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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프리즘] 반복되는 체육계 폭력…땜질 처방에 멍드는 선수들

사회

연합뉴스TV [뉴스프리즘] 반복되는 체육계 폭력…땜질 처방에 멍드는 선수들
  • 송고시간 2020-07-12 10:00:19
[뉴스프리즘] 반복되는 체육계 폭력…땜질 처방에 멍드는 선수들

얼마 전 스포츠계에선 철인 3종 경기 유망주가 팀내 폭력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유독 스포츠계에서 이런 폭력 사건이 잦은데요.

스포츠계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쏟아지는 해결책에도 왜 선수들은 계속 피해자로 전락하고만 있는지, 이번 주 뉴스프리즘에서 짚어보겠습니다.

▶ 폭력에 멍드는 스포츠 선수들…극단적 선택까지

폭행과 협박, 성희롱 등을 겪다가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고 최숙현 선수.

최 선수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체육계의 가혹행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1월엔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코치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해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뒤이어 유도 선수 신유용도 고교시절 지도자의 상습적 성폭행에 시달렸다고 폭로해 공분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신유용 / 전 영선고 유도부 선수> "코치님 '따까리'였기 때문에 코치님 방을 청소해야 되는… 저녁식사를 하고 방청소를 하러 갔는데 그때 성폭행이 이뤄졌던…"

지난해 국가인권위가 실시한 실업팀 선수 1,200여명 대상 조사에서 신체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26%에 달했습니다.

가해자는 선배와 코치, 감독 순으로 많았고, 연습장과 합숙소 등 소속팀의 모든 공간에서 폭력이 이뤄졌습니다.

또, 여자 선수 37%, 남자 선수 12% 가량은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성폭력도 확인된 것만 52건이었는데, 아무런 대처를 못했다는 답이 46%, 괜찮은 척했다는 답이 35%로 대부분이었습니다.

<허정훈 / 체육시민연대 대표> "선수들은 법·제도적 조력이 어렵고 개인적 해결에만 의존하거나 신분·계약상 불이익과 보복이 두려워 문제제기 하기가 어렵습니다."

체육계는 그간 폭행, 성폭력 사건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해왔습니다.

<이기흥 / 대한체육회장> "가혹행위 및 성폭력 가해자가 국내외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게 엄정 조치하겠습니다."

하지만 바뀌지 않는 실상에, 마침내 대통령까지 재발 방지와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문재인 / 대통령> "다시는 이와 같은 불행한 사건이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합당한 처벌과 책임이 뒤따라야 합니다."

여전히 한국 체육계에는 지도자와 선배에 대한 절대 복종이란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와 폭력적 훈련의 뿌리가 매우 깊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또 다른 최숙현 선수들은 곳곳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곽준영입니다. (kwak_ka@yna.co.kr)

▶ 때려야 메달?…잘못된 관행·땜질 처방이 화 키워

영화 '4등'은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서 메달권 밖 수영 선수가 순위 안에 들기 위해 폭력 코치에게 훈련받는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영화 '4등' 中> "하기 싫지? 도망가고 싶지? (엉덩이)대라."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에 참여한 이 작품은 현실적 소재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달라진 건 없습니다.

끊이지 않고 되풀이되는 체육계 폭력 사건의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성적 지상주의, 잘못된 훈련 문화, 정부의 부실한 대응 등이 대표적으로 꼽힙니다.

흘린 땀의 가치 만으로도 박수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메달에 목숨 건 한국식 엘리트 체육에선 통하지 않습니다.

선수들은 '승리'를 강요받고 그 안에서 길들여졌습니다.

< A씨 / 고 최숙현 선수 동료>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으며,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돼있었습니다.

관행의 탈을 쓴 폭력, 지도자와 선배들의 제왕 같은 권력 앞에 피해자들은 속출합니다.

<홍정기 / 차의과학대학교 스포츠의학대학원장> "인권을 떨어뜨리고 사람에게 괴로움을 주는 것 뿐만 아니라 경기력 향상도 보장이 안되는 문제는 체육계가 심각히 깨닫고 개혁하고 변혁해야할 때입니다."

선수 인생 포기를 각오해야 하기에 '내부고발자'가 되기도 쉽지 않습니다.

가해자는 이를 악용해 더욱 교묘하게 폭력을 휘두릅니다.

'그들만의 리그'이긴 기관들도 마찬가지라, 최숙현 선수 역시 용기를 내 5개월간 6개 기관에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도종환 /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인권 감수성이 국민들을 따라오지 못한 것이라 봅니다. 선수는 '해결될 일은 없겠구나' 좌절하고, 절망하고, 결국 고립감과 무력감이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되도록 방치한 기관들의 책임이 아주 크다고 생각합니다. "

폐쇄적 체육계 시스템에 대한 구조적 수술과 엄중한 처벌 없이 또 땜질 처방으로 넘어간다면 제2, 제3의 최숙현은 언젠가 또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연합뉴스TV 장윤희입니다. (ego@yna.co.kr)

▶ 일 터지면 "재발 방지" 반복…독립 조사기구 필수

<이기흥 / 대한체육회장> "선수들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며 이를 무기로 부당한 행위를 자행하는 것을 뿌리뽑도록 하겠습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에 대한 조재범 코치의 지속적 성폭력이 드러난 뒤, 대한체육회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어 폭행 가해자 징계기준을 강화하고 성폭력 관련 내부 규정 개정 등 각종 대책을 내놨습니다.

스포츠혁신위원회도 출범해 피해자 지원과 엘리트 중심의 체육 시스템 개선 등을 담은 7차례 권고안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1년 뒤엔 극단적 선택이란 비극이 또 터졌습니다.

이번에도 재발을 막겠다는 약속은 반복됐습니다.

<최윤희 /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다시는 선수가 희생되는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

추악한 뒷면이 드러날 때마다 당국과 체육회가 내놓는 대책들이 사태의 재발을 막지 못한 겁니다.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함은주 / 스포츠인권연구원> "스포츠혁신위원회가 꾸려졌고 1차에서 7차까지의 권고가 발표됐습니다. 그리고 나서 아무 변화가 없었던 것이죠."

전문가들은 엘리트 위주의 체육계 패러다임의 개조가 근본 대책이라고 지적합니다.

국내외 무대에서 성과를 내면 폭행,폭언에 성폭력까지 비상식적 행태가 사실상 용인되기 때문입니다.

<문경란 /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 "운동의 길에 한 번 들였으면 다른 길을 가기 어렵고 운동의 길만 가야되기 때문에 거기서 생기는 폭력과 성폭력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고 참고 견디고…"

다음달엔 선수들의 인권문제을 책임질 '스포츠 윤리센터'가 출범합니다.

또 뒷북 대책이란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실효성 있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하는 것인 필수적입니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회에서는 스포츠윤리센터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수사기관에 협조 요청할 수 있는 권한 등을 담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이른바 '최숙현법'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연합뉴스TV 소재형입니다. (soja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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