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 김지수 연합뉴스 융합뉴스부 기자>
[앵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후 첫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슬람법에 근거한 엄격한 사회 통제를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탈레반의 유화적 움직임을 국제사회가 주시하는 가운데,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가 탈레반의 아프간 재장악에 환호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밤사이 들어온 글로벌 뉴스, 김지수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어서오세요.
탈레반이 아프간을 다시 장악하고 난 후 첫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어떤 메시지를 보냈는지 전해주시죠.
[기자]
탈레반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슬람법에 따라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하는 걸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20년 전 집권 당시 국제사회 비판을 받았던 여성을 억압하는 제도 등을 개선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인 아프간 전쟁은 종료됐다고 선언하면서 사면령이 선포된 만큼 이전 정부나 외국 군대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복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탈레반은 이슬람법의 틀 안에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할 것이라면서 여성의 취업과 교육도 허용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민간 언론활동도 독립적으로 이뤄지기를 원한다"고도 했습니다. 단, 기자들은 국가의 가치에 반해서는 안 된다며 통제의 여지를 남겼습니다. 무자히드 대변인이 공식 석상에서 얼굴을 공개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번 회견에는 탈레반이 1996∼2001년 과거 집권기처럼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고 정상적인 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탈레반의 변화 예고에도 여성의 얼굴이나 모발을 가리는 히잡과 같은 착용은 의무화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편, 아프간 정부의 '2인자'인 암룰라 살레 제1 부통령이 임시 대통령을 자임하고 나섰습니다. 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해외로 도피한 것을 언급하며, 자신이 합법적인 대통령 대행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탈레반에 저항할 것을 촉구하면서 자신은 결코 탈레반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살레 부통령의 소재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미국 상황이 복잡한 것 같습니다. 아프간에 있는 미 국민의 출국이 다 이뤄지기도 전에 탈레반이 정권을 잡았는데요. 미국 정부는 그동안 미국인 탈출 작전 관련해 탈레반 측과 대화를 나눠왔죠. 결정된 사안이 있습니까.
[기자]
백악관은 탈레반이 미국인의 아프간 출국을 위해 카불 국제공항까지 안전 통행을 약속했다고 밝혔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탈레반이 이 같은 사실을 알려왔다며 탈레반이 약속을 지킬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아프간에 체류한 미국인이 대피하기도 전에 탈레반이 카불을 함락함에 따라 탈출 작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현재 아프간에는 스스로 미국인이라고 밝힌 1만1천 명이 남아 있습니다.
미국은 카불 공항에 미군을 주둔시켜 보안을 대폭 강화했고, 이곳에서 미국 시민, 미군에 협력한 아프간 현지인, 제3국 인사들의 출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작업은 이달 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탈레반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미국의 군사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앵커]
현재까지는 탈레반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유화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습니다. 탈레반을 앞으로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할 것인지를 두고 주요국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요.
[기자]
그동안 친미 아프간 정부를 지원해온 서방 국가들은 탈레반에 비판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관계 설정에 고심하는 모습입니다. 당장 서방 진영에서는 탈레반을 공식 정부로 쉽게 인정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이 대표적입니다. 영국은 아프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주요 7개국 'G7' 정상회의 소집을 요구한 상태입니다. 미국은 난감한 상황이 됐습니다. 특히 서방이 탈레반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합법정부로 인정할지에 대해서는 미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미국은 그동안 탈레반을 향해 무력으로 정권을 잡으면 국제사회 인정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결국 탈레반이 이를 무시하고 아프간을 점령해버린 상황입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앞으로 미국의 태도는 궁극적으로 탈레반의 행동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탈레반이 무력을 통해 아프간을 장악했지만, 앞으로 탈레반의 태도에 따라 공식 정부로 인정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말로 해석됩니다.
