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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모가 가방에 가둔 9살 아이 끝내 사망…친부도 조사

사회

연합뉴스TV 계모가 가방에 가둔 9살 아이 끝내 사망…친부도 조사
  • 송고시간 2020-06-04 19:09:40
계모가 가방에 가둔 9살 아이 끝내 사망…친부도 조사

[앵커]

지난 1일 계모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갇힌 채 심정지 상태에서 발견됐던 9살 아이가 끝내 숨졌습니다.

경찰은 아이를 가방에 가둔 계모를 아동학대 혐의로 어제 구속했는데요.

자세한 사건 내용은 현장에 나가 있는 취재기자 연결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호진 기자, 지금 있는 곳이 어디죠?

[기자]

네, 저는 지금 충남 천안 순천향대병원 앞에 나와있습니다.

여행용 가방 속에 갇힌 채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던 9살 A군이 어제 오후 6시 30분쯤 이 곳 병원에서 결국 눈을 감았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진 지 만 이틀도 채우지 못한 채 끝내 사망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A군의 사망원인은 다발성장기부전에 의한 심폐 정지로 알려졌습니다.

A군 유가족 측은 부검을 통해 보다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힌 후 빈소를 차릴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네요.

병원으로 옮겨질 당시 아이는 어떤 상태였나요?

[기자]

출동한 119구급대원들이 아이를 구해 병원으로 옮길 당시의 CCTV 영상을 보면 발견 당시부터 심정지 상태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는 7시간이나 여행용 가방 속에 갇혀 있었는데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원들은 아이를 발견한 뒤로 약 1시간 정도 사력을 다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며 병원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그만큼 위독한 상태였던거죠.

병원으로 옮겨진 뒤 A군은 기계호흡에 의지하게 됐고, 가족들과 의료진은 기적을 바라는 수 밖에 없었던 상태였지만 끝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앵커]

잊혀질만 하면 아동학대 사건이 반복되고 있는데요.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는데, 사건을 조금 되짚어보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겁니까?

[기자]

상황은 이렇습니다.

지난 1일 정오쯤, A군의 계모 43살 B씨가 집 안에서 A군이 게임기를 부수고도 안 부쉈다고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훈육을 시작합니다.

그러다 훈육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시키는데요.

B씨는 심지어 아이가 가방이 작아 몸이 들어가지 않자, 몸을 더 구부려 들어가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게 A군은 가방에 들어가서, 이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여튼 벌을 받게 된 거죠.

말도 안되는 훈육을 하고도, B씨는 태연하게도 밖으로 외출을 하기도 합니다.

경찰이 CCTV를 분석한 결과, B씨가 집을 나와 3시간 정도 있다 들어오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A군이 가방에 소변을 본 것을 확인하고, A군을 처음에 가뒀던 가방보다 더 작은 가방에 가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리고 나서 B씨 본인이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신고한 시간이 7시 25분쯤이니까, 대략 7시간을 A군은 가방을 옮겨가며 몸을 구부린 채 가방 안에 갇혀 있었던 겁니다.

[앵커]

아무리 아이가 거짓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너무나도 끔찍한 훈육방법이 아닐 수 없는데요.

B씨의 학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달 5일에도 A군을 학대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조사와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의 조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당시에는 집 안에서 돈을 훔쳤다는 이유로 A군을 때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지난해 10월부터 4차례나 A군을 학대해왔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번은 A군이 다녔던 초등학교에서 A군의 생활태도 문제로 부모와 상담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를 빌미로 A군을 때리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인근 주민들도 아이를 학대하는 소리를 들어 경비실에 신고를 하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고요.

그렇게 경찰 등에서 조사가 나오자 당시 B씨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는데요.

많은 분들이 이렇게 학대를 일삼은 부모한테서 아이를 분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궁금증이 있으시더라고요.

하지만 이게, 아이가 9살이고 부모와 아이 모두 동의가 이뤄져야 국가에서 나서 아이를 부모로부터 분리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A군은 지금의 부모와 함께 살기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당시 B씨와 A군의 친부이자 B씨의 남편인 C씨도 잘못을 인정하고 훈육 방법을 바꾸는 등의 아이와 잘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처음 학대사건 조사가 미쳐 종결되기도 전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겁니다.

[앵커]

경찰 수사 상황도 궁금한데, A군이 사망하면서 B씨의 죄명도 바뀌는 거죠?

[기자]

네, 맞습니다.

당초 경찰은 B씨를 아동학대 중상해혐의로 긴급체포했고, 어제 구속영장을 신청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 받았는데요.

어제 저녁 A군이 사망했기 때문에 경찰은 B씨의 죄명을 아동학대 치사로 변경해 적용할 계획입니다.

B씨는 구속 상태에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데, 범행을 대부분 시인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A군의 친부인 C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C씨에 대해서는 B씨의 아동학대에 가담을 했는지, 그저 지켜보기만 한 방조를 한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사건 당시 B씨의 친자녀 2명이 집안에 있었는데요.

정확한 신상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 아이들에게도 사건에 대해 경찰이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계모라고 알려졌지만 사실상 법적으로 계모는 아니었다는 얘기도 있던데, 이건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네, 엄격히 따져보면 계모, 혹은 의붓어머니는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요.

B씨와 C씨가 사실혼 관계이지, 법률혼 관계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둘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동거를 해왔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B씨의 친자녀 2명을 비롯해 C씨와 A군이 모두 한 집에 살고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이게 어쩌면 개인 사생활일 수 있지만 이로 인해 법적으로 아이를 보호할 수 없었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실질적으로 B씨가 A군의 법적인 어머니가 아니었기 때문에, 관할 구청을 비롯해 지자체에서도 A군 가정을 하나로 보고 관리나 보호를 할 수 없었던 점도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이 부분도 법적으로 어떻게 해석이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네, 이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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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