전국에서 유일하게 20억원을 넘겼습니다.
기부자는 모두 11,230명으로, 담양 인구의 4분의 1에 달합니다.
10만원 이하 소액 기부자 비율이 90%를 넘어 꾸준한 기부로 이어질 가능성도 큽니다.
담양군은 시행 전해부터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군수부터 나서 일본 선진지 사례를 공부했습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서울사무소 만들고 전국 홍보망을 구축했습니다.
담양 한과 등 43개 품목, 120여개 상품을 답례품으로 선정했습니다.
답례품 지급은 주민들의 직·간접적인 소득으로 이어졌습니다.
올해 목표는 50억원입니다.
<이병노 / 담양군수> "기부하신 분들이라든가 이런 의견들을 좀 모아서 그 기금을, 사용처를 뭔가 좀 보람 있게 쓰는 쪽에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1위를 저희가 목표로 뛰고 있습니다."
전남 나주시의 모금액은 10억6,000만원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3위, 시 단위에서는 1위입니다.
나주배와 나주곰탕 등 선호도가 높은 답례품을 선정하고, 공공기관과 향우회 등을 찾아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쳤습니다.
단체장이 직접 나서 자매도시와의 교차 기부를 통해 기부 문화를 확산시킨 게 주효했습니다.
모금액은 '100원 빨래방', 학생들의 쉼터, 반려동물 테마파크 조성 등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윤병태 / 나주시장> "기부제도 본뜻에 맞춰서 이것을 지속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기부자가 보람을 느끼게 하는 것이죠.정말 의미 있게 쓰이고 있다는 확신을 드릴 수 있도록 하고…"
기초지자체의 기부금 모금 순위 5위 안에 전남 4개 지역이 포함됐습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전남은 143억 3,000만원을 모금하며, 전국 광역지자체 중 1위를 기록했습니다.
전남도는 앞으로 전남과 각 시군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들을 발굴해 나갈 계획입니다.
<강경문 / 전남도 고향사랑과장> "지난해 성과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기부금 모금 활성화, 기부자가 공감하는 기금 사업의 추진, 답례품 품질 제고 등 내실 있는 사업 추진에 힘쓸 예정입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2년 차에 들어섰습니다. 각 지자체는 고향에 대한 기부문화가 완전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기부자가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사업들을 발굴,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연합뉴스TV 김경인입니다.
#고향사랑기부제 #답례 #담양
[진행자 코너]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 고향납세제를 벤치마킹했습니다. 일본의 고향납세제는 지역 인구 감소와 이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악화를 완화하기 위해 2008년 도입됐습니다. 고향 지자체에 기부금을 내는 대신 세제 혜택을 받는 데다 특산물을 쇼핑하는 제도로 자리잡혀왔는데요. 관련 사이트에는 특정 답례품을 받기 위해 내야 할 기부액이 적혀 있습니다. 어차피 내야 할 세금으로 지방 재정도 도울 수 있고, 지역 특산물도 받아 일석이조가 되는 셈입니다.
일본에선 민간 플랫폼을 통해 고향 납세를 할 수도 있습니다. 민간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적용되다 보니, 모금도 활성화되고 답례품도 다양해졌습니다. 고향납세 기부금 활용 방식도 다채로운데요. 주민 복지뿐만 아니라 재난 방제, 환경 등 여러 분야에 쓰입니다. 원하는 사용처에 기부금이 전달될 수 있는 만큼, 기부를 더 유인할 수 있는 셈이죠. 일본에선 최소 2000엔 이상 기부할 수 있고 상한액은 없는데요. 2000엔을 넘는 금액은 전액 세액공제가 됩니다. 답례품 한도는 기부금의 30%에 해당하는데요. 고향납세 실적은 2022년에만 9천654억엔, 한화로 8조7천626억원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부작용도 나타났습니다. 답례품이 기부금을 많이 받는 열쇠가 되다 보니, 답례품 개발에 적극 뛰어들 수밖에 없게 됐는데요. 배송비, 수수료, 마케팅 등 관련 비용이 급증했고, 출혈 경쟁이 문제시돼왔습니다. 일본에선 아이패드를 답례품으로 주는 지자체도 나타났습니다. 이에 일본 당국은 환금성이 높거나 취지와 무관한 고액의 답례품을 막기 위해 선불카드나 전자기기, 골프용품 등을 답례품으로 금지했습니다. 2018년에는 아예 해당 지역의 생산물이나 서비스만을 답례품으로 명문화했습니다.