반면, 그동안 미국과 대립해온 중국과 러시아의 반응은 다릅니다. 대사관 인력을 철수시킨 서방과 달리 이 두 나라는 대사관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중국은 탈레반을 '아프간의 새 정권'이라고 칭하는 등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며 우호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EU 외교 수장인 호세프 보렐 고위대표는 EU가 탈레반과 대화하되 기본권 존중 등 조건을 이행할 때만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탈레반과 대화한다고 해서 탈레반을 인정하는 건 아니라는 입장을 확실히 했습니다.
[앵커]
탈레반이 20년 만에 아프간에서 다시 정권을 잡으면서 아프간이 테러조직의 온상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었는데요.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가 SNS에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을 축하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기자]
20년 전 9·11 테러의 아픔이 있는 미국은, 알카에다가 2년 안에 다시 미 본토에 위협이 될 수준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보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인 알카에다 등 테러 단체들의 부활 우려가 커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친 알카에다 매체의 계정에는 탈레반을 "형제들"이라고 부르며 이번 승리를 축하하는 메시지가 올라왔습니다.
1990년대부터 아프간을 은신처로 삼아 9·11 테러 등을 자행한 알카에다는, 오사마 빈라덴을 비롯한 지도부 대다수가 미군에 의해 제거된 이후 세력이 약화해 지역 조직으로 전락한 상태입니다. 주로 이란에 숨어있던 알카에다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다시 장악하기 전부터 미군 철수를 기회 삼아 조직원을 아프간에 다시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미군 기지에 수감됐던 알카에다와 그 연계 조직의 핵심 인사들이 지난 주말 탈레반에 의해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초 미 정보당국은 미군 철수 후 알카에다의 핵심 그룹이 미 본토에 위협을 가할 수 있을 정도로 복원하는 데 18∼24개월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알카에다와 달리 이슬람국가 IS 잔당과 관련해, 탈레반이 어떻게 접근할지 불투명합니다. 이달 초 미 의회조사국은 IS와 탈레반이 정치적 이념 차이 때문에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탈레반 승리가 IS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소식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에서는 신규 확진자가 14만 명대로 증가했다면서요.
[기자]
미국의 최근 일주일간 하루평균 신규 확진자가 14만1천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같은 수치는 2주 전보다 64% 증가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백신 접종자도 다시 늘면서 하루에 70만회 분이 접종되고 있습니다. 감염 확산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데다 주요 기업과 의료기관에서 접종이 의무화된 데 따른 겁니다.
이런 가운데, 미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접종을 마친 지 여덟 달 뒤 부스터샷을 맞아야 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고 협력하고 있어 주목됩니다. 일반인에게는 아직 부스터샷이 필요하지 않다는 당국의 입장을 뒤집는 겁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부스터샷 접종은 미 식품의약국 FDA 승인을 거쳐 다음 달 중·하순 시작할 예정입니다. 미 보건 당국은 한 번 접종하는 얀센 백신도 부스터샷이 필요한지 자료를 모으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바이에른주가 고령층과 면역 기능이 떨어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부스터샷 접종을 개시했습니다. 80세 이상 요양원 거주자가 우선 접종 대상자입니다. 독일 내 1차 접종자는 전체 인구의 63%, 2차 접종자는 전체 인구의 58%에 이릅니다.
최고 수준의 방역인 '긴급사태'가 확대된 일본에서는 신규 확진자가 계속 급증하고 있습니다. 어제 일본에서 신규 확진자는 1만9,900여 명으로, 화요일 기준 사상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90%나 급증한 겁니다. 코로나19 중증 환자는 1,600여 명으로, 닷새 연속 최다를 경신해 의료체제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키나와의 한 의료기관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입원환자 64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병원 직원 한 명이 델타 변이 확진 판정을 받고 나서 감염이 급속하게 퍼졌고 사망한 64명은 대부분 고령층이었습니다.
[앵커]
오늘도 다양한 국제 소식 살펴봤습니다. 지금까지 글로벌브리핑이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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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