답례품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경우 '생활인구' 유치와 연계될 수 있습니다. 교토 우지타와라초의 답례품은 사찰 주지스님이 자전거로 지역을 안내해 주는 가이드 투어입니다. 관광 상품을 제공해주는 셈인데요. 외국인 체류자가 많은 이즈미사노시는 영어체험 1박2일권을 답례품으로 주고 있습니다.
[이광빈 기자]
고향사랑기부제, 이제 1년 시행된 제도라 손 볼 부분이 많습니다. 본래 취지와는 달리 지자체가 나서서 홍보할 수도 없고 답례품의 품질 차이 논란도 제기되는 등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서승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부금 한도 상향…고향사랑기부제 더 사랑받으려면 / 서승택 기자]
[기자]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1일 국회를 통과되면서 그동안 자지체의 발목을 잡아왔던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홍보가 가능해졌습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문자메시지 등 전자적 전송매체와 동창회·향우회 등 사적 모임을 통한 기부의 권유 및 독려 행위를 허용했습니다.
또 현재 연간 500만원으로 설정된 개인의 고향사랑 기부금 한도를 2025년부터 2천만원으로 상향하고 세액공제 혜택도 확대됩니다.
하지만 고향사랑기부제가 취지대로 기부자와 자치단체, 답례품 업체 등을 모두 만족시키려면 개선할 점이 여전하다는 지적입니다.
지난해 12월 인천 미추홀구의 한 시민이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기부한 뒤 받은 답례품입니다.
한 눈에 봐도 고기 절반 이상이 돼지 비계입니다.
이 삼겹살을 받은 기부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진과 글을 올렸고,미추홀구는 해당 업체와 답례품 협약을 종료했습니다.
답례품 협약 업체 선정 시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기부자들은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도 없을 뿐 아니라 기부한 지자체가 아닌 다른 곳의 답례품이 전달되기도 합니다.
<고향사랑기부제 기부자> "기부를 영동으로 했는데 답례품을 보고 기부한 건데, 영동군 것이 아니고 도청 것이었어요. 도청이랑 군이랑 답례품이 달라요. 도청이랑 군이랑 헷갈리잖아요. 영동군 제품이 아닌 도청 제품이었던 거에요."
환불 절차도 까다롭습니다.
기부한 지자체에 연락해 위택스를 통해 환불을 받아야만 합니다.
여전히 민간플랫폼을 활용한 기부 유치가 불가능하고, 모인 기금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전무합니다.
<지자체 관계자> "민간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 이런 의견을 하시는 분도 계시거든요. 기금을 모아서 사업을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히 어떻게 하라 이런게 없어서 기금 부분에 대한 것도 방향같은 것을 알려주면 좋겠거든요."
궁극적으로 고향사랑기부제를 지자체가 주도해서 이끄는 방식으로 변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권선필 / 목원대 교수> "모금의 주체가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이것을 할 수 있도록 제도나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현재는 이것을 주도하는게...
고향사랑기부금법의 개정으로 지자체의 발목을 잡은 홍보 문제는 해결됐지만 여전히 지자체의 권한은 한정돼 있는 상태입니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협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연합뉴스TV 서승택입니다.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논란 #권한이양
[클로징: 이광빈 기자]
우리보다 앞서 실시된 일본의 고향납세제가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일본 총무성이 답례품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어긴 지자체에 대해 세액 공제 혜택을 주지 않자, 과열 거품이 꺼졌습니다. 이는 지역 내 다양한 이벤트와 접목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시행 1년이 지난 고향사랑기부제 역시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민간 플랫폼이 접근할 수가 없어 제도 운용이 한정적인 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지역소멸이란 위기 속에 독자적인 재원을 마련할 수 있고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소멸이 현실화 된 시대에 대안 중 하나로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시성 제도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으로 지역소멸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으로 발돋움하게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 #첫돌 #생활인구
PD 김효섭
AD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